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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좌진 갑질 의혹'과 '거짓 해명'으로 논란이 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 한 달 만인 지난 23일 사퇴하면서 사상 첫 현역 의원 낙마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을 전격 사퇴했다. 보좌진 갑질과 예산 갑질, 교수 시절 무단 결강 등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스스로 낙마했다. 현역 의원의 첫 낙마 사례 이후에도 잡음이 새어 나온다. 여권에서 '보좌진과 일반 직장은 다르다'라는 발언이 나오거나 강 의원을 감싸는 말이 나왔고,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되려 자신이 저격당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의원 자격이 없다"라며 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자 민주당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당직자 폭행 사건을 소환했다. 보좌진을 '부하'가 아니라 '동지'로 보는 의원은 몇이나 될까. 보좌진 갑질 사례가 폭로된 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만 봐도, 보좌진에 대한 부당한 지시와 폭언 등이 지속돼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신은 보좌진 앞에서 떳떳한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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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둘러싸고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이 논란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강 전 후보자의 모습. /배정한 기자 |
◆"성격이 달라", "보좌진의 무게감"…與인사들, 강선우 사태 '말말말'
-재선 의원인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더라?
-맞아. 갑질 논란에 대한 감싸기부터 반성까지 톤이 제각각이더라고.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발언이 먼저 화제였지. 문 원내수석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좌진이 의원과) 너무 가까운 사이다 보니 거리낌 없이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강 후보자를 두둔했더라고.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서의 갑질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는 발언이 불을 지폈지.
-그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문 원내수석은 하루 뒤 기자들과 만나 "전체 맥락을 보면 옹호가 아니다"라며 "국회 보좌진은 일반 직장과는 다르다는 걸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
-여기서 난데없이 양이원영 전 의원이 튀어나왔어. "강 후보자에 대한 공격은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거든. 그런데 그 말이 되레 기름을 부은 격이었지. 양이 전 의원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글을 빠른 속도로 삭제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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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진석(왼쪽)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보좌진이 의원과) 너무 가까운 사이다 보니 거리낌 없이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강 후보자를 두둔했다. 양이원영 전 의원은 "강 후보자에 대한 공격은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더팩트 DB |
-이후에도 이슈는 이어졌지. 보좌진들이 모인 SNS 익명페이지에 "21대 때 원탑 갑질방으로 소문났던 전직 국회의원님, 이번에 한마디 했더라. 강선우한테 저러는 거 마녀사냥이라고. 끼리끼리 잘들 논다"는 글이 올라왔거든.
-결국 양이 전 의원은 "상처 준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어. "21대 국회의원실 중에서 저희 방이 갑질 원탑 방이라고 일컫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라며 "국회의원이라면 보좌진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책임과 사명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 상처를 줬던 것 같다"고 말했지.
-처음엔 강 후보자를 감싸려던 글이었는데, 되레 본인 갑질까지 되짚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야. 여기서 또 '보좌진에 대한 무게감'이란 표현이 등장하면서 인식이 이상하다는 비판도 나오더라고.
-이번 강 후보자 사태, 인사 검증보다도 오히려 그걸 둘러싼 말들의 태도가 더 큰 파장을 낳았던 것 같아. '직군이 다르다', '무게감'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해명이었겠지만, 듣는 사람들에겐 변명처럼 들렸을 수도 있지. 누군가는 사퇴로, 누군가는 삭제로, 또 누군가는 해명으로 상황을 마무리했지만, 보좌진을 둘러싼 '힘의 언어'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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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개표 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당직자 정강이를 발로 차고 욕설을 해 논란이 됐다. /남윤호 기자 |
◆강선우 '갑질' 확산…송언석 과거사도 소환
-강 의원의 사퇴 이후에도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응.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의원직 사퇴까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강 의원을 제소했어. 강 의원의 보좌진 갑질 의혹과 이에 대한 거짓 해명이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라는 게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의 설명이야.
-민주당이 역공에 나섰던데?
-맞아. 국민의힘이 강 의원 사퇴를 고리로 압박을 이어가자 민주당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의 과거 당직자 폭행 사건으로 반격에 나선 거야. 송 위원장은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일 개표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자 화를 내며 당직자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욕설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어. 송 위원장은 당시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징계 요구가 끊이지 않자 사과하고 탈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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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송 위원장을 직격한 것으로 보이는 글을 남겼다. /남윤호 기자 |
-그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언급한 '재입당 의원'이 송 위원장이야?
-대체로 송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아. 홍 전 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여의도 정치판에 보좌관에 행패 부리고 갑질하는 의원이 어디 강선우 한 사람뿐이겠는가"라면서 "당직자를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차고 폭행해 당직자들의 집단 항의에 스스로 탈당했다가 조용해지니 슬그머니 재입당한 의원은 없었던가"라고 썼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송 위원장은 어떤 해명을 내놨어?
-송 위원장은 반성하고 사과했을 뿐 아니라 처벌받아 탈당도 했고, 다 했다는 입장이야. 그런데 사실 송 위원장은 '정강이' 사건으로 징계받은 적이 없어. 송 위원장은 당 윤리위의 결정이 나오기 전 스스로 탈당한 뒤 약 4개월 만에 복당했어. 강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 비판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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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오찬 주례회동에서 의견을 듣는 모습. /대통령실 |
◆계속된 인사 논란…결국 '부족함' 인정한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강 의원 사퇴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입장을 내놨어?
-이번 주 초반까지 대통령실은 '낙마자는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강 의원에 대해선 임명 수순을 밟았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다음 날인 23일 강 의원이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라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어.
-주요 참모진과 내각 인사에서 오광수 전 민정수석과 이 전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 낙마자가 발생한 것이야. 아울러 12·3 비상계엄 옹호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도 사퇴했어. 그렇다 보니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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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이 남은 내각 인선에서 국민 눈높이에 적합한 인사들을 등용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31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대통령실 |
-대통령실은 사실상 처음으로 실패를 인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어.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좀 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적인 보완을 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지적을) 적극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어. 앞으로 인선에서는 대상자의 저서 내용까지 들여다보겠다고 예를 들면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위원회에서 인사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어. 이전까지 낙마 사례에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는데, 결국 한발 물러난 셈이야.
-이 대통령은 19개 부처 장관 중 14명을 임명했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을 내리면서 1기 내각은 4명의 인선 절차가 남아있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고, 교육부·여성가족부 장관은 새 후보자를 찾아야 되는 상황이야. 대통령실 비서관급 자리도 아직 다 채우지 못했기에 인선이 이어질 예정이야. 대통령실이 인사검증을 보완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남은 인선에서 국민 눈높이에 적합한 인사들을 등용할지 지켜보자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