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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문수(왼쪽)·장동혁(오른쪽) 후보가 결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반탄(탄핵반대파) 후보의 약진에 따라 누가 되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정한·임영무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찜통더위 속 뜨거웠던 전당대회…'윤 어게인'부터 '우리 경태'까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청주에서 열렸다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응.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진행됐는데, 이날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올랐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지. 전당대회 열기 역시 뜨거웠는데, 이번 전당대회는 찬탄(탄핵찬성파)과 반탄(탄핵반대파) 구도가 뚜렷해서 그런지 지지층들도 양쪽으로 확연히 나뉜 모습을 보여줬어. 지지자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응원 방식도 각양각색이었지.
-어떤 게 가장 인상 깊었어?
-행사장 앞부터 흥미로웠어. 우선 '한동훈 배신자'라는 전광판이 눈에 띄었어. 주변에선 '한뚜껑 가발이 열렸습니다'라는 패러디송이 울려 퍼졌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로, "날아가는 가발에 네 모습이 드러나"라는 가사가 담긴 힙한 멜로디가 현장에 크게 울려 퍼졌어. 기자가 가까이 가니 '소음 레벨이 90db에 다다랐다"면서 스마트워치에서 경고가 울릴 정도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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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행사장 앞에 '한동훈 배신자'라는 문구가 적힌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청주=이하린 기자 |
-확실히 현장에선 반탄 후보가 등장할 때 결집력이 느껴졌어. 곳곳에서 보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흔적이 이를 방증했지. 윤 전 대통령 얼굴이 크게 그려진 포스터를 가지고 온 사람도 있었고,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원한다는 의미의 'Only Yoon(오직 윤석열)' 'Yoon Great Again(윤석열을 다시 위대하게)' 등 문구가 쓰인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지. 김문수 후보 측 지지자들은 풍물놀이를 하거나 오징어 게임 진행요원 코스프레를 했어. 또 "바꿔 싹 바꿔 김문수는 한다"와 같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일제히 "김문수"를 연호하며 환호하는 무리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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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결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청주=배정한 기자 |
-장동혁 후보 측 호응도 엄청났어. 지지자들이 연단 가까이 나와서 직접 악수를 청하거나 응원을 보내더라. 안철수 후보나 조경태 후보에 열기는 상대적으로 적었어. 그래도 각자 고정 지지층이 있어서 이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 이들은 '혁신 당 대표 안철수' '할 일 하는 우리 경태, 당대표는 조경태'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어. '조경태♥️' 머리띠를 쓴 지지자들도 있었지.
-당 대표 개표 결과 최다 득표자 합산이 50%를 넘지 않아서 결국 결선 투표로 넘어갔지? 1·2위 후보 반응은 어땠어?
-김 후보와 장 후보 모두 연단에 나와서 당원들 앞에서 이재명 정권에 맞설 적임자라고 주장했어. 김 후보는 지난 대선 후보 때와 마찬가지로 머리 위로 하트 표시를 하면서 당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지. 장 후보는 눈이 충혈된 상태에서 발언 도중 울먹거리거나 목이 쉬어 삑사리가 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 오는 26일에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될 예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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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서다빈 기자 |
◆기자도 의원도 '북적북적'…빌 게이츠의 국회 방문기
-국회에 깜짝 손님이 왔다며?
-응.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지난 21일 국회를 찾았거든. 게이츠 이사장의 국회 방문은 무려 3년 만이었는데, 반응이 정말 역대급이었어.
-이날 게이츠 이사장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국의 글로벌 조건 기여와 리더십’을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지.
-게이츠 이사장이 탈 거라고 예측된 엘리베이터 앞엔 기자들과 당직자들이 성벽처럼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어. 그런데 예상을 깨고 전혀 다른 통로로 게이츠 이사장이 등장한 거야. 현장에선 "우와" "대박!" 등의 감탄사가 쏟아졌고, 다들 우르르 달려가더라니까. 어릴 적 책으로만 봤던 인물을 실제로 마주하니, 다들 신기해하는 눈치였지.
-챙겨야 할 취재 일정이 아닌데도 현장을 찾은 기자들이 많았어.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린 탓에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 들어가려던 몇몇 기자들과 당직자들은 제지당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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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을 보기 위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 앞에 취재진과 당직자들이 몰려있다. /서다빈 기자 |
-회의실 통로는 취재진과 당직자들로 가득 찼지. 게이츠는 여야 의원 20여 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고, 몇몇 의원들도 게이츠 이사장의 국회 방문이 신기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더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이츠 이사장이 간담회장에 들어오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고.
-비공개 간담회는 약 20분간 진행됐어. 그는 노란색 메모지에 손 글씨로 메모하며 회의에 집중했지. 게이츠는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은 강력한 파트너"라며 △원조 활동의 재점검△원조액 확대 △인공지능(AI) 기술의 적극적 활용이 세 가지를 한국에 요청했지.
-통상 언론사마다 정당별로 출입 기자가 따로 있는데, 이날만큼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어. 당직자들도 마찬가지였고. 정말 '통합의 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국회는 원래도 북적이는 곳이지만, 이렇게까지 붐비는 건 진짜 오랜만이야. 지난해 10월 뉴진스 하니가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했을 때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이번 게이츠 이사장의 방문도 그에 못지않게 뜨거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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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95) 씨는 20일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하며 파주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으나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사진은 안 씨(가운데)가 이날 통일대교 남단에서 안학섭송환추진단과 함께 검문소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북한에 묻히고 싶다"…어느 비전향 장기수의 소원
-95세 노인이 북한으로 넘어가려고 시도했었다며?
-맞아. 지난 20일 비전향 장기수 중 한 명인 안학섭(95) 씨가 북한 송환을 요구하며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로 진입한 일이 있었어. 민중민주당 등으로 구성된 '안학섭 선생 송환 추진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임진강역에서 집회를 열 통일대교 남단까지 행진했고, 안 씨는 오전 11시 40분께 차에서 내려 공동단장인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목사와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대표의 도움을 받아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지.
-그래서 안 씨는 북한으로 송환됐어?
-안 씨는 북한으로 가지 못했어. 통일대교부터는 민간인 통제선이어서 군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고,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는 유엔군사령부 승인을 거쳐야 진입할 수 있어. 군 당국은 제지할 수밖에 없었고, 안 씨의 북한행은 무산됐지. 이후 안 씨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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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씨는 이날 오전 경기 파주 임진강역 앞에서 열린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1차 결의대회에 참석해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미국의 수모와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서까지 이곳에 묻히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
-그런데 안 씨는 왜 북한으로 가고 싶은 거래?
-안 씨는 이날 집회에서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미국의 수모와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서까지 이곳에 묻히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했어. 안 씨는 1950년 6·25 전쟁 때 북한군으로 입대했어. 그 후 1953년 4월 체포됐고,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출소했지. 안 씨가 북한으로 갈 기회가 없지는 않았어.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 장기수로서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를 선택했다고 해.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야?-안 씨를 포함해서 6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야. 통일부는 비전향 장기수 문제 등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안 씨 등의 송환 요청과 관련해 시간이 촉박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해당 문제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어. 해당 비전향 장기수의 나이대가 8~90대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js881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