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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영 "국립대 중심 지역의사제 확립…각 병원 특성화해야" Only
"개혁신당, 정치적 계산보다 소신 말할 기회 주어져" "이준석·천하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 같아"

"개혁신당, 정치적 계산보다 소신 말할 기회 주어져"
"이준석·천하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 같아"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의료 현장 복귀 가능성에 대해 진료라는 도구로 의료를 하게 될지, 정치라는 도구로 의료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답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이 의원. /국회=남윤호 기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의료 현장 복귀 가능성에 대해 "진료라는 도구로 의료를 하게 될지, 정치라는 도구로 의료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답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이 의원. /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앞으로 진료라는 도구로 의료를 하게 될지, 정치라는 도구로 의료를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어떤 일을 하든 대한민국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를 꿈꿨다. 단 한 순간도 다른 삶을 상상해 본 적은 없었다. 종군기자를 동경했고, 밤새 경찰서를 지키는 사회부 사건팀 기자가 되고 싶었다. 의료와는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던 문과생은 결국 의대에 진학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됐고, 소아응급실에서 생사의 경계에 선 아이들을 지켜왔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의 얘기다.

인터뷰 내내 그의 말끝에서는 '의료 현장'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발소리만 들어도 팀원들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더 나은 현장을 만들고자 그는 의료기구를 잠시 내려놓고 정치를 선택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들과, 이제는 국회에서 보좌진들과 호흡을 맞춘다. 보좌진들을 '우리 식구'라고 소개하던 이 의원은 "보좌진들은 가족을 제외하면 내가 보는 국민 중 첫 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진심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만, 더 멀리 있는 국민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이 의원은 바쁘디바쁜 '시계토끼' 이준석 대표의 손을 잡고 낯선 여의도 정치에 발을 들였다. 길 위에서 마주한 고양이 '채셔' 천하람 원내대표의 애정 어린 조언 역시 그의 여정에 힘이 됐다. 앨리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카드병정이 되기도, 때론 모자 장수가 되기도 하며 변화무쌍한 여의도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는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를 말할 수 있는 힘은 개혁신당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그는 늘 개혁신당의 방향과 미래를 고민하고 꺼내 놓는다. 카메라 앞이 낯설다며 멋쩍게 웃다가도, 당원들이 그를 '효능감 있는 의원'이라 부른다는 말에 누구보다 환하게 웃던 이 의원. 그의 바람은 분명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생각의 계기가 되고, 더 나은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

<더팩트>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나, 그가 꿈꾸는 개혁신당과 정치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 의원은 계엄과 탄핵, 대선까지 이어진 지난 1년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일이 많았고 바빴지만 압축적으로 많이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이 의원은 계엄과 탄핵, 대선까지 이어진 지난 1년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일이 많았고 바빴지만 압축적으로 많이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탄핵, 계엄, 총선, 대선까지 격변의 1년을 국회에서 보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일이 많았고 바빴는데 그래서 좋았다. 압축적으로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던 1년이었다. 급변기 속에서 법안을 내고 표결을 하는 일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특히 의료나 연금 정책은 말 한마디, 시그널 하나가 큰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겁고,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정치를 한다는 건 원래 그런 자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정활동 중 가장 큰 '효능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대표 발의했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 중 약 10%가 미숙아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국가 관리 시스템은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각 병원의 신생아 집중치료실 의료진들이 알음알음 데이터를 모아 관리해 왔고, 관련 사업 역시 시범 사업 형태로만 간신히 유지되다 예산 문제로 중단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던 미숙아 관리 사업을 국가 차원의 제도로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가 장기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효능감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이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를 두고 목표 설정부터 잘못됐다며, 국립대 중심의 지역의사제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이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를 두고 목표 설정부터 잘못됐다며, 국립대 중심의 지역의사제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모집 정원 770명 중 141명, 17.4%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예전엔 "소아과 간다"고 하면 "잘 어울린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왜?"라고 묻는다. 대학병원도 소아과는 적자라서 키우려 하지 않는다. 개인도, 국가도 돈을 쓸 생각이 없다. 이건 소아과 진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젊은 의사들이 이 구조에서 선택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 퍼센트 통계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숫자를 봐야 한다. 이 구조는 결국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역의사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이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보나.

