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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약 無법지대➂<끝>] 또 말 뿐인 '도입'?…정부·국회 의지가 관건 Only
국정과제로 올라갔지만…실무는 공회전 곳곳에서 '책임 미루기' 종교계·여성 등 표심 눈치

국정과제로 올라갔지만…실무는 공회전
곳곳에서 '책임 미루기'
종교계·여성 등 표심 눈치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이 포함되면서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이 포함되면서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6년.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높은 장벽 앞에 서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임신중지약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그 기대는 번번이 정치권의 침묵에 가로막혔다. 정치권은 여전히 낙태 이슈를 '민감한 표심'으로만 바라보며 책임 있는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 <더팩트>는 법과 제도 밖에서 임신중지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목소리, 그리고 입법을 추진하려는 이들의 문제의식을 통해, 이 입법 공백이 만들어낸 현실의 무게를 총 3회에 걸쳐 기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서다빈·김수민 기자]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이 포함되면서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정부·관계부처의 정책 실현과 국회의 입법 의지가 삼박자를 이룬다면 가능하겠지만 여전히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크기만 하다.

정부는 지난 9월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 과제'에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포함했다. 여성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가급적 빠른 시간에 낙태약 도입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의 의지는 확인됐지만 정작 실무를 담당하는 현장 일선에선 공회전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입법 논의와 관련해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언급했고 (입법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잘 안 도와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가 소관 부처를 중심으로 임신중지약 도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성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TF 운영 방향과 관련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를 총괄하는 성평등가족부(구 여성가족부)와 실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간 책임 떠넘기기도 이어졌다. 성평등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과제에 포함된 임신중지법 도입 관련 전체 총괄이긴 하지만 소관은 복지부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이 지속적으로 입법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시기는 국회 입법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의 의지는 확인됐지만 정작 실무를 담당하는 현장 일선에선 공회전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국회 본관 전경. /더팩트 DB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의 의지는 확인됐지만 정작 실무를 담당하는 현장 일선에선 공회전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국회 본관 전경. /더팩트 DB

낙태죄 후속 입법 책임이 있는 국회도 이를 논의하긴커녕 종교계 또는 여성들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여성의 권리 보장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하지만 표심 잡기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는데, 임신중지약 도입 문제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부산 남구 UN(국제연합)기념공원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낙태죄와 관련해 "지금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주제란 뜻"이라며 "국민들의 뜻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입법 공백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기도 한다. 서로의 일방적인 주장에 논의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소속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지나치게 낙태를 일반화하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21대 국회에서 낙태죄 논의가 어려웠던 이유와 관련해 "심의 안건을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 법안을 논의할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핵심"이라며 "국회의 직무유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 때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1대 국회 당시 관련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한 전직 의원은 <더팩트>에 "여성이 지킨 광장이 만들어낸 정권이 12.3 계엄 극복 1주년을 눈앞에 뒀다"며 "임신중단 약물 도입을 비롯한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보장 입법은 여성과 민주주의를 존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bongouss@tf.co.kr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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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6 00:00 입력 : 2025.11.26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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