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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정당①] "우리 당은 불법입니다"…법 밖의 '지역정당' Only
은평·영등포·과천 '지역정당' 인터뷰 "지역 의제 다뤄야…피부 닿는 정치 필요" "양당 체제, 주민보다 공천권자 영향 커"

은평·영등포·과천 '지역정당' 인터뷰
"지역 의제 다뤄야…피부 닿는 정치 필요"
"양당 체제, 주민보다 공천권자 영향 커"


지난달 27일 은평민들레당과 직접행동 영등포당 구성원들이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인 김원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왼쪽부터), 채훈병 은평민들레당 사무처장, 윤현식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 이용희 직접행동 영등포당 대표. /정채영 기자
지난달 27일 은평민들레당과 직접행동 영등포당 구성원들이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인 김원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왼쪽부터), 채훈병 은평민들레당 사무처장, 윤현식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 이용희 직접행동 영등포당 대표. /정채영 기자

'금지된 정당.' 지역에서 출발한 풀뿌리 정치 조직들이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한다. 현행 정당법상 지역정당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정책을 고민하며 스스로를 '정당'이라 부르는 이들이 존재한다. <더팩트>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도 밖에 놓인 지역정당의 실태와 한계, 그리고 가능성을 짚어봤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변화와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왜 지금 한국 정치에 지역정당 논의가 필요한지, 지역에서 시작된 정치가 과연 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6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김시형 기자] 가장 바빠야 할 선거철, 가장 한가해지는 정당이 있다. 법적으로는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정치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지역정당'이다. 당이라는 이름조차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제도 속에서도 이들은 지역 현안을 붙들고 주민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서울 은평구와 영등포구, 경기도 과천에 베이스캠프를 둔 지역 정당 구성원들을 만났다. 생업을 가진 이들은 일과를 마친 뒤 다시 지역으로 모여 회의를 하고 현안을 논의하며 지역 정당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방 소멸과 지역 불균형이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들은 기존 양당 중심 정치 구조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전국 단위 정당만으로 지역의 삶과 의제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우리는 지역정치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은평에 대한 성찰과 비전, 이웃이 겪는 문제를 논의하는 열린 공론장을 만들고 공론이 흐르게 해야 합니다. 풀뿌리에서 분출되는 활동과 대안이 청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결정하는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은평민들레당 강령 중

은평민들레당은 지역 의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정치가 없다는 점에서 지역 정당의 필요성을 찾았다. 채훈병 은평민들레당 사무처장은 "선거 시기가 되면 지역에서 몇 년 동안 싸워온 의제들이 중앙 정치 이슈에 묻혀버렸다"며 "지역 활동가들이 오히려 선거 때 더 무력감을 느끼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정당을 금지하는 지금의 제도가 오히려 특수한 것"이라며 "1962년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진 정당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9년 만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지역 정당 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이들은 직접 창당하기로 했다. 정당법상 당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하고, 강령과 당헌을 만들었다. 결과는 반려였다. 현행 정당법상 지역 정당은 인정되지 않고, 중앙당과 5개 이상 시·도당, 시·도당별 1000명 이상의 당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윤현식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이 엮은 지역정당과 은평민들레당의 강령집. /정채영 기자
윤현식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이 엮은 '지역정당'과 은평민들레당의 강령집. /정채영 기자

영등포 지역 정당의 출발도 비슷했다. 이용희 직접행동 영등포당 대표는 지역 주민자치와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정권과 지방권력이 바뀔 때마다 주민들의 활동과 정책이 사라지는 현실을 반복해서 지켜봤다. 이 대표는 "주민들은 다 기억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게 없던 일처럼 사라졌다"며 "주민들의 기억과 활동을 담아낼 정치적 그릇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 주민들의 피부에 닿는 정치는 지역 정당에서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당 이름 몇 글자가 들어간 현수막조차 걸 수 없었다. 은평민들레당은 은평구의 봉산 개발 반대와 서울혁신파크 보존 활동 과정에서 주말과 공휴일에 현수막을 걸고 평일이 되기 전 철거하기를 반복했다. 공무원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채 사무처장은 "토요일에 걸고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철거했다"며 "당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포기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도 직접 창당에 나섰던 사람들이었다. 기존 방식으로 막히면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었다. 은평민들레당은 정의당·진보당 등 정식으로 등록된 정당 이름 옆에 '은평민들레당' 여섯 글자를 함께 올리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지역 정당 이름만으로는 걸 수 없던 현수막은 '공동 명의'로 은평구에 걸렸다.

