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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뉴시스 |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필자는 지난 2016년, 중국 전문가인 박한진 박사(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 역임)와 '프레너미'란 책을 출간했다. 중국과 미국에서 특파원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관계의 속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책의 제목을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인 프레너미로 지은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어서였다.
먼저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고, 중국의 눈으로 미국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미국에서 주로 국제질서를 연구한 학자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역동성을 간과할 수 있고, 중국에 치우친 전문가들은 반세기 넘게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힘을 경시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종국에는 전쟁 또는 강한 충돌로 귀결될 것이라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다. '친구인 척하는 적(An enemy pretending to be a friend)' 또는 '친구인데 언젠가 라이벌 또는 적이 될 수 있는 관계'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프레너미’라는 개념이 당시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본격적으로 ‘중국몽’을 제창하고, ‘아메리카 퍼스트’ 기치를 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후 미중 관계는 지난 10년간 불꽃튀는 ‘패권 전쟁’의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패권 대결의 미래를 놓고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백가쟁명 식의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대체로 협력이라는 측면은 옅어지고, 충돌이 강조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의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웹진인 ‘관행중국’에 실린 조형진 교수의 글을 읽고 다시금 ‘프레너미’를 떠올렸다. 조 교수는 「‘미국 대 중국’이 아니라 ‘미국+중국’으로 본다면?」이라는 글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 대부분은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양자의 대립을 깔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 이후로 이러한 관점을 재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G2, 차이나메리카, 신냉전, 전략경쟁 등의 용어 대신 새로운 관점에서 미중 관계를 보자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과 중국을 개별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두 개의 초강대국의 합으로 놓고, 역사적으로 살펴보"길 제안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부터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는 수준인데, 이는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전례가 없었던 ‘가장 강력한 전 지구적 양국 체제’에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진단한 조 교수는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와 기술에서 영역 분할, 역할 분담을 본격화한다면 그 접점에 있는 우리는 미중 경쟁보다 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부흥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공존할 수 있다"거나 "지구는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살기에 충분히 넓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로 함께 성취하면서 세계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분석의 틀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면서도 공존’하는 ‘건설적 전략 인정관계’라는 시 주석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응하는 장면은 다시금 ‘프레너미’를 연상할만한 동기가 됐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의 속성을 감안할 때 미중 관계의 변화는 숙명적으로 한반도에 큰 파장을 몰고 온다. "두 초강대국의 충돌도 문제지만, 협력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라는 조 교수의 진단대로 한국의 생존전략은 더욱 복합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