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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국회 <상>] 당을 옮긴 사람들…국회 안 '대기업'과 '스타트업' Only
주목받지 못해 '가오' 없는 소수정당 복지·정보도 당 규모 따라 '천차만별' 당과 다른 개인의 정치색에 피로감도

주목받지 못해 '가오' 없는 소수정당
복지·정보도 당 규모 따라 '천차만별'
당과 다른 개인의 정치색에 피로감도


총선과 합당·분당 등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국회 보좌진들도 환승하듯 당을 옮긴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 DB
총선과 합당·분당 등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국회 보좌진들도 '환승'하듯 당을 옮긴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 DB

국회는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선거 결과와 정치 지형이 변하면 의원도 보좌진도 움직인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소수정당에서 거대 양당으로의 이동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당을 옮기는 건 단순한 이직이 아니다. 정당의 역할과 시스템, 의사 결정 구조, 정치적 문법 속에서 이동한 이들은 어제와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더팩트〉는 당을 옮긴 보좌진과 의원들의 선택을 통해 국회를 움직이는 내부 시스템과 보이지 않는 노동의 현실을 상·하로 나눠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한구석, 누군가는 짐을 싸고 누군가는 명함을 바꾼다. 이유는 다양하다.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과 불시에 이뤄지는 정당의 합당과 분당. 개인의 선택에 의해 당을 갈아탈 수밖에 없는 환승 보좌진들에게는 단순한 보직 변경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에서 일하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왔다는 보좌진 A 씨는 민주당과 혁신당을 각각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비유했다. A 씨는 "민주당은 중앙에서 업무를 분담해 줘서 일하기 편하다"며 "혁신당은 스타트업 특유의 체계 없음이 업무를 힘들게 할 때가 너무 많았다"고 토로했다.

업무 강도는 대기업급인데 지원 시스템은 전무한 스타트업의 현실과 판박이라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그는 "중앙당이 아닌 개별 의원실로 오는 요청이 정말 많다"며 "사소한 사진 촬영부터 시작해 기자들을 모으는 것까지 의원실에 요청해서 잡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목도가 높지 않다 보니 열심히 준비해도 주목을 덜 받아 속상하다"며 "소수정당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다. 내 의욕과 열정이 주목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보좌진들의 '가오'(자존심이나 체면을 속되게 이르는 말)도 당마다 다르다. 거대 정당 소속일 때는 가만히 있어도 쏟아지던 정보와 협조 요청들이, 소수정당으로 옮겨가는 순간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한다. 명함 한 장에 실리던 정당의 위세가 사라진 자리를 개인의 역량만으로 메워야 하는 부담이 뒤따르는 셈이다.

민주당에서 소수정당으로 넘어온 B 씨는 "직업을 말할 때 어느 의원실인지, 의원이 어느 당 소속인지 물어보면 대답해 줘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며 "요즘은 빨간색이다 파란색이다 정도만 말한다"고 했다. A 씨도 "비록 보좌진 신분이지만 혁신당에서 일할 때보다 민주당에서 일할 때가 더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가오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했다.

당 규모에 따라 보좌진에게 주어지는 복지와 실질적 처우는 크게 달라진다. 사진은 제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지난 2024년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관계자들이 의원실 재배치를 위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당 규모에 따라 보좌진에게 주어지는 복지와 실질적 처우는 크게 달라진다. 사진은 제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지난 2024년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관계자들이 의원실 재배치를 위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보좌진들에게는 노조위원회나 다름없는 보좌진협의회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에만 있는 시스템 중 하나다. 이런 차이는 보좌진들의 실질적인 처우와 복지 혜택의 격차로 직결된다. 민주당의 경우 보좌진의 대학원 등록금 같은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입법 지원 서비스 능력 개발 과정'의 반기당 선발 인원(TO)이 두 자릿수지만, 혁신당 같은 소수정당은 한 자리뿐이다. 이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경쟁을 하기도 한다. B 씨는 "TO가 적으니까 내부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말했다.

소속 정당의 규모는 곧 그 보좌진이 보유한 정보의 양과 네트워크의 너비로 직결되기도 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유되는 정보가 혁신당에서는 금시초문인 경우가 그 예시다.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체제 안에서 비교섭단체인 소수정당 보좌진들은 정책 협의나 여야 간 조율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심 정보들로부터 자연스럽게 격리된다.

범여권 정당 보좌진 C 씨는 "원래 각 정당마다 보좌진 간사가 있는데, 민주당에서 우리 당 간사는 끼워주지 않고 실무 일정도 공유해 주지 않았다"며 "심할 때는 언론을 보고 아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당의 규모와 시스템의 차이는 당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각종 비위 사건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진상조사와 징계 절차가 즉각 가동되지만, 소수정당은 당 대표나 핵심 인사의 판단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과거 시스템이 비교적 안착했던 한 소수정당에서 현재 진보개혁 4당 소속 정당으로 옮겨 근무 중인 D 씨는 "당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엄청난 차이를 느꼈다"며 "전에 있던 당에는 최소한의 규율이라도 있었는데, 지금 있는 당에는 그런 기준조차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좌진 개인의 정치 성향과 다른 당에서 일할 경우 내적 피로감은 한층 더 깊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둔 지난 2024년 12월 7일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배정한 기자
보좌진 개인의 정치 성향과 다른 당에서 일할 경우 내적 피로감은 한층 더 깊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둔 지난 2024년 12월 7일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배정한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감쌌던 당의 실수를 하루 만에 비판해야 하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당을 향해 애정어린 시선을 장착해야 한다는 내적 갈등도 보좌진들의 피로감을 가중한다.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논리를 담은 보도자료를 쓰거나, 어제까지 비판하던 상대를 향해 찬사를 보내야 하는 상황은 보좌진들에게 단순한 감정 노동 이상의 스트레스다.

C 씨는 "보좌진이라는 직업 자체가 정치적 색이 곧 직업과도 연결되다 보니 나의 가치관이 정치 성향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나도 반대 진영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해도 강성 의원실이면 안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이동한 보좌진 E 씨는 "사실 옮긴 이유도 내 이념과 정책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난 원래부터 진보 사상보단 보수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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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16 00:00 입력 : 2026.02.16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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