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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728조원 규모로 편성된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이 2일 밤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야가 5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번 예산안 협상은 정부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전부 지켜낸 더불어민주당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2026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202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고, 예산안은 계수조정 작업(시트 작업)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처리됐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대로 728조원 규모로 확정됐다. 이는 전년도 대비 54조 7000억 원(8.1%) 증가한 것으로, 정부가 700조 원이 넘는 예산안을 편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는 조직개편에 따른 이체 규모 등을 제외한 4조3000억원 수준을 감액하고, 감액의 범위 내에서 증액해 총지출 규모가 정부안 대비 늘어나지 않도록 했다.
국민의힘이 삭감을 주장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과 국민성장펀드 등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 예산은 감액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인공지능(AI) 지원과 정책 펀드, 예비비 등은 일부 감액했다.
대신 여야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 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 사업 △도시가스 공급 배관 설치 지원 △국가장학금 지원 △보훈 유공자 참전 명예수당 등 사업은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여야가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 2일) 내에 처리한 것은 꼬박 5년 만이다. 여야는 매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두고 극한 대립하며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현상 개선을 위해 국회는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을 심의하지 못하면 12월 1일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등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국회선진화법'을 개정(2014년 5월 시행)했지만, 이후에도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는 앞선 11년 중 2년(2014·2020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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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여야의 이번 '예산안 전쟁'은 정부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전부 지켜낸 민주당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당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이소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으로서는 지켜야 할 것을 모두 지켜냈다"며 "정부의 국정과제 예산, 대통령 주요 정책, 당 핵심 정책 예산을 거의 전혀 삭감되지 않은 수준으로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AI 분야나 펀드사업에서 삭감이 있다고 발표되었으나, 전체 AI 예산 10조원 중에 총액 기준으로 수천억원 정도의 감액이기 때문에 정부 계획의 정상 추진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64억원의 AI 예산을 감액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등을 '현금성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삭감을 벼렸지만, 협상 카드 부재 속 정부 예산안의 대대적 칼질에는 이르지 못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협상 결과에) 저를 비롯한 모두가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며 "협상은 서로 주고받고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정도 수준에서 합의했다는 점 양해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줄곧 주장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도 삭감하지 못하고 운영비만 1억원 삭감하는 데 그쳤다.
한편 예산안과 함께 처리된 예산 부수 법안에는 법인세를 1%포인트(p)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과 교육세를 0.5%p 올리는 교육세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증세에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인상을 고집하면서 여야 합의가 불발됐고, 정부 원안이 전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정부안에 따르면 법인세율은 과세 표준 구간별로 2억원 이하 9→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19→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1→22%, 3000억원 초과 24→25%로 오른다. 금융·보험업자의 수익 금액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은 과세 표준 1조원 초과에 해당하면 0.5→1%로 인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