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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견해 차이로 시작된 갈등이 서로 다른 정치 정보를 접하고 신뢰하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이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밥상에 정치가 오르면 가족도 남이 된다. 지지 정당과 세대 차이로 시작된 갈등은 이제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한 정보의 진위를 둘러싼 충돌로 번지고 있다. 다툼을 피하려 정치 뉴스를 끄고 대화를 삼가는 사이,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도 정치가 금기어가 됐다. <더팩트>는 추석을 앞두고 일상을 파고든 정치 갈등의 현장과 SNS가 바꾼 정치 대화의 풍경을 두 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정치적 견해 차이로 시작된 갈등이 서로 다른 정치 정보를 접하고 신뢰하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하는 정보가 달라지면서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기존의 지역·세대별 정치 성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같은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가족 사이에서도 정보의 신뢰성을 두고 충돌하고, 젊은 층에서는 SNS에서 접한 정치적 주장을 놓고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족 대부분이 경상도 출신으로 보수 성향이라는 강 모(29·남) 씨는 할아버지가 극우 성향 유튜브를 즐겨 보면서 과격한 발언을 자주 하게 됐다고 전했다. 강 씨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장인어른, 그거 가짜뉴스예요. 그런 거 다 믿으시면 안 돼요"라고 설득했지만, 오히려 언쟁으로 번졌다. 이후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정치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게 됐다.
광주에 거주하는 김 모(28·여) 씨는 사촌동생과 지방선거 투표 문제를 두고 크게 다퉜다. 김 씨에 따르면 사촌동생은 지방선거 직후 극우 성향 SNS에서 제기된 선거관리위원회와 이재명 대통령 간 연관성 의혹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김 씨가 선관위는 독립된 기관이라며 반박하자 사촌동생은 금품 수수와 외부 지시 의혹을 주장했다. 비상계엄까지 정당화하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언쟁은 더욱 격해졌다.
김 씨는 "정치의 '정' 자도 모르던 애가 어디서 보고 배웠나 싶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정치 관련 콘텐츠를 접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그런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접하다 보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정치적으로도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대화 자체를 피하게 된 연인도 있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김 모(29·남) 씨는 여자친구와 부동산 정책 등 사회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다퉜다고 털어놨다. 여자친구는 다주택 소유를 규제해야 한다고 봤지만, 김 씨는 개인의 재산권과 선택을 제한하는 데 반대했다. 사회적 사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 씨는 "결국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자체가 달라서 싸우게 됐다"며 "지금도 정치 문제로 갈등이 반복되고 있어 아예 정치 관련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한 뒤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그는 "일상적인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다가도 결국 정치 문제로 번지다 보니 이제는 사회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이들 중 일부는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SNS의 추천 알고리즘을 지목했다.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해서 접하면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정치 문제로 갈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직장인 정 모(32·여) 씨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을 이틀간 시청한 뒤에도 유사한 콘텐츠가 추천 영상에 계속 등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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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콘텐츠의 수익 구조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회 수와 구독자, 후원금 등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만큼 분노와 적대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생산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22대 국회 후반기 정기국회 개원을 기념하는 단체사진 촬영을 기다리고 있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더팩트 DB |
정 씨는 "이용자가 특정 정치 콘텐츠를 반복해서 시청하면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계속 접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주장만 반복해서 접하고 반대되는 정보나 논리는 접하지 않는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씨 역시 "각자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게시물에 익숙해지고 반대 성향의 게시물에는 거부감이 강해진다"며 "문제는 이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치 콘텐츠의 수익 구조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회 수와 구독자, 후원금 등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만큼 분노와 적대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생산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 씨는 "정치적 성향이 어느 쪽이냐의 문제라기보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며 "정치적 갈등이 콘텐츠가 되고, 갈등이 커질수록 다시 콘텐츠의 영향력도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SNS 자체보다 현실의 사회적 갈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씨는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계속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측면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회적 갈등의 진짜 진원지는 화면 밖 현실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치솟는 주거비와 좁아진 기회의 문, 젠더 갈등 등을 거론하며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와 정책이 오히려 섣부른 행정과 편 가르기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SNS를 통한 정치 정보의 확산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부정선거 관련 문자가 자주 온다. 그럴 때마다 궁금해서 번호를 저장해 확인해 보면 앳된 학생들이 많다"며 "어디서 무엇을 보고 이런 주장을 접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 의원들도 당원들로부터 SNS를 통해 접한 근거 없는 정보를 담은 문자를 많이 받는다"며 "SNS가 정치적 인식이나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 역시 SNS를 통한 정치적 갈등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직접 발신하고, 정치 유튜버들이 이를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영향력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런 문제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쇼츠 정치, 유튜브 정치의 시발점도 정치인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표를 얻으려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한 것 같다"며 "결국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해온 행동들이 지금의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조회 수나 강성 지지층의 반응을 의식해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정치적 공방에 활용하기보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설명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족과 친구 사이의 대화마저 단절되는 현 상황을 정치권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bongou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