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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고루-②] 희망을 쏜 중왕어촌…안정적 수입원=인구 유입 Only
[인터뷰] 박현규 계장 "청년에게 현금성 지원책은 '수박 겉핥기식'" 서산 중왕마을, 30가구 이상 늘어…주민 연금도

[인터뷰] 박현규 계장 "청년에게 현금성 지원책은 '수박 겉핥기식'"
서산 중왕마을, 30가구 이상 늘어…주민 연금도


전국 대다수 어촌지역이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리·중왕마을은 반대로 어촌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박현규 중왕어촌계장이자 서산해품 감태영어조합법인 대표이사는 중왕마을을 어촌계 활성화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그는 눈에 띄게 인구가 느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1년에 총세대원 중 30%만 정착한다면 이 작은 마을에선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서산=이철영 기자
전국 대다수 어촌지역이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리·중왕마을은 반대로 어촌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박현규 중왕어촌계장이자 서산해품 감태영어조합법인 대표이사는 중왕마을을 어촌계 활성화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그는 "눈에 띄게 인구가 느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1년에 총세대원 중 30%만 정착한다면 이 작은 마을에선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서산=이철영 기자

기울어진 운동장. 한쪽으로 쏠려있는 경우를 비유한다. 대한민국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다. 반대로 지방은 소멸 일보 직전이다. 지금 당장 무게 추를 맞춰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역균형발전 공약으로 '5극 3특'(5대 초광역권과 3대 특화권역)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국을 두루두루 살펴 지역을 고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 <더팩트>는 지난 대선 기간 전국의 젊은 귀촌·귀농인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이 싹틔운 희망을 통해 지방소멸 진단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총 9편의 [고루고루]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서산=이철영·신진환 기자] 지난달 20일 서해를 품은 서산시 지곡면 중리·중왕마을(이하 중왕마을) 감태가공시설장. 주민 십여 명이 마을 특산품인 '감태'를 가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위생을 최우선이었다. 모든 작업자는 흰 위생복을 착용하고 있었고, 외부인의 작업장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됐다. 상황실에서 폐쇄회로(CC)TV로 작업하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한적한 중왕마을 속에서도 이곳만큼은 활기가 느껴졌다.

이날 <더팩트>와 만난 박현규(57) 중왕어촌계장이자 서산해품 감태영어조합법인 대표이사는 "청정갯벌 가로림만에서 채취한 감태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자동화 설비로 대량 가공해 상품화하고 있다. 2019년 문을 연 이후 꾸준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작업하는 주민들은 1년에 수천만 원씩 소득을 얻고 있다. 감태 가공으로 발생한 수익금으로 만 78세 이상 주민 24명에게 월 10만 원씩 연금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국 대다수 어촌지역이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왕마을은 어촌계 활성화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마을이다.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감태가공공장을 건립한 이후 마을 사람들의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겼고, 어촌에 정착하려는 이들을 유입하는 효과마저 거두고 있어서다. 박 계장의 말이다. "감태가공사업을 시작했을 때 96가구였다. 현재는 130가구이다. 불과 5~6년 사이 마을에 30가구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규 가구는 모두 외지에서 온 가구다."

박 계장은 감태가공사업을 시작했을 때 96가구였다. 현재는 130가구이다. 불과 5~6년 사이 마을에 30가구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규 가구는 모두 외지에서 온 가구라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왕마을 감태가공시설 전경. /이철영 기자
박 계장은 "감태가공사업을 시작했을 때 96가구였다. 현재는 130가구이다. 불과 5~6년 사이 마을에 30가구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규 가구는 모두 외지에서 온 가구"라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왕마을 감태가공시설 전경. /이철영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어가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5만4800가구에서 2024년에는 4만900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만 전년 대비 2.1%포인트 감소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총 492개 읍·면·동의 어촌 중 소멸위험지역은 294개로 전체의 57.7%에 달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2045년에는 어촌의 87%가 소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열악하고 낙후된 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 인구 유출을 막고 신규 인력을 유입하는 상황이다.

