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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 없는 마을②] 한국만 문제 아니다…무투표 당선에 외국도 '골머리' Only
일본·뉴질랜드 등 민주주의 선진국도 문제 직면 '무투표 당선 금지'보단 '출마 유도' 해법 제시

일본·뉴질랜드 등 민주주의 선진국도 문제 직면
'무투표 당선 금지'보단 '출마 유도' 해법 제시


투표용지 없는 선거가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단독 입후보에 따른 무투표 당선이 유권자의 고유 권한인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한국을 넘어 해외 주요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는 모습. /인천=서예원 기자
'투표용지 없는 선거'가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단독 입후보에 따른 무투표 당선이 유권자의 고유 권한인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한국을 넘어 해외 주요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는 모습. /인천=서예원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513명이라는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졌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낡은 지역 구도 속에서 수백만 유권자는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잃었고, 천문학적 예산을 다룰 지역 일꾼들은 아무런 평가 없이 선출됐다. <더팩트>는 총 5편에 걸쳐 '선거 없는 당선'이 초래한 지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한다. 무투표 당선의 실태부터 해외 주요국의 대응, 그리고 선거법에 묶인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현행 제도의 모순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수민·이태훈 기자] 유권자의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 무투표 당선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었다. 무투표 당선 문제를 방치할 경우 민주주의 형해화가 심화될 수 있어, 세계 각국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과 뉴질랜드 등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무투표 당선자가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투표 당선 발생 원인에 있어선 국가별로 차이가 있었다. 다만 사태 관망이 가져올 민주주의 위기를 대부분 국가가 인식하고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일본의 경우엔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도도부현 의회 선거구의 약 39%(927개 선거구 중 362곳)가 무투표였고, 당선자 기준으로도 약 27%가 무투표로 당선됐다. 이 비율은 20년 사이 약10%포인트(p)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일본은 특정 지역의 무투표 당선 증가 원인으로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꼽았다. 여기에 정치 진입 비용 대비 낮은 보상 문제가 겹치면서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인력풀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은 이를 단순 선거 현상이 아닌 "지방의회 기능 저하와 지역 민주주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뉴질랜드도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두드러지는 나라다. 뉴질랜드는 3년마다 지방선거를 치르는데, 2019년 지방선거에서 572개 선거구 중 101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이 발생했다. 그 결과 해당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만 무려 235명이 나왔다. 뉴질랜드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전체 선거구의 약 20%가 무투표 선거구(238명 무투표 당선)였다.

2025년 지방선거에선 대도시에서의 경쟁만 다소 치열해졌을 뿐, 지방 소도시와 농촌 지역에선 여전히 후보 부족 현상이 심각했다고 뉴질랜드 매거진 '더 스핀오프'는 전했다. 현지 언론 '뉴질랜드 해럴드'는 "젊은 층 유출과 고령화, 지역정치에 대한 무관심, 업무 강도에 비한 적은 보상 등으로 농촌·소도시 지역에서 지방선거 출마자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내 웨일스의 커뮤니티·타운 카운슬(마을의회) 선거도 심각한 무투표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웨일스 정부가 2024년 11월 낸 '지역 사회와 마을의회의 민주적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치러진 마을의회 선거에서 7883석 중 22%만 경선을 통해 당선자가 나왔고, 62%는 무투표로 당선됐다. 의원이 선출되지 못한 의석 비율도 16%에 달했다. 웨일스 정부는 마을의회 선거에서의 경쟁 소멸 원인으로 △낮은 마을의원 인지도 △폐쇄적 의회 운영 문화 △후보자에 가해지는 과도한 비용·시간 부담 △코옵트(경쟁자 회유) 관행 등을 언급했다.

싱가포르는 총선에서 무투표 당선 발생이 잦은 나라다. 원인은 집권당의 강력한 독점 구조에 있다. 1959년 이래 집권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 인민행동당(PAP)은 2025년 총선에서도 97석 중 5석을 무투표 당선으로 얻어냈다. PAP 독점 경향은 과거엔 더 심했다. 2001년 총선에선 전체 84석 가운데 55석이 무투표로 PAP에 돌아갔다. 로이터 통신은 "야권의 조직력 부족과 높은 정치 진입장벽, 집권당 장기 우위 구조가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는 장기적으로는 야권이 전국 단위 후보를 적극 공천하면서 총선 경쟁이 다소 확대됐다. 무투표 당선 자체를 직접 제한하는 제도 개혁은 없었지만, 정부가 야당 의석이 부족하더라도 의회 내 최소한의 반대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비선거구 의원(NCMP·총선에서 낙선한 고득표 야당 후보에게 부여되는 의석) 제도를 확대했다. 이는 '경쟁 자체를 복원'하기보다, 경쟁 부족의 후유증을 완충하려는 접근에 가깝다는 평가다.

무투표 당선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보통 문제 해결을 위해 '무투표 당선' 자체를 금지하기 보단 '후보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선거공영제 확대, 지방의원 겸직 제한 완화, 육아·간병 제도 개선, 여성·청년 출마 지원 확대 등을 추진했다.

웨일스는 단기이양식 비례대표제(STV·유권자가 정당이 아닌 후보자 개인에게 투표하되, 후보 명단에 1순위, 2순위 등의 선호 순위를 매겨 기표하는 선거 제도), 장애인 후보 비용 지원, 후보 교육·지원 확대 등 도입을 추진했고, 뉴질랜드 또한 선출직 보수 확대 논의, 전국 단위 STV 확대 논의 등에 나섰다.

한국은 후보를 위한 환경 개선보단 법안을 통해 '무투표 당선'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은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을 방지하고, 특정 지역에서의 일당 독점을 막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국민 정서에서, 선출직에 도전하는 이들의 여건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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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01 00:00 입력 : 2026.06.01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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