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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에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 /대통령실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정부의 제1 책무로 꼽았지만, 자연재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이번 주 내내 안전을 강조하며 정부의 존재를 확인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및 일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이며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도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국민의 지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가 입당했다. 당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전 씨의 입당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계엄옹호 내란당' 프레임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전 씨는 다음 달 22일 청주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의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인적 쇄신'에 대한 구주류의 반발도 커 당 혁신과 쇄신도 요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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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전국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안전을 살피는 행보를 이어갔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 묵념하는 모습. /대통령실 |
◆오송→국무회의→상황실, 일주일 내내 '안전' 외친 李
-이번 주엔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도 있었고, 전국적인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 이재명 대통령도 분주하게 움직였던데.
-맞아. 시기와 상황이 그렇다 보니 여러 일정에서 반복적으로, 일주일 내내 '안전'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어.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14일에는 직접 현장을 찾아 비상대피시설, 차수벽 등 관련 시설을 꼼꼼히 살펴보며 관계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어. 현장에 다녀온 이후에는 SNS에 정부와 지자체 등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남겼어.
-이 대통령은 이튿날인 15일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재차 강조했고, 비공개 회의에서는 기상청, 소방청, 산림청 등에 여름철 관리 부실에 따른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어. 16일에는 오송 참사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과 만나 "정부를 대표해 사죄한다"라며 고개를 숙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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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이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찬에 앞서 환담하는 모습. /뉴시스 |
-집중호우가 본격화된 17일에도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폭우에 따른 인명 피해 우려에 대한 안전점검과 긴급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어. 또 다음 날(18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민소통행보 타운홀미팅도 취소했어.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오후에 폭우 피해 상황 점검을 위해 취소한다고 공지했어. 대신 이 대통령은 18일에 애초 예정에 없었던 집중호우 대응 현장 일정을 소화했어.
-그런데 타운홀미팅 취소를 결정한 17일 저녁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찬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어. 그 시각에도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었거든. 이런 점을 고려해 이튿날 일정도 취소한 거잖아.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이 만나 웃으며 덕담을 나누는 행사 모습까지 굳이 공개해야 했을까 싶어. 물론 제헌절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공개된 발언 중에도 우 의장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언급하긴 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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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김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집중유세에 참석한 모습. /배정한 기자 |
◆또 눈총받는 새 식구?…'이진숙 사퇴 주장' 김상욱 눈길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 요즘 눈에 띄더라?
-맞아. 입당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여당 의원 중 가장 먼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아직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지만, 이진숙 후보에 대해선 "이건 아니다"는 단호한 입장이었지.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의원이 한 말이야. "제자 논문에서 오탈자까지 복사해 갔다. 이공계 논문의 특수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했지. 개인 생각을 전제로도 "대통령께 그만 부담을 주셨으면 한다"고 했어. 이런 얘기를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꺼냈으니 사실상 '선공' 같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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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는 모습.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물 표절 의혹과 자녀 조기유학 논란에 휩싸였다. /남윤호 기자 |
-그런데 이 발언이 나온 뒤 민주당 지지층에선 반응이 좀 싸늘해. 온라인 커뮤니티엔 "역시 국민의힘 출신은 국힘 출신", "내부총질 온(On)"이라는 댓글이 줄을 잇더라고. 심지어 "벌써 분탕질하나"라는 말도 있었고. 김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땐 힘을 보태주는 거라며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막상 이런 쓴소리를 하니까 "들어오자마자 왜 내부에 총질하냐"는 반발이 나오는 거지.
-물론 김 의원은 소신대로 발언했겠지. 애초 "민주당 와서도 잘못한 건 말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당 지지층으로선 아직 '우리 사람'이란 신뢰가 덜 쌓였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해.
-한편으론 이런 반응 자체가 민주당이 요즘 얼마나 긴장 상태인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 이 후보자, 강 후보자와 관련 의혹으로 집중 공격을 받는 데다, 또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역학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힌 시기니까.
-과연 김상욱 의원의 소신 발언은 '쓴소리'로 받아들여질까, '선 넘은 말'로 기억될까. 새 식구가 낸 첫 목소리, 파장이 심상치 않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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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소속 보좌진 30여 명이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이하린 기자 |
◆'을(乙)'들의 반란…직장 내 갑질에 맞선 목소리
-국회에서는 이번 주 '을'들의 반란이 화제라며?
-응.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사 중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보좌진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어. 현장에 참석한 30여 명의 보좌진들은 '강요된 사적지시, 선 넘은 갑질행동, 우리가 기억한다'는 내용의 삼행시 피켓부터 '말로는 약자보호, 보좌진을 집사처럼! 여가부 장관 자격없다!' '공익제보 보좌진에 대한 고소조치 즉각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 항의 표시를 했어.
-보좌진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데, 현장에서 직접 밝힌 이유는 뭐였어?
-국보협 회장을 맡고 있는 황규환 보좌관(김기현 의원실)은 "보좌진은 항상 '을'의 위치에 있다 보니 이런 갑질을 계속한 사람이 어떻게 여가부 장관을 할 수 있냐는 절절한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다"며 피켓 시위의 취지를 설명했어. 그는 이번 기회에 보좌진들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도 했지.
-시위에 참여한 한 비서관은 <더팩트>에 "여전히 일부 의원실에서 상식 밖의 사적 지시나 인격적 모욕이 반복되고 있다. 누구든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에 외면할 수 없었다"며 "청문회장에 서 있는 인물이 이런 문제에 아무런 해명조차 내놓지 않는다면 누가 보좌진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겠나"고 지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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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요안나법의 조건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과 고(故) 오요안나 씨 모친 장연미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이하린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비단 보좌진만의 일이 아니잖아?
-맞아. 마침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6주년을 맞아 17일 국회에선 '방송 미디어 노동자와 직장 내 괴롭힘, 오요안나법 조건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어. 이날 참석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현행법으로 프리랜서 등 특수 고용 노동자나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어려워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했지.
-현장 목소리는 어땠어?
-오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비정규직이 얼마나 고통받고 소외당했는지를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꼭 법제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울먹거렸어. 한 언론사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한 허모 씨는 "허울 좋은 계약서 아래 프리랜서 자율성도 근로자의 복지와 권리 그 무엇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토로했지.
-이번 주는 국회에서 그동안 침묵하며 감내해 온 '을'들의 목소리가 비로소 드러난 한 주였어. 국회가 '을'의 외침에 어떻게 응답할지 주목되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