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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진짜 얼굴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최근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구속됐다. 사진은 성북구에 자리 잡은 일광그룹 본사./성북구=오경희 기자, 서울신문 제공 |
'무기중개업부터 교육에 연예사업까지'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그는 올해 초 연예인 클라라와 성희롱 문자 의혹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연예기획사 대표로 세간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무개중개업에 교육·복지 등 다섯 여개의 계열사를 둔 한 그룹의 오너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장의 '과거'다. 그는 2009년 '방산비리(불곰사업, 러시아 무기도입사업)'로 구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다른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해 그는 최근 다시 검찰에 구속됐다. 방위사업청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사업을 중개하며 사업비를 부풀려 빼돌린 혐의다. 이 과정에서 돈 세탁 출처로 지목된 교회와 관련해선 따로 정리했다([TF추적② 무기중개상 이규태] 회사 근처 교회를 돈 세탁 창구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일광그룹의 모기업격인 일광공영(무기중개업)부터 이 회장의 아들들이 대표로 있는 계열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조만간 두 아들을 구속할 방침이다. <더팩트>는 일광그룹의 '경영 구도'를 집중 분석했다.
◆ 아들부터 아내까지 '가족 경영'

일광그룹의 경영 구도는 대기업과 같은 '세습 경영'이다. 19일 주식회사인 3개 계열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및 감사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을 비롯해 아들과 아내 등이 번갈아 맡아왔다.
일광그룹의 시작엔 일광공영이 있다. 경찰 출신의 이 회장은 1985년 무기중개상으로 변신해 일광공영을 설립했다. 법인 등기부상 1991년 주식회사로 등기한 일광공영은 군납업과 의료 장비 판매업, 무역업 등을 목적으로 하며, 이 회장은 1992년 대표이사로 등기했다. 1년 뒤 아내 유 모(54) 씨는 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8년(2010년) 뒤 장남 이종명(40) 씨가 대표이사에 올랐다가 퇴임하고,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사내이사다. 상법상 정확히 말하면 대표이사는 아니고, 장남은 대표 권한을 행사하는 대표자이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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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경영' 19일 일광그룹의 3개 계열사(주식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및 감사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을 비롯해 아들과 아내 등이 번갈아 맡아왔다. 일광그룹 본사 정문./성북구=오경희 기자 |
일광공영 설립 후 15년간 이 회장은 방위산업에만 집중했다. 일광공영에 이어 2001년 설립한 일진하이테크는 이 회장의 차남 이종찬(33) 씨가 대표자이사(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 때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회장의 아내 유 씨는 2009년 감사를 맡았다. 일진하이테크는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다수 민수사업과 방위사업을 하고 있으며, 500억 원대 공군 전자전 장비 중개료를 빼돌린 혐의 사건에서 납품대금을 부풀리는 과정에 개입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열사 확장에 나선다. 학원에서 연예계까지 무기중개와는 연관성이 없는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2001년 성북구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를 인수해 일광학원을 세웠고, 이사장에 취임했다. 2005년에는 일광복지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노인의 날을 맞아 표창을 받았다. 2006년에는 일광폴라리스를 설립했다.
◆ "기무사령관이 기획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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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광폴라리스의 묘한 대표이사 변경' 연예 기획사인 일광폴라리스의 대표 이사로 2010년 8월 김영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광그룹 본사에 있는 일광폴라리스 간판./성북구=오경희 기자 |
눈에 띄는 점은 일광폴라리스(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임원 변경 사항이다. 등기부상 2006년 설립 후 2009년 장남 이 씨가 대표이사였다가 8월 퇴임했고, 2010년 8월 12일자로 김영한 씨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에 오른다. 장남 이 씨는 대표이사에서 사내이사로 바뀐다.
2012년까지 2년간 일광폴라리스 대표를 맡은 김 씨는 전 국군기무사령관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미주한인 언론주간지 '선데이저널'은 "2009년 8월 국가기밀인 국군기무사령부 신축 설계도가 유출됐고 당시 국군기무사사령관은 김영한 장군이었다"면서 "전역한 뒤 김 장군이 일광계열사 대표이사로 취직한 것은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이 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은 방위사업 관련 검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건이 일광공영 사무실에서 발견돼 국방부 고위 인사와의 '검은 커넥션' 의혹을 받았지만 제대로 밝혀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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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광폴라리스 등기 봤더니' 일광폴라리스 등기부등본 임원 변경 내역./등기부등본 갈무리 |
현재 대표는 누굴까. 언론에선 일광폴라리스 대표를 이 회장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법률상 대표 권한을 가진 사람은 이 회장의 아내 유 씨다. 유 씨는 지난해 등기부상 사내이사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리하면 앞서 일광공영의 대표격인 장남 이 씨도, 일광폴라리스의 대표격인 아내 유 씨, 일진하이테크 대표격인 차남도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유일하게 등기부상에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상법상 대표이사 없이 사내이사 한 명이 등기할 경우, 해당자를 대표자이사로서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한다. 이는 (일광그룹과 별도로) 대기업들이 실소유주는 따로 있으면서 상속세를 피하고자 할 때 쓰는 수법 중 하나"라면서 "이 경우 모든 계약은 대표자이사와 했을 때만 유효하다. 다만 표현대표이사제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대표 권한을 행사할 경우 제3자가 이를 입증하면 권리를 보호받을 순 있다"고 설명했다.
일광그룹에 문의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담당자도 없고, 연락처도 알려 줄 수 없다"며 잘라 말했다.
[더팩트 ㅣ 성북구=오경희 기자 ar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