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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본조선민주여성동맹(여성동맹)이 최근 수년간 발간한 간행물에는 북한 중심의 정체성과 민족교육, 생활 지원을 결합한 조직 결속 전략이 일관되게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복을 입은 북한 여성들이 2017년 9월 핵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을 환영하는 모습. /뉴시스, AP |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군사적 긴장, 비핵화 협상이라는 틀 속에서 종종 한반도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 <더팩트>는 '국경 밖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한반도 바깥의 현장에서 포착한 북한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협력의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재일본조선민주여성동맹(여성동맹)이 최근 수년간 발간한 간행물에는 북한 중심의 정체성과 민족교육, 생활 지원을 결합한 조직 결속 전략이 일관되게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가 2017년·2022년·2023년 간행물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 대한 충성 서사와 조선학교 지원·민족교육을 결합한 내부 결속 메시지가 반복됐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계 금융·보험 광고와 관련 기업 채용 공고 등 생활 밀착형 정보도 배치되며, 공동체 유지 전략이 지면 전반에 구조화돼 있다는 평가다.
여성동맹은 1947년 10월 결성된 조총련 산하 단체다. 재일동포 여성의 권익 옹호와 문화·교육 사업을 전개하며 조총련계 여성 조직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도쿄에 중앙본부를 두고 각 도도부현 지역본부와 부·군·구 지부, 분회로 이어지는 조직망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과의 관계도 공개적으로 과시해왔다. 2017년 결성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축전을 보내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조총련 산하 핵심 여성단체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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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간행물은 여성동맹 결성 70돌 중앙대회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축전을 전면에 배치했다. /정소영 기자 |
◆김정은 축전에 총련 서한까지…北 보폭 맞춘 결속 강화
2017년 간행물은 전형적인 사상 중심 구성에 가까웠다. 여성동맹 결성 70돌 중앙대회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 축전을 전면에 배치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재일동포 여성들은 몸은 비록 이역에 있어도 김정일애국주의를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조국의 자주적통일과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특색있게 이바지하며 정의와 진리를 귀중히 여기는 일본 여성들을 비롯한 세계 진보 여성들과 친선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연재물 '조국과 나'에서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비판적 서술이 이어졌다. 연재물을 작성한 송명남(당시 조선대학교 조교수)은 "정전협정이라는 이름뿐인 정전 상태. 전략무기 반입을 금지한다는 협정을 깨고 남조선 미군기지에 배치된 1000기 이상의 핵무기.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관례적인 군사훈련"이라며 "대부분의 일본인들 그리고 남조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결여된 현실"이라며 재일동포가 처한 현실을 대결 구도 속에서 설명했다.
'여성동맹 결성 70돌 대표단 조국 방문' 기사도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뤄졌다. 대표단의 평양 방문 일정과 참관 소감,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표현이 상세히 소개됐다. 한 참가자는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전당을 비롯한 여러곳을 참관하면서 경애하는 원수님의 인민사랑, 후대사랑에 매혹됐으며 대원수님들의 업적을 빛내이시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영도의 위대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간행물은 선전의 어조를 조직 운영 언어로 재정렬한 모습이다. 여성동맹 제31차 대회 내용을 중심으로 '동포 여성들의 힘을 모아 총련 부흥의 새 시대를 열자'는 구호를 제시하고, 김 위원장의 조총련 관련 서한 등을 언급했다.