현재 지역의사제 논의는 목표 설정부터가 잘못됐다.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건 목표가 될 수 없다. 의료를 살리겠다는 건 결과이지, 정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어떤 의사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수요 조사나 추계 없이 제도가 통과됐다. 이제는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역의사제가 통과 됐으니 잘 해야 한다. 돈을 최소로 쓰고, 나중에 없어져도 정부와 세금이 손해 보지 않는 방식으로 시작해야 한다.

국립대 중심의 지역의사제 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립대병원을 소생시켜 '빅 퍼즐'을 만들고 군 의료와도 연동해야 한다. 새 의대를 짓는 게 아니라 서울대·강원대·충남대·충북대·전남대·전북대·경북대·부산대·경상대·제주대 등 10개 국립대를 집중 지원해 거점병원으로 키워야 한다. 지금 당장 공공의대를 새로 설립하더라도 10년이 걸린다.

지역민들이 이 병원의 권위를 인정하게만 만들면 지역의사제는 성공할 수 있다. 각 병원을 지역 특색에 맞게 특성화하고 연구를 집중해 "이 병원은 이걸 제일 잘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네임밸류도 올라간다. 과거에도 이런 방식으로 시스템이 돌아갔다. 이를 복원하고, 환자들이 더 자유롭게 병원을 선택하도록 하면 지역 의료는 더 잘 작동할 수 있다. 지역의사제는 공공성을 위한 정책인 만큼 퍼주기나 중간 이권 개입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의원은 개혁신당이 정치적 계산보다 소신을 우선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남윤호 기자
이 의원은 개혁신당이 정치적 계산보다 소신을 우선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남윤호 기자

-'의사 이주영'과 '정치인 이주영'은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생각의 진행 방향'이다. 의사로 일할 때는 아이와 보호자, 간호사, 구급대원 등 많은 사람들의 정보를 모아 최종 결정은 항상 내가 혼자 내렸다. 마지막 순간에는 늘 외로운 결정의 순간이 있었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나 혼자 졌다. 정치는 정반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정책 아이디어가 있으면 먼저 우리 방 식구들(보좌진)과 얘기하고,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당과 공유하며 점점 확장된다. 정치의 기쁨은 그 '함께함'에 있는 것 같다.

철학은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세상을 이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료도 정치도 다르지 않다. 의사 시절엔 '부작용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했고, 진료와 결정은 매우 신중했다. 정치를 시작할 때도 그 태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입법과 행정이라는 건 언제나 '49:51의 싸움'이다. 완벽한 합의는 없다. 시급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작용은 합의로 보완해 나가는 것. 그게 입법의 본질이라는 걸 이제는 이해하게 됐다.

-소수정당 의원으로서 느끼는 한계는 무엇이었나? 반대로 장점이라고 느낀 점은.

큰 결정은 교섭단체가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게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당에 있었다면 이 정도의 활동은 못 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론과 다를 수도 있고, 정치적 계산이 먼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는 계산보다 소신을 먼저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

본회의 표결을 보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은 그렇게 많은데도 의견이 하나로 통일될 때가 있다. 우리는 3명밖에 없지만 빨강(반대)·초록(찬성)·노랑(기권)이 다 섞여 있다. 그럼에도 서로 그걸 문제 삼지 않는다. 그래서 이 당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진짜로 든다. 나보다 개혁신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이 당이 정말 좋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초선 의원으로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원은 소신 정치의 에너지원은 개혁신당에서 비롯됐다며 내가 가진 개혁신당에 대한 꿈을 지지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남윤호 기자
이 의원은 "소신 정치의 에너지원은 개혁신당에서 비롯됐다"며 "내가 가진 개혁신당에 대한 '꿈'을 지지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남윤호 기자

-이주영에게 이준석, 천하람은 어떤 존재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들이다. 솔직히, 한 명씩 있으면 이 캐릭터들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 이 셋이 모이니까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개혁신당이 달려가고 있는 이야기의 끝이 동화일지, 스릴러일지, 다큐멘터리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과정을 지켜보는 분들이 기대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늘 선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내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소신 정치의 에너지원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나.

개혁신당이다. 총선 후보 시절부터 "네가 하고 싶은 걸 발표해"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에 더 집중하게 됐고, 한 문장이라도 누군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메시지도 점점 분명해졌다.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우리는 개혁신당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하고 싶어서 했다. 내가 가진 개혁신당에 대한 '꿈'을 지지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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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8 07:29 입력 : 2025.11.28 0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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