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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통상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거나 주요 의사결정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중진에게 기대하지만 지금은 그 구심점이 아예 사라진 모양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고강도 대여 투쟁에도 당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고, 규탄대회를 통한 여론전 외 별다른 견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정작 중심을 잡아줄 당 중진들이 관망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더팩트>에 "요즘 중진들이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고 조용하다"라며 "예전 같으면 당 대표를 찾아가 먼저 조언하거나, 중진 회동을 통해 의견을 모아 기자회견을 할 텐데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중진들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지지율 추이를 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같다"며 "내년 지방선거 다 가서야 움직이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중진 의원들에게 기대하는 통상적인 역할은 당의 위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당내 혼란을 줄이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처럼 중요한 선거 국면에서 나오는 중진의 행보와 메시지는 당의 노선을 정리하고 의견을 통일하는 데 영향을 준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불법 대선자금,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불거져 당 이미지가 큰 타격을 중진 의원 37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이후 '중진 책임 정치'의 대표적 전례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는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대형 악재가 터져 현 체제로는 그 다음해 4월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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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박덕흠 의원이 지난 8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
중도층 이탈로 내년 지선 패배 우려가 커진 당의 전반적인 상황은 중진 역할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4%로 20%p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도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로 보면 민주당 44%, 국민의힘 16%로, 그 차이는 28%p다.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중진 의원들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 책임감 없이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방위적 특검 수사로 인한 당 사법리스크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내란 프레임으로 인한 혼란함 속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위협받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선 패배 시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2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낼 경우 개인에게 돌아올 리스크가 걱정돼 침묵하는 것 같다"라며 "침묵하면 안전하다는 생각이겠지만 다 같이 목소리를 내면 분명 당의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현재로선 제 역할을 하는 중진이 없다. 전부 '숨으면 편하다'는 생각뿐인 것 같다"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이다'라는 분위기로 초선 의원들마저 길들여놨다"고 비판했다.
기사에 포함된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2.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su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