은평민들레당은 지난 2025년 9월 원내정당·일정 득표율 이상 정당에만 현수막 게시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에 대해 소수정당 탄압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은평민들레당이 게시한 기자회견문. /은평민들레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은평민들레당은 지난 2025년 9월 원내정당·일정 득표율 이상 정당에만 현수막 게시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에 대해 "소수정당 탄압"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은평민들레당이 게시한 기자회견문. /은평민들레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당으로서 인정도, 보조금도 받지 못하지만 정치적 책임과 부담은 그대로였다. 지역 활동 과정에서 정치인 취급을 받으며 제약을 겪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역 주민들의 권유로 한 지역 단체의 협의회장을 맡았다가 '창당한 사람', 즉 정치인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웃픈 상황을 겪기도 했다. 주민 투표를 거쳐 선출됐지만 이후 동 주민센터 측에서 정치적 중립 문제를 언급하며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필요할 때는 정치인이라고 하고, 아닐 때는 그냥 주민 모임 취급을 한다. 좋은 건 없고 제약만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다 보니 당원들의 동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선거철은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의 시간이다.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인 김원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는 "당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뭔가 해보기를 바라는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힘을 모으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활동이 눈에 띄지 않을 때면 당원들 사이에서도 요즘 뭘 하고 있느냐는 질책이 나오기도 한다. 김 이사는 "지역 현안을 발굴해 캠페인이나 서명 운동 등 새로운 공감대를 만들어보고 싶다"면서도 "구성원들 모두 각자의 생업이 있고, 저 역시 개인 직업과 협동조합 활동 등을 병행하고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들 대부분은 직장 생활이나 협동조합 활동 등 각자의 생업을 병행하며 저녁 시간과 주말을 쪼개 정당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존 정당처럼 상근 활동가나 사무 조직을 둘 수 없는 탓에 활동에 구조적인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윤현식 은평민들레당 운영위원은 "갑자기 일이 생기면 회의조차 못 오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처럼 상근자와 조직 체계를 갖춘 정당과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은평구의 생태 복원을 촉구하는 은평민들레당의 논평과 직접행동 영등포당의 활동 포스터. /은평민들레당 직접행동 영등포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은평구의 생태 복원을 촉구하는 은평민들레당의 논평과 직접행동 영등포당의 활동 포스터. /은평민들레당 직접행동 영등포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과천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역 정당 움직임이 시작됐다.

과천시민정치당은 과천이라는 작은 도시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생활협동조합과 대안학교, 공동육아 등 풀뿌리 공동체 문화가 비교적 일찍 자리 잡은 지역이라는 점이 배경이 됐다.

구자동 과천시민정치당 대표는 "2014년만 해도 과천 유권자가 5만명 정도였다. 정말 작은 도시다 보니 시민들이 서로를 알고 직접 의견을 주고받는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운 분위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누구 집 아이인지 서로 알 정도였고, 피아노를 가르쳐주면 미술을 알려주는 식의 '과천토리' 같은 공동체 문화도 있었다"며 "지역 공동체가 신뢰 속에서 꽃피우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실제 과천은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기존 정당에 속하지 않은 시민 후보들이 시의회에 진출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시민 후보로 출마한 여성 시의원 2명이 당선됐다. 이들은 당시를 '직접민주주의의 호시절'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10여 년 사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재건축이 이어지며 공동체 문화가 약해졌고 지역 네트워크도 상당 부분 끊어졌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예전에는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던 동네였는데 지금은 아파트 숲이 되면서 담장도 높아지고 공동체도 많이 사라졌다"며 "지역 활동을 해도 눈에 잘 띄지 않고 성취감도 크지 않다. 중앙정치처럼 언론 조명을 받는 것도 아니다 보니 활동가들의 피로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현재 지방정치 구조는 지역 주민보다 정당 공천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 꺼진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 DB
현재 지방정치 구조는 지역 주민보다 정당 공천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 꺼진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 DB

이들은 현재 지방정치 구조가 지역 주민보다 정당 공천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추경숙 운영위원은 "예전에는 동네 부동산 사장님이나 학원 선생님처럼 지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무소속으로도 지방선거에 많이 출마했다"며 "지금은 정당 공천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서 개인이 지역 정치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초의회에서라도 3인·4인 선거구가 확대돼 다양한 후보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 정당 허용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고 입을 모았다. 구 대표는 "지방선거가 지역 자치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벤트성 정치처럼 '스포츠 경기'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지가 다양해야 하는데 현실은 사실상 양당 중심 구조로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이 시·도의원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주민보다 공천권자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어느 날 갑자기 공천을 받아 내려온 인물이 후보가 되는 경우도 많다. 시민의 선택보다 정당 조직 논리가 우선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의 논의도 촉구했다. 구 대표는 "정치개혁 논의는 늘 후순위로 밀린다"며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지역정당 논의도 진전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희 공동대표 역시 공천권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김 대표는 "지방자치는 지역 일꾼을 주민이 직접 선택하는 구조여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중앙당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며 "적어도 기초의회 정도는 정당보다 지역 활동과 주민 신뢰를 중심으로 평가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도 변화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꾸준한 관심도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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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12 00:00 입력 : 2026.05.12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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