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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남북 관계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정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
[더팩트ㅣ정소영·김정수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남북 관계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정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차단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이어왔고 대통령 역시 공개 석상에서 수 차례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은 채 침묵하거나 공개 비난으로 선을 그었다. 이재명 정부의 지난 6개월 대북 정책을 두고 긍정적인 진단이 있지만,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현실성 부재라는 평가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지난 6개월 대북 정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었던 국면을 관리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호응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관계가 악화된 조건 속에서 상황 관리 측면에서는 일정하게 합리적인 행동을 했다"며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국면으로 전개되지 않았고, 지난해 말까지 위기 가능성이 컸던 상황이 소강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적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선제적 화해 조치를 취한 결과, 북한 역시 이를 굳이 적대적으로 인식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6개월이었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차단 등) 평화 공존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로 한반도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 안정적 관리가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북한과는 대화의 틀은 마련하지 못 했지만 주변국 관리는 균형적인 발전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인 정서윤 유니피벗 대표는 "방향성 자체는 전반적으로 괜찮게 보고 있다"며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정부의 메시지는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지향한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강대강으로 치달았던 이전 정부와 달리 긴장 완화를 시도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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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견인할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초소에 병사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더팩트DB |
다만 긍정 평가와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견인할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쪽에서는 화해와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비핵화·확장억제·한미동맹 강화라는 기존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공존하기 어려운 메시지가 동시에 발신된 것은 기존의 관성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는 남북 관계를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대북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대북 정책의 상대는 북한인데 북한의 현실 인식과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국내 정치용 대북 정책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특히 그는 "평화 공존을 내세우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사실상 뒤로 미룬 것은 정책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이라며 "북한 인권은 특정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국제 사회가 공유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 확성기 중단, 북한 인권 관련 조직 축소·폐지 등을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북한 정권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북한 주민이나 우리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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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소재별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소재별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핵화, 남북 관계 개선, 한미동맹 강화 등을 각각 분절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한반도·동북아 질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핵 문제 해결, 남북 관계 개선 같은 개별 수단을 나열해 놓고 북한이 응답하지 않으면 실패로 귀결되는 도돌이표식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략적 안정성과 취약성이라는 관점에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질서 속에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재구상할지에 대한 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도 "남북 관계를 남북만의 문제로 풀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북한이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 상황에서 직접 접촉이 어렵다면 제3국, 기업, 시민사회 등을 활용한 다층적 접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남한 문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만큼 문화 중심 접근보다는 경제적·실리적 영역에서의 접근이 내년에는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대화 채널 복원의 시급성이 제기됐다. 양 교수는 "연락 채널이 없는 상태에선 우발적 사고를 예방하거나 확산을 차단하기 어렵다"며 "내년 초부터는 중재자를 활용하든 북한에 직접 하든 연락 채널과 대화 복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편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