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찾는 정치인 ⓛ] 질문은 단 하나, "어느 당으로 가야 붙나요?"
  • 오경희 기자
  • 입력: 2014.04.14 11:23 / 수정: 2014.04.14 11:58

"줄을 서시오~." 선거철이 되면 평소보다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무속인들. 어디에 '줄'을 서야 '한자리'를 딸지 묻기 위해 정치인들은 알음알음 이들을 찾는다. 6·4 지방선거를 약 50여일 앞두고 <더팩트> 취재진은 13일 서울 시내 유명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많은 무속인들이 서울 성북구 돈암동과 종로구 낙원동 근처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다. /성북·종로=윤미혜 인턴기자.
많은 무속인들이 서울 성북구 돈암동과 종로구 낙원동 근처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다. /성북·종로=윤미혜 인턴기자.

[성북·종로=윤미혜 인턴기자] "여당으로 갈까요, 야당으로 갈까요?"

선거철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의 단골질문이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여야' 상관없이 '무조건 당선'을 바라는 것이라고 무속인들은 전한다. 이는 1970~1980년대 계파 정치가 뚜렸했던 시절과 달리 '당'보다 '인물' 중심의 선거로 변한 시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취재진이 만난 무속인들은 "정치인들의 제1목표는 정치 신념 또는 소신과 상관 없이 '당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련 기사 [점집 찾는 정치인 ②] 정치인 '점'은 확률 게임…맞추면 '대박')

◆ "종교도 묻지마라! '당선 줄'을 잡아라"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선' 여부다. 종로구 원남동에서 10년째 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송명희(56. 무속인) 씨는 "예전에 비하면 어느 당이든 소속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요즘 보면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당선되는 게 목표다. 야당이나 여당, 어느 쪽으로 가는 게 유리한지 물어본다"고 귀띔했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 늘어선 길거리 점집./ 종로=윤미혜 인턴기자
서울 종로구 일대에 늘어선 길거리 점집./ 종로=윤미혜 인턴기자

'당선'을 위해서라면 '종교'도 뛰어넘는다. 송 씨는 "기독교를 믿는 정치인의 경우 부인이나 친척들이 가서 본다. 실제로 출마 시기를 조정해 올해 나가면 안 된다고 해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경우(정치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개명'까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무속인들은 "정치인들은 생활권이 중, 고등학교부터 형성돼 인맥을 유지하다 보니 이름을 쉽게 바꾸진 않지만, 너무 안 좋은 이름의 경우 명함에 새겨서 따로 쓰는 간접 이름을 준다"고 밝혔다.

이들이 무속인과 '접촉'을 하는 것은 '007 작전'을 방불케한다. '단골집'이 있을 것 같지만 '천기누설(?)'의 가능성이 있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종로구에서 15년째 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지선(62. 무속인) 씨는 "선거철에 특정한 점집에 몰린다는 건 거짓말이다. 정치인들은 자기들끼리 겹치지 않게 한다"며 "정치는 입조심이 가장 중요하다. 한집에 정치인이 몰린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점술인들과 정치인들 사이에 '단골손님 룰'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 오프라인 손님 줄고…인터넷·모바일 인기

안드로이드 구글에서 찾은 사주사이트만 해도 250여개에 달한다. / 구글 안드로이드 캡처
안드로이드 구글에서 찾은 사주사이트만 해도 250여개에 달한다. / 구글 안드로이드 캡처

비밀보장과 익명성을 따지는 정치(후보)인들의 습성상 최근에는 미아리 점성촌을 직접 찾는 정치인들이 예전보다는 많지 않다고 한다. 점집을 찾는 방법이 오프라인에서 인터넷·모바일로 넘어간 영향도 크다.

박 씨는 "익명으로 하는 전화(電話)점이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점집에는 자동응답시스템(Automatic Rsponse System) 상담 건수가 많이 늘었다"며 "점집을 찾았던 정치인들이 인터넷과 온라인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집 시장의 판도가 스마트기기와 인터넷으로 넘어가면서 점술인들도 사무실을 나와 '바깥'으로 고객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서울 미아리에서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심 모(63)씨는 "점쟁이의 실력에 따라 손님이 늘어나거나 줄지 않는다"며 "시대가 변해서 길거리 점집이나 인터넷 ARS로 점을 많이 본다.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출장영업을 해야 겨우 유지가 된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인들은 여전히 다른 방법으로 점집을 찾아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논현동에 사는 최재욱(30. 회사원) 씨는 올바른 정책과 신념을 지키고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분들이 점집에 의존하는 건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mh.yoon@sportsseoul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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