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남북 관계가 냉각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남북 관계가 냉각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의 분기점이 남북 당사자의 의지보다 미중 전략 경쟁과 북러 밀착 등 한반도 외곽의 변수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남북 간 공식 대화는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는 급속히 경색됐고, 북한은 2023년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남한과의 소통을 차단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화 재개를 위한 메시지가 이어졌지만 북한은 공식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연락 채널 복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 회의에서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해 우선적으로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남북 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외교부·통일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북 대화의 재개 여부는 남북 간 결단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묘한 국제 정세의 변화가 남북 대화 재개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의 향방,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인식, 북중러 관계 변화 등 국제 정세가 남북 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나란히 망루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뉴시스 |
실제 지난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국제 정세의 일부 변화가 감지됐다. 대표적으로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는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나란히 망루에 오르며 밀착 행보를 과시했다. 이를 계기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보다 선명해졌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북한이 병력을 파견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한 데 이어 중국과의 관계도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북한의 외교적 선택지가 이전보다 넓어진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국제 환경 속에서 주변국을 통한 우회적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해 8월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와 만나 한반도 대화 재개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월 4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중 관계 현안이 우선 논의되겠지만, 북한 문제도 의제로 다뤄지며 남북 관계 완화를 위한 중국의 중재 역할을 재차 요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라며 "이 대통령의 방중 역시 남북 관계 돌파구를 모색하는 외교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에 남북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둔 전략적 준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의제와 구도로 협상을 설계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미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 정부 역시 선제적으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