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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며 제청 철회와 재제청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조 대법원장. /대법원 |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이 대법관 후보군에 이견을 보이는 것을 '대법원장 제청권 침해'이자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에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중잣대'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 최종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역대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협의가 이뤄져 왔다며 조 대법원장을 집중 질타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실이 대법관 제청 전 특정 후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해당 후보가 제청될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보류할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이후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은 대통령실이 부정적으로 본 것으로 알려진 후보들이 아닌 다른 인사들을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했다.
이를 두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과거와 최근 발언에서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지난달 법사위에서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강조했다. 그는 "대법관을 임명할 때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고 제청권자는 대법원장"이라며 "제청은 과정이고 대통령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사전 조율을 한다"며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의 이번 제청을 두고도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의 숙의, 협의가 안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준을 해 줄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한번 싸워 보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6월 KBC광주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대법관 후보군 일부에 이견을 보인 데 대해 "대법원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이자 헌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시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경험을 언급하며 "대법관 임명 때 '누구 해달라, 대통령이 임명 안 한다' 이런 반헌법적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역시 과거에는 대통령실의 대법관 인선 관여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를 두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김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변인이던 2023년 6월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까지 무시했다"며 이를 "사법부 독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검사정권의 오만한 폭주"이자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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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대통령실의 대법관 인선 관여를 '제청권 침해'라고 비판했던 것과 달리 여당이 된 뒤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 협의를 강조하면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반면 지난달 19일 법사위에서는 "대통령과 대법원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어떤 때는 협의하면서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군 가운데 다른 인사를 선호할 경우를 가정해 "대법원장이 받으면 안 되는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청에 앞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반드시 합의하거나 사전 조율해야 한다는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의견이 엇갈릴 때마다 협의의 범위와 제청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되풀이돼 왔다.
박 의원 측은 과거와 현재의 발언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023년에는 대통령실이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앞서 특정 후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문제였던 반면, 이번에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면 제청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 측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바뀌어서 입장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누가 원인을 제공했느냐의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 때는 대통령실이 먼저 특정 후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고, 이번에는 대법원장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든 대법원장이든 협의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거나 자기 의사만 관철하려 하면 국회 심사 과정도 순탄하게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대통령실의 인선 관여를 대법원장의 제청권 침해로 비판했던 것과 달리, 여당이 된 뒤에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 협의를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관행이라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그것이 곧바로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삼권분립 국가이고 이는 민주공화국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 놓고, 여당이 되자 이제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합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권에 따라 잣대를 달리 적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