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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가을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제33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장면./ AP·뉴시스 |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올 가을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제33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동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경주 APEC에는 불참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선전 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직전 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그리고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까지 모두 참석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패권 경쟁도 핵심이슈이지만 우리로서는 ‘한미일 vs 북중러’로 갈라진 ‘한반도 외교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과연 성사될 것인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적극적이다. 김정은과의 친분을 잇따라 과시했고, 이미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대폭축소’했고, 북한을 향해 ‘57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도 보냈다.
북한의 반응도 ‘강한 부정’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연합훈련 축소의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두 정상 관계에 대해 ‘의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 때는 미국과 북한 간에 ‘시일이 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는 외교이벤트라는 점에서 북한의 거부감이 컸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북한의 맹방인 중국에서 열리는 외교행사인데다 의장국 중국이 의전 지원 등을 충분히 할 이점이 있다. 북한이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중국의 초청이 있으면 얼마든지 기술적 문제는 해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7년 만의 ‘트럼프-김정은 회동’ 사진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은 트럼프로서는 이란 전쟁의 부정적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김정은과의 회담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냉철하게 봐서 회동 성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
2018년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때만해도 북한은 자신을 옭죄여왔던 촘촘한 대북제재를 풀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의 사정은 당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게 외교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2018년 때는 북한이 중시했던 한미연합군사훈련 카드의 가치도 김여정의 발표에서 보듯 큰 소구력을 갖고 있지 못해보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줄 ‘상응조치’가 북한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내 여론의 악화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카드를 가동하려고 해도 의회의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비핵화 문제만 해도 이른바 현재의 핵무기를 사실상 인정하고 추가적인 핵물질 생산이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 중단 등 ‘핵동결’ 방인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지만 미국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군축비확산 세력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형 외교이벤트가 성사되기까지에는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북한과 중국 변수 이외에도 북한과 러시아의 우호관계 등이 상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는 한국의 움직임 등이 개입하면 새로운 국면이 열릴 개연성은 남아있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러시아 변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9월에 열릴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주목된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지난 6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기 때문에 석달 만에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중정상회담은 양국이 첨예하게 맞붙은 무역분쟁이나 대만 문제 등 강대국의 이슈가 부각되겠지만 한반도 문제도 과거 어느때보다 주요 이슈로 다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올 가을 찬바람이 불 즈음 한반도 외교전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