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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이 던진 ‘700㎞의 함정’...북한 미사일보다 무서운 심리전 [이우탁의 인사이트] Only
‘확장억제-미사일 방어’에 대한 신뢰 흔들려는 의도 다분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 주시하며 냉철한 대응해야

‘확장억제-미사일 방어’에 대한 신뢰 흔들려는 의도 다분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 주시하며 냉철한 대응해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 뒤 12시간여 만인 지난 3일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고 공개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 뒤 12시간여 만인 지난 3일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고 공개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 뒤 12시간여 만에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고 공개 천명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지난 3일 발표를 보면서 필자는 ‘흥미로운 숫자’라는 표현을 주목했다.

김 부장은 "한국의 합참은 미사일이 700㎞ 이상, 일본의 방위성은 약 680㎞이라고 각각 발표했다. 흥미로운 숫자"라고 일갈한 뒤 "매번 파도식 비행궤도 방식을 적용했을 때 적들은 1차 도약점 이후부터는 목표를 소실했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미사일이 포물선 하나로 날아가지 않고 물수제비처럼 대기권 가장자리에서 튕기며 날아갔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보유한 레이더는 첫 도약 구간까지만 봤다는 얘기이다.

다시말해 ‘700㎞ 내외’라고 한일 양국이 언급한 실제 사거리는 그냥 ‘보여진 구간’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구곡률 때문에 탐지에 한계가 있다는 한국과 일본의 설명을 구차한 변명이라 일축했다. 한일 양국의 발표한 숫자를 북한식으로 다시 읽어준 김 부장의 말에는 몇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사거리의 재정의이다. ‘700km’가 탐지의 한계선이 된다면 진짜 사거리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내포돼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방어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른바 ‘파도식 궤도’는 탄도미사일의 예측 가능한 포물선을 깨는 만큼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확장억제와 미사일 방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말이 된다. 또 변수의 다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최근 도입한 기술로 목적과 대상에 따라 최소 4가지 비행궤도를 설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궤도가 하나면 방어는 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네 가지면 방어도 네 배로 고민해야 한다. 발사를 직접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기술을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다는 확신을 표했다"고도 전했다.

또 '특수한 사명'을 언급했는데, 이는 탄두에 핵 탑재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15번째이자, 지난달 20일 이후 13일 만이다. 특히 이번 발사를 놓고 북한은 시험발사가 아니라 ‘훈련’이라고 불렀다. 개발 단계의 실험이 아니라 실전 배치된 부대가 운용 훈련을 했다는 얘기다. 기술을 자랑하는 데서 나아가 '이미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이 발생한 이후 12일 만의 무력 도발 직후 이런 ‘도발적 발표’를 한 북한의 의도는 다분히 심리전 요소를 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향한 위협용 능력을 과시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기술을 강조한 것은 북한 내부의 결속과 대외협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숫자’를 운운하며 ‘파도식 궤도’를 강조한 북한은 담론의 전장에서 상대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의성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연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천명한 이후 지금까지 기회있을 때마다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내달 미국 중간선거와 중국이 의장국으로 선전에서 개최할 아태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주장한 추적 회피 능력과 기술 수준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당국은 정밀 분석 결과를 공유하며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확인되기 전에 ‘공포’부터 갖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시나리오이다. 중요한 것은 미사일 궤적 못지않게 그 뒤에 숨은 전략을 정밀하게 읽어내는 안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의욕을 생각하면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우호의 손짓은 갈수록 노골화될 것이며, 그럴수록 북한의 행보는 더욱 세계의 관심을 끌 것이다.

올 가을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기류가 복잡해질수록 냉정한 정세판단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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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5 00:00 입력 : 2026.10.05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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