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뤄진 정보 취득과 정치활동이 현재는 온라인상에서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정치' 전성시대다. 대중의 정치 참여 무대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연히 옮겨가는 양상이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7차 대규모 촛불집회'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 열린 모습. /더팩트 DB |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게 변한다. 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뤄진 정보 취득과 정치활동이 현재는 온라인상에서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정치' 전성시대다. <더팩트>는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 확대의 명암을 조명하고, 올바른 정착 방향을 총 3회에 걸쳐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대중의 정치 참여 무대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연히 옮겨가고 있다. 과거 광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시민의 정치활동이 현재는 유튜브, SNS, 커뮤니티 등 온라인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더팩트>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근 20여년 간 변화돼 온 대중들의 정치 참여 양상을 되짚어 봤다.
대중들이 특정 오프라인 장소에 모여 구호를 외치는 형태의 정치 참여는 시간이 흐를수록 쇠퇴하는 양상이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대중들은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의사를 표출하기 원할 때 주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대표적 사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와 광우병 촛불집회다. 2004년 3월20일 노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에는 경찰 추산 전국적으로 약 14만5000명이, 2008년 6월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는 약 7만5000명이 운집했다.
![]() |
|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즉각 체포를 요구하며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 /박헌우 기자 |
광장 정치의 전성기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졌다. 절정기는 2016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인 2016년 12월3일, 박 전 대통령 퇴진 6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약 42만4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는 경찰이 추산한 집회·시위 인파 중 최대치로 알려졌다.
이후부턴 쇠퇴 양상이 두드러진다. 올해 초(1~3월) 이뤄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는 집회 당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탄핵 국면이 장기화된 영향도 간과할 수 없지만, 참석 인원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는 출범 이후 이재명 정부에 대한 총공세격으로 지난 9월 대구와 서울에서 장외집회를 열었지만, 경찰 추산 약 1~2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데 그쳤다.
2024년 12월1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때 약 14만5000명의 인파가 여의도에 집결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당일 오후 3시30분 기준·비공식)했지만,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 과거만큼 광장에 화력이 집중되진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지금은) 광장 정치가 과거 만큼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바라봤다.
![]() |
| 온라인 정치는 광장 정치 쇠퇴와 발맞춰 꾸준히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대중들은 커뮤니티 외에도 SNS나 가상현실 플렛폼 등을 통해 온라인 정치에 참여하고 있었다.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오가는 온라인 정치의 예시 모음. /그래픽=이영주 기자 |
대신 온라인을 통한 대중의 정치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가 국내 커뮤니티 트렌드 분석 사이트(오늘의베스트·와플보드 등 통계)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사이트 내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커뮤니티들의 연평균 방문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연평균 방문자가 약 4500만 명이었던 '에펨코리아'는 2025년 1억2000만 명까지 뛰었고, '더쿠'와 '클리앙'도 같은 기간 연평균 방문자가 2750만 명과 2530만 명에서 각각 6300만 명, 3450만 명으로 치솟았다.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 확대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주 이용자가 10대 청소년인 온라인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게임 상에서 '윤 어게인(윤석열 어게인)'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만든 지지자 소통 어플리케이션 '준스톡'에는 현재 1만 명 이상이 참여해 정치 현안에 대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유명 정치인들의 유튜브 생중계에 수천명이 접속해 실시간 댓글을 다는 것도 온라인 정치 참여 확대의 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대중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창구가 집회·시위 외엔 마땅치 않았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손쉽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정치인들의 피드백도 빠르다. 정치인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기 위해 굳이 집회·시위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며 대중의 정치 참여 형태 변화 이유를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