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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내란세력 척결과 검찰·언론·사법개혁 완수를 목표로 강성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지 불과 사흘 만에 예기치 못한 내부 악재가 터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춘석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보좌진 명의의 계좌로 주식을 매매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 의원이 5일 본회의에 참석한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차명 주식거래 의혹에 휩싸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전격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에서도 사임했다. 정청래 대표가 당선 사흘 만에 직면한 첫 정치적 악재는 이 의원의 자진 사퇴로 급히 봉합됐지만, 사건이 남긴 도덕성과 공정성 파장은 여전히 당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9시 21분께 자신의 SNS를 통해 자진 탈당 소식을 알렸다. 그는 "오늘 하루 저로 인한 기사들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이상 부담드릴 수는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더팩트>가 이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보도한지 9시간 30분만이다.
앞서 <더팩트>는 지난 4일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 도중 타인 명의의 주식 계좌로 네이버 등 종목을 실시간 거래하는 모 습을 포착해 단독 보도했다. 이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여러 차례 휴대전화를 응시하며 주가 변동을 확인했고, 5주 단위로 주식을 분할 매수하며 호가를 정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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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팩트>는 지난 4일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 도중 타인 명의의 주식 계좌로 네이버 등 종목을 실시간 거래하는 모습을 포착해 5일 단독 보도했다. 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해당 계좌는 이 의원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차모 보좌관 명의로 알려졌다. 차 보좌관은 "제가 주식 거래를 하는데 의원님께 조언을 자주 얻는다"며 "휴대폰을 헷갈려 들고 들어가 제 주식창을 잠시 열어본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정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타인 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해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향후 당의 진상조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신성한 본회의장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탈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은 정 대표가 당선 직후 '강경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 직후 불거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컸다. 더욱이 이 의원은 4선 중진으로서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아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구상과 직접 연결된 위치에 있었다.
결국 이 의원이 이른 정리를 택하면서 당은 부담을 덜었지만, 정청래호가 도덕성 논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준 첫 사례라는 점에서 '리더십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향엽 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오후 8시경 이 의원이 정 대표에게 전화로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탈당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정 대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고, 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사안이 민주당의 도덕성 프레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해왔고, 공정성 문제로 윤석열 정권과 야권을 공격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당 스스로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히는 역풍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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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그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끈질기게 파고든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사안은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되돌아올 개연성이 크다. 지난 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 의원의 모습. /남윤호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기조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하며 거래 투명성과 시장 신뢰 회복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논란에 이어 여당 중진의 차명거래 의혹까지 더해지며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 대변인은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긴 했지만, 당내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채 문제된 의원이 탈당하는 방식에 대해 '면죄부'라는 비판도 존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걸 어떻게 처리하냐의 과정이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며 "시간 벌기나 꼬리 자르기를 하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