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② 무기중개상 이규태] 회사 근처 교회를 돈 세탁 창구로?
입력: 2015.03.20 12:39 / 수정: 2015.03.20 12:40
합수단, 교회 압수 수색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최근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돈 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시 성북구 모 교회를 압수 수색했다./성북구=오경희 기자
합수단, 교회 압수 수색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최근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돈 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시 성북구 모 교회를 압수 수색했다./성북구=오경희 기자

"A교회, 과거 이규태 회장 돈 세탁 창구 의혹"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을 둘러싼 '방위산업 비리' 의혹의 줄기엔 한 교회가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최근 방사청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사업을 중개하며 사업비를 부풀려 빼돌린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비자금 세탁 창구로 지목되고 있는 모 교회를 중심으로 자금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교회는 2009년 이 회장이 불곰사업(러시아 무기도입사업)으로 구속되고, 징역형을 받았을 당시에도 돈 세탁 창구로 지목됐다.

과연 이 교회와 이 회장은 어떤 관계일까. <더팩트>는 18일 서울 성북구에 자리 잡은 A 교회를 직접 찾아 이 회장의 흔적을 뒤쫓았다.

◆ 일광그룹과 교회 거리 불과 170m

일광그룹과 교회 사이 일광그룹 본사 건물과 A 교회 사이 거리는 지도상 불과 170m다./다음 지도 갈무리
'일광그룹과 교회 사이' 일광그룹 본사 건물과 A 교회 사이 거리는 지도상 불과 170m다./다음 지도 갈무리

1985년 일광공영을 시작으로 다섯 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일광그룹은 성북구를 중심으로 터를 잡았다. 그룹 본사와 계열사 그리고 A 교회도 모두 이 지역에 둥지를 텄다.

일광그룹 본사 건물과 A 교회 사이 거리는 지도상 불과 170m다. 실제 성인 여성 걸음으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교회는 지하 3층에 지상 5층으로 연면적 9784.31㎡ 규모다.

주목할 곳은 교회 3층이다. 이 회장은 이곳에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도 지난 16일 이 교회 3층을 찾아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텅빈 교회 3층 사무실 합수단은 지난 16일 이 교회 3층을 찾아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취재진이 이날 찾은 교회 3층은 텅 비어 있었다. /성북구=오경희 기자
텅빈 교회 3층 사무실 합수단은 지난 16일 이 교회 3층을 찾아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취재진이 이날 찾은 교회 3층은 텅 비어 있었다. /성북구=오경희 기자

합수단은 최근 이 교회 목사의 동생이자, EWTS(공군 전자전 훈련장비)사업 물량을 다단계 하도급 형태로 넘겨 받은 일광 계열사 임원 조 모 씨를 구속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려 빼돌리는 과정에, 교회를 동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이 이날 찾은 교회 3층은 텅 비어 있었다.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굳게 잠긴 사무실 문과 흐트러진 신발 만이 취재진을 맞았다. 이날 일부 신도를 만났으나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취재진을 극도로 경계했다.

◆ 이 회장은 장로, 목사와 어떤 관계?

이규태 회장의 흔적 교회 내부 3층 구석 한쪽 벽엔 이 회장이 2008년 교회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성북구=오경희 기자
이규태 회장의 흔적 교회 내부 3층 구석 한쪽 벽엔 이 회장이 2008년 교회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성북구=오경희 기자

그러나 교회 내부에선 이 회장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3층 구석 한쪽 벽엔 이 회장이 2008년 교회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교회 창립 60주년 기념 팸플릿엔 교회 목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이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1985년부터 무기중개업을 해온 일광그룹의 주력기업 일광공영도 '그리스도의 빛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규태와 목사 나란히 교회 홈페이지를 보면 이 회장은 이 교회의 시무장로다. 교회 창립 60주년 기념 팸플릿엔 교회 목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교회 팸플릿 갈무리
이규태와 목사 나란히 교회 홈페이지를 보면 이 회장은 이 교회의 시무장로다. 교회 창립 60주년 기념 팸플릿엔 교회 목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교회 팸플릿 갈무리

교회 홈페이지를 보면 이 회장은 이 교회의 시무장로다. 한 신도의 블로그를 보면 이 회장과 현재 일광폴라리스 대표자이사 아내 유 모(54) 씨, 일광공영 대표자이사 장남 이종명(40) 씨, 일진 하이테크 대표자이사 차남 이종찬(33) 씨와 손자녀들이 함께 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교회 측은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명함만 주고 가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더팩트 ㅣ 성북구=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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