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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촉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 여당으로서 동맹 관리 차원으로 파병을 찬성하던, 진보 이념에 따라 반대하던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여기에 6·3 지방선거라는 중대 선거가 함께 다가오면서, 파병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촉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 여당으로서 동맹 관리 차원으로 파병을 찬성하든, 진보 이념에 따라 반대하든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여기에 6·3 지방선거라는 중대 선거가 함께 다가오면서, 파병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 정부를 향한 미국의 파병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거론하며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긴장도가 최고도에 달한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에도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는 나라로 한국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파병 문제는 과거부터 진보 정부를 괴롭힌 대표적 대외 변수였다. 참여정부 때의 이라크 파병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미관계를 돈독히 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파병 요구 수용 배경을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파병 결정에 따른 국내 정치적 혼란은 상당했다. 여당 내부에서부터 격론이 벌어졌다. 참여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 내엔 한미동맹 강화에 무게를 두고 정부의 파병 수용 결정을 지지한 '찬성파'와 파병 명분 부족을 지적한 '반대파'가 공존하는 등 당론 분열이 극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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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의원실 제공 |
이번 파병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지금의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거듭된 파병 요구에 민주당 내에선 벌써부터 공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기헌 의원은 전날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군함 파병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섰고, 당내 원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침략 전쟁 파병을 반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번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침략 전쟁으로 볼 수도 있어서, 자칫 잘 못 파병하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으나, 사실상 파병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겪을 '파병 딜레마'는 지방선거라는 거대 정치적 이벤트가 겹쳤을 때,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시민단체와 노동세력 등이 파병을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파병 수용은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곤 하나, 뿌리 깊은 진보 정체성을 부정하긴 어렵다"며 "만약 파병에 나선다면 (지지층 내) 반발이 극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정부가 '파병 반대' 결론을 쉽사리 내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관리도 등한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제정세 예측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속단'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xo956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