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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이후 개헌 논의가 사실상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개헌을 고리로 정치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군소정당들 사이에서는 공통된 좌절감이 엿보이고 있다. 사진은 조 의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이후 개헌 논의가 사실상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개헌을 고리로 정치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군소정당들 사이에서는 공통된 좌절감이 엿보이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진보 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각 당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 출범을 마쳤지만, 기본소득당은 오는 9월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각 당의 지도 체제가 전열을 갖추게 되면, 개헌·정개특위 구성 촉구를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개혁·진보 4당 간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며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대표끼리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의장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관련, "이렇다저렇다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권력 구조 개편 관계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는 결국 주권자인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사실상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장현주 국회의장실 공보소통수석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원론적 입장"이라고 해명했고, 여권에서도 "현직 대통령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 동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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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소정당들은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뒤, 비례대표 확대나 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 정치개혁 의제를 관철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사진은 개혁진보 4당(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개특위 대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김성렬 기자 |
군소정당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백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조 의장의 발언은 일종의 실험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발언을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도 통화에서 "(의장 본인이) 연임을 주장한 건 아니지만,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아주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조 의장 발언을 계기로 개헌론을 비롯한 여러 현안의 논의 진전 속도가 상당히 후퇴했다는 데에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군소정당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 개헌 논의는 각 당의 핵심 정치 의제를 헌법에 담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정치개혁 의제를 관철하기 위한 협상 수단이기도 하다. 거대 양당에 유리하게 규정돼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 및 국회법 개정을 위해서는 집권당이자 원내1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군소정당들은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뒤, 비례대표 확대나 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 정치개혁 의제를 관철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들에게는 개헌 논의가 사라지면 정치개혁을 추진할 협상 테이블도 함께 없어지는 구조라는 의미다.
민주당의 태도는 군소정당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2월 대선을 앞두고 개혁진보 4당 대표와 함께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를 출범시켰고, 같은해 4월 선언문을 통해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민주당은 교섭단체 기준 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의지만 있으면 지난해 4월 약속을 지켜 지금 당장 완화해야 한다(10일, 박병언 대변인 백브리핑)"는 입장이다.
군소정당들은 후반기 국회 들어서도 꾸준히 정개특위 구성을 요구해 오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설령 군소정당 간의 공조가 이뤄지더라도 민주당의 태도가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선 전 교섭단체 완화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역시 선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 논의가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치개혁 의제까지 함께 표류하게 되면서 군소정당들은 민주당을 움직일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