해마다 어촌을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는 건 지방인구감소와 지역 자생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하지만 중왕마을은 가구가 늘어나는 이례적인 곳이다. 특히 박 계장은 "2014년부터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 방문자 수가 3만명 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날이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봄철부터 체험장 인근 카페는 주말·연휴 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쉽게 말해 감태 가공 외에도 관광객을 유치해 마을주민들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다만 중왕마을 인근 어촌마을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라고 박 계장은 설명했다. 실제 서울에서 중앙마을로 가는 길에 차량이나 인적은 매우 드물었다. 문을 닫은 학교도 있었다.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아이가 중학생인데 시내에 있는 학교까지 차로 등하교를 시켜줘야 한다. 청년들이 어촌으로 와서 살려면 학교가 필요하다. 또 근처에 병원이라도 하나 있어야 그나마 마을이 활성화될 것이다. 문화와 복지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곳에 누가 와서 살겠나."

중왕마을은 귀어인이 어촌 적응과 정착을 돕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국내 첫 귀어타운인 충남 귀어타운하우스는 총 14개 동에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해 어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현재는 귀어인들이 모두 입주한 상태다. /이철영 기자
중왕마을은 귀어인이 어촌 적응과 정착을 돕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국내 첫 귀어타운인 '충남 귀어타운하우스'는 총 14개 동에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해 어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현재는 귀어인들이 모두 입주한 상태다. /이철영 기자

중왕마을은 귀어인이 어촌 적응과 정착을 돕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국내 첫 귀어타운인 '충남 귀어타운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어촌에 정착하려는 도시민의 초기 주거 문제를 해소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임시거주시설이다. 총 14개 동에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해 어촌 생활에 적응하는 귀어인들이 모두 입주한 상태다. 입주한 귀어인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온 외지인으로, 어업 작업을 한 만큼 수입을 얻는다고 한다.

"감태가공시설 옆 수산학교에서 3주간 교육 과정을 이수한 귀어인들은 자기의 뜻에 따라 타운하우스에 입주할 수 있다. 그러면 준계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마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언권과 어촌계장의 투표권을 가진다. 보통 가족 단위보다는 1~2명이 귀어하고자 내려온다. 눈에 띄게 인구가 느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1년에 총세대원 중 30%만 정착한다면 이 작은 마을에선 엄청난 일이다." 김 계장에 따르면 총세대원은 매년 다르며 보통 25명 내외다.

박 계장은 정부가 기후 변화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을 발굴해주고 문화와 복지 인프라를 늘려야 어촌이 산다. 어려운 어촌을 중심으로 귀어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멘토를 지원하는 것도 정부나 지자체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영 기자
박 계장은 "정부가 기후 변화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을 발굴해주고 문화와 복지 인프라를 늘려야 어촌이 산다. 어려운 어촌을 중심으로 귀어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멘토를 지원하는 것도 정부나 지자체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영 기자

해마다 줄어드는 어촌 인구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청년이 정착해야 한다. 청년들이 귀어해 가정을 꾸리고 또 다른 세대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야만 어촌이 살아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단순히 청년들에게 현금성 지원책은 '수박 겉핥기식' 하책이라고 김 계장은 지적했다.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는 있어도 어촌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박 계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갈수록 해수온이 올라가고 어족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왜 어촌을 떠날까? 안정적인 소득이 없어서다. 저도 한때 고향을 떠났었다. 그냥 살라고 하면 누가 살겠나. 하지만 연고도 없고 경험도 없이 없어도 어촌 생활을 고민하는 외지인이 꽤 많다. 정부가 기후 변화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을 발굴해주고 문화와 복지 인프라를 늘려야 어촌이 산다. 어려운 어촌을 중심으로 귀어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멘토를 지원하는 것도 정부나 지자체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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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23 00:00 입력 : 2025.06.23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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