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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잇단 대북 제재를 추진 중인 미국을 향해 "실패한 과거의 낡은 각본"이라며 반발했다. 제재 카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은 메시지 수위를 조절,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른 조건'을 가져오라며 미국에 공을 넘겼다는 해석이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
[더팩트ㅣ김정수·정소영 기자] 북한이 잇단 대북 제재를 추진 중인 미국을 향해 "실패한 과거의 낡은 각본"이라며 반발했다. 대북 제재가 대화 유인책으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은 메시지 수위를 조절,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른 조건'을 가져오라며 공을 미국에 넘겼다는 해석이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은철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의 '우리 국가에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국의 속내를 다시금 확인한 데 맞게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보도했다.
여기서 김 부상은 "미국의 악의적 본성이 또다시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새 미 행정부 출현 이후 최근 5번째로 발동된 대조선 단독제재는 미국의 대조선 정책 변화를 점치던 세간의 추측과 여론에 종지부를 찍은 하나의 계기"라고 밝혔다.
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4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법적인 자금 형성 등에 관여한 개인 8명과 기관 2곳을 특별제재대상(SDN)으로 지정했다. 전날 미 국무부가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의 중국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유엔 제재 대상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시기상으로 살펴보면 이같은 대북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거듭 만남을 제안했지만, 북한 측 침묵으로 북미 회동이 무산된 뒤 이뤄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제재로 북한을 압박,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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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제재를 통한 압박은 더 이상 대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AP. 뉴시스 |
특히 김 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은 제아무리 제재 무기고를 총동원해도 북미 사이에 고착된 현재의 전략적 형세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 가능성은 영(0) 이하"라며 "실패한 과거의 낡은 각본을 답습하면서 새로운 결과를 기대하는 것처럼 우매한 짓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재를 통한 압박은 더 이상 대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만남 목적과 조건을 명확하기 위해 이처럼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제재 해제는 비핵화 협상과 연관된 것으로 북한이 원하는 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인정임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은 담화 수위를 조절하며 대화 가능성 자체는 닫지 않았다는 평가다.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이 미국을 비난할 때 주로 사용하는 '규탄' '배격' 등의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또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현 행정부'라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미 제국주의'나 '강탈'과 같은 자극적 용어도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담화에 대해 "표현과 수위가 절제됐다"고 해석했다. 또 "제재에 대한 일반적인 대응이지만 수위가 낮고, 실무선인 (미국 담당) 부상이 이야기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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