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북한이 오는 15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한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9차 노동당 대회에 참석했던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이 오는 15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한다. 2019년 선출된 제14기 대의원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지만 선거가 미뤄지면서 약 7년 만에 새 대의원을 뽑게 됐다. 지난달 제9차 노동당 대회 직후 빠르게 선거 일정이 잡히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권력 재편과 제도 정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에 의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90조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선거를 2026년 3월 15일에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에 규정된 국가 최고주권기관으로 형식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기구다. 구조만 놓고 보면 우리 국회와 유사하지만, 실제 운영은 당의 결정을 확정·추인하는 기능이 중심을 이룬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우리로 치면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한다. 대의원 임기는 5년이다. 북한은 2019년 제14기 대의원을 선출했지만 2024년 임기 만료 시점이 지났음에도 새 선거를 실시하지 않았다. 북한 헌법 제90조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거를 할 때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선거로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새로 선출되면서 김 위원장의 집권 3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제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정책 노선과 국가 전략도 최고인민회의를 거치며 법·제도 정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
| 북한은 제9차 당대회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하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았다. 사진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해 유엔사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유의집·평화의집 등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통일부 |
대표적으로 대남 노선의 제도화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은 제9차 당대회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하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를 향해선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비판했다.
통일 서사와 역사 인식의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항일무장투쟁사를 비롯해 1948년 9월 9일 건국을 반쪽짜리 정부가 아닌 전조선적 정통성을 확보한 독자의 한국과는 무관한 독자의 역사로 재해석하거나 선대 수령들의 통일 업적 등을 재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토 개념을 명확히 하는 헌법 조항이 추가될지 여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9일 김태원 통일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제9차 당대회를 통해 영토 규정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상 영토·영해·영공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측은 김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김 위원장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가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핵보유국 지위의 헌법 반영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북한은 2022년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제도적으로 강화해 왔다.
![]() |
|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도 함께 주목된다. 사진은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조용원 당 조직비서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도 함께 주목된다. 제9차 당대회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던 최룡해가 당 중앙위원에서 제외되면서 후임 인선 여부와 권력 서열 변화가 가시화될지 이목이 쏠린다. 후임으로는 조용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언급된다.
내각 장관급 인사와 국무위원 구성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당·정·군 전반의 인적 재편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이날 통신을 통해 선거를 위한 중앙선거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중앙선거위원회는 김형식 위원장과 전경철 부위원장 등을 포함한 11명으로 구성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김 위원장 체제의 정치 구조를 정비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이) 제9차 당대회에 이어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로 당국가체제 인적 구성 완성하려고 한다"며 "김 위원장 중심의 당국가 체제 완성으로 유일영도 체계 강화와 체제결속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