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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76조 2·3항)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실효성 부족과 사각지대 해소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76조 2·3항)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각지대 해소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요안나법 조건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나 5인 미만 사업장에 관한 법 적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6주년을 맞아 국회노동포럼(이학영·이용우·신장식 국회의원)과 김소희 국회의원, 엔딩크레딧·직장갑질119가 공동 주최했다.
현행 법으로는 프리랜서 등 특수 고용 노동자나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어려워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지난 5월 MBC 기상캐스터인 故 오요안나 씨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서 조직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인정받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오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비정규직이 얼마나 고통받고 소외 당했는지를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꼭 법제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울먹거렸다.
KBS에서 약 11년 동안 외주제작 PD로 일한 최상민 PD는 현장 증언 발언에 나서 "8년 전에도 국회 국정감사 시기에 문제를 지적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지금도 개인이 힘겹고 외롭게 싸우고 있다"며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노동계의 진짜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머니투데이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한 허이슬씨는 "프리랜서로 계약했지만 전혀 '프리'하지 않았다"며 "허울 좋은 계약서 아래 프리랜서 자율성도 근로자의 복지와 권리 그 무엇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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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현행 법에는 근로자 인정에 한계가 있어 법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 6주년에 열린 '고오요안나법의 조건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와 고오요안나씨 어머니인 장연미 씨(오른쪽에서 3번째). /국회=이하린 기자 |
전문가들 역시 현행 법에는 근로자 인정에 한계가 있어 법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면 근로자로 추정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며 "허위신고를 처벌하는 법안도 있던데 이는 소위 말해 '백래시'다. 현행법의 취지를 역행하고 제도 자체의 실효성을 몰각시키는 내용은 여야 합의해서 입법하는 과정에서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도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도입됐지만 법과 제도가 현장의 문제를 전혀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엔딩크레딧과 집장갑질119가 방송 미디어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 39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5%가 괴롭힘 행위를 당했다고 응답했고, 이 중 과반수(58.99%)에 달하는 응답자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대다수의 피해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괴롭힘 피해에 대한 대응 방법(복수 응답 가능)을 묻자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답변이 68.35%로 가장 많았고, 52.52%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53.44%)'고 답했고,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이 걱정된다(26.72%)'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이 고용부 장관의 소임"이라며 "명백하게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명이 난 사건은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