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국민의힘의 패배로 대선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내홍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패배해 본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 상황이 비슷한 듯 다르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의 패배로 대선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내홍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패배해 본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 상황이 비슷한 듯 다르다. 혼란을 수습하는 방식과 패배를 대하는 의원들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보수 궤멸 트라우마로 인해 '원팀 아닌 원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보수 쇄신에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몇 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당내 분열상만 고스란히 노출했다. 패배 원인부터 지도부 체제 전환 여부, 개혁 방안 등 모든 사안에서 충돌했다.
국민의힘 의원 개개인의 쇄신 의지도 당 갈등 양상에 가려져 버렸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민 의원을 시작으로 최형두·최수진 의원이 차례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전반에 대한 반성문을 발표했지만 그마저도 멈춰버렸다. 박 의원이 물꼬를 트면 의원들이 릴레이로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수진 의원 다음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은 현시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혼란을 수습하는 방식과 패배를 대하는 의원들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보수 궤멸 트라우마로 인해 '원팀 아닌 원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보수 쇄신에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정한 기자 |
보수 정당이 이같은 혼란에 빠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내부 갈등을 겪은 건 마찬가지다.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사이 책임론이 불거졌고, 혼란한 상황을 거치면서 당 쇄신에도 실패했다. 이는 2018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참패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애초부터 비박계 의원 일부가 집단으로 탈당해 갈라선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분당 사태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보수 분열 이후 기반을 다시 쌓는 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던 경험이 있는 만큼 분당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 받고 있는 김문수 전 후보의 지지율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율이 24%였는데 이번에는 41%가 나왔다"라며 "우리끼리 뭉치면서 나름 해낸 것이다. 오히려 그때 분열했던 게 아무 의미 없었고, 결속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 상황을 두고 "어떻게 갈등이 없을 수 있겠나"라며 "이게 잘 봉합된다면 오히려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정치권에서는 심리적 분당 사태가 오히려 당을 더 곪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보수의 분열이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교훈 아래 이번엔 단일대오로 갔지만 사실상 단일대오가 아니다"라며 "분열도 봉합도 아닌 상태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보수 진영 전체가 무력감과 열패감에 빠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