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을 서시오~." 선거철이 되면 평소보다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무속인들. 어디에 '줄'을 서야 '한자리'를 딸지 묻기 위해 정치인들은 알음알음 이들을 찾는다. 6·4 지방선거를 약 50여일 앞두고 <더팩트> 취재진은 13일 서울 시내 유명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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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철이 되면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이 는다. 대선 후보들 또한 점집을 찾아 당선 여부를 가늠한다. 서울 시내 점집. /논현동=홍지수 인턴기자. |
[논현동=홍지수 인턴기자] '점은 미신일까, 아닐까.'
해석은 분분하지만 선거철이 되면 의외로 '점'에 명운을 거는 정치인들도 있다. 무속인들은 이런 류의 정치(후보)인들이 반갑다. 대목장의 고객이다. 사실 당선 여부는 복불복이다. 50 대 50의 확률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몇 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투자하기를 아끼지 않는다.
이는 대선 후보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과거 대선 후보들이 중국 태산을 찾아가는 것도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과 어찌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무속인들은 "50대 50의 확률 게임에서 당선(인)을 맞춘다면 (이를)굴러온 '대박'"이라고 말한다. (▶관련 기사 [점집 찾는 정치인 ⓛ] 질문은 단 하나, "어느 당으로 가야 붙나요?")
◆ '기자회견 날짜·장소 '작은 것'도 점괘로'
일부 단체장과 정치인들은 '세심한' 부분까지 알아보려고 점집을 찾는다. 강남 논현에 있는 한 점집의 관리인 A씨는 "많은 정치인들이 당선 여부 뿐만 아니라 출마 기자회견 날짜, 사무실 이전 장소 등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물으러 온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서 더 자주 점을 보러 다니고 있다. 무속인들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이 많지만, 요즘에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많이 의뢰하고 있다고. 얼굴이 알려진 만큼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본인이 직접 오지 않고 대리인을 시켜 사주만 들고 온다. 또한 대놓고 어느 쪽 줄을 서야하는지 묻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정치인들이 "선거 관련 당락의 결정을 묻기도 하지만 선거국면이 아닐때는 재산 형성과 부동한 취득 시기에 대한 점을 보러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또 자녀들의 병역 문제나 혼사에 관한 점을 보기 위해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점집을 찾은 한 시민 고 모(28·여) 씨는 "생·년·월·시 등 사람이 타고난 운명이 있는데 그러한 것을 알아보러 가는 것 같다"며 "전적으로 심적 불안으로 위안을 얻기 위해 점집을 찾는 것 같다"며 "정치인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 대선 후보도 점집 찾아…점성촌을 찾은 대통령은?
A씨에 따르면 대선 후보들 역시 '점'에 명운을 건다고 말했다. 강남 압구정에 있는 한 점집의 무속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정치인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점을 본 것으로 안다"며 "당시 무속인은 '올해는 여자가 일 할 운'이라고 사주를 풀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느 누가 점집을 찾았는지 사실확인은 안되지만 무속계에서 한동안 나돈 이야기다.
임기가 끝난 전 대통령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0년 여의도로 당사를 옮기면서 기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무속인 말에 따라 관훈동 구 당사에 자기 사진을 남겼다는 말은 정가에 회자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선친의 묘를 옮긴 뒤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말이 한때 나돌았다.
과거 야당 대표였던 한 원로 정치인은 경기도의 한 절에서 점을 본 뒤에야 큰 일을 결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름을 대면 쉽게 알수 있는 한 정치인은 예전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당을 탈당할때 "대운이 기다린다"는 역술가 얘기를 측근에게 듣고서 단행했다는 풍문도 여의도에서 회자됐다.
'믿거나 말거나' 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역술가, 무속인 등의 말 한마디를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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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이 점집을 찾아 점을 보고 있다. /논현동=홍지수 인턴기자 |
◆ "정치인들, 점값은 깍지 않는다…선거후 A/S도"
정치인들은 점 한 번 보는데 일반 시민들 2~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다. 점을 보거나 굿판을 벌이는 경우는 선거철이 되면서 더 자주 벌어지고 있다. 무속인 B씨는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이 점을 많이 보려 하지만 요즘에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많이 의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굿 한 번에 드는 돈은 평균 300만~500만원 정도. 무속인들에 따르면 정말 유명한 무속인들은 일반 시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지불한다. B씨는 "정치인들이 굿을 벌이거나 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상황에 따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당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명운'이 걸린 만큼 비싼 값에도 비용을 깎지 않는다. 선거철은 점집도 특수를 누린다.
A 철학관 모 스님은 "선거 예측으로 돈 벌이가 짭짤하다. 후보자들이 역술가의 말을 주의깊게 듣는 데다가 돈을 비싸게 불러도 깎지 않기 때문"이라며 "비싼 비용을 받는 만큼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안부를 묻고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선거후 당선이 되면 양쪽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일종의 A/S도 이뤄진다고 한다.
외부 시선을 고려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인들마저도 선거전에서 자신의 명운을 알고 싶은 것은 여타 세속인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게 대다수 무속인들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