제31차(2022~2026년) 목표에는 '여성동맹 조직을 튼튼히 꾸릴 것'과 함께 선전사업 강화, 동포 여성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 다양한 학습·토론 마당 조직 등이 명시됐다. 2023년 특집호(제13차 중앙어머니대회)는 대회형 콘텐츠로 결속을 재확인했다. 기조강연, 토론, 활동보고, 공연, 호소문 순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동포 여성=어머니=교육 주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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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2022년·2023년 간행물의 공통분모는 ‘민족교육’이다. /정소영 기자 |
◆'우리학교' 중심의 생활 속 민족교육
세 시기 간행물의 공통분모는 '민족교육'이다. 2017년에는 각 지역 소식을 전하며 조선학교 지원 활동인 '후대 사랑 운동'을 소개했다. 일본 내 보조금 중단 문제를 언급하며 학교 지원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2022년에는 민족교육이 보다 구체적 과업으로 제시됐다. 특히 연재 'MORE 모아!'는 웹벨마크 적립, 고향납세 활용 등 비대면 방식의 조선학교 지원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QR코드와 참여 방법을 실어 동원 방식도 제시했다.
같은 해 '우리학교와 나' 코너에는 '후대들에게 민족교육을 이어주기 위하여' 투고글이 게재됐다. 작성자인 량숙자 오사카중고 어머니회회장은 "1세, 2세가 목숨바쳐 지켜온 우리 학교는 나에게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인생관을 확립시켜준 보금자리"라며 "재일동포 사회의 미래와 희망이 가득찬 곳"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후대들이 이역땅 일본에서도 조선의 꽃, 민족의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나주길 바라면서 계속 어머니들의 힘을 모아 우리 학교를 사랑하고 지켜나가는 활동을 힘있게 벌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3년 간행물에는 도쿄 오타지부 '엄마어린이모임 별무리' 사례가 실렸다. 친목 도모와 육아 고민 상담, 민족성 함양, 유치원과 우리 학교로의 연계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3년 간행물은 한글을 민족교육의 핵심 상징으로 부각했다. 간행물에는 "세종왕은 한문을 숭상해오던 량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주관 밑에 정린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을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과 집체적 지혜를 모아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며 "조선글자는 창제 배경뿐만 아니라 문자학적인 측면에서 세계 언어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적혔다. 또 "이역땅 일본에 살아도 동포들 사이의 민족적 유대를 굳건히 이어주고 민족의 슬기로운 문화를 알게 하고 민족적 정서를 키워주는 아름다운 우리 말, 우리 글은 민족의 자랑 중인 자랑"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일상 언어 습관을 교정하는 만화 코너도 배치하는 등 생활 영역까지 교육 범주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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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간행물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변화는 광고와 생활정보의 비중 확대다. 2023년 특집호 첫머리에는 조총련계 신용조합 채용 광고가 배치됐다. /정소영 기자 |
◆금융·보험·결혼…지면에 담긴 공동체 네트워크
최근 간행물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변화는 광고와 생활정보의 비중 확대다. 2023년 특집호 첫머리에는 조총련계 신용조합 채용 광고가 배치됐다. 고등학교 졸업자면 모두 지원할 수 있었으며 업무는 금융 전담이었다. 급여는 당시 기준 기본급으로 △대학교 졸업 21만 엔(현재 한화 기준 193만 5780원) △전문대 졸업 19만 2800엔(현재 한화 기준 177만 7230원) △고등학교 졸업 17만 6000엔(현재 한화 기준 162만 2368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학력에 따라 초임에 일정한 격차를 둔 구조다.
한 조총련 출신 인사는 "간행물이 조직경제와 인력 수급을 연결하는 매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간행물에는 이른바 '민족 결혼'을 표방한 결혼상담소도 소개됐다. 상담소 측은 "동포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결혼에 대한 인식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가입을 고민 중인 분은 부담 없이 연락해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눈에 띄는 점은 결혼까지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결혼식장 소개 및 예약, 결혼식 진행 지원, 의상 및 장신구 준비, 청첩장 준비, 사진 촬영 등 결혼 준비의 전반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단순한 혼인 알선 기능을 넘어 조직 내부의 인구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적 성격도 지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련의 내용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통화에서 "대외 관계가 경색될수록 내부 결속과 자생력을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사상 선전물의 성격을 띠면서도 실제로는 일본 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종합 운영 매뉴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up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