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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전반에서 가속화되는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사진은 지난 3월 1일 서울 광화문 태평로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차벽을 사이에 두고 탄핵 반대측과 탄핵 찬성측의 집회 모습. /배정한 기자 |
'모두의 축제 서로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 불린다. 유권자에겐 가수 싸이의 노래 '챔피언'의 가사처럼 '축제'여야 한다. 축제는 함께할 때 즐거움이 배가 된다. 유권자는 축제를 즐기고 있을까? 정치가 지역과 세대 그리고 불평등과 남녀 갈등으로 몸집을 갈라치기하고 있다. '국민 통합'을 외치며 '1+1=2'가 아닌 '2-1=1'의 등식으로 국민 갈등을 먹고 자란 정치가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통합'을 꺼냈다. 수사에 그쳤던 과거와 이번은 다를까? <더팩트>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가 된 '국민 통합'은 어떻게 실패했고 이용되었는지를 짚으며 '국민 통합'의 이유를 찾고 실천방향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신진환·김정수·이철영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시대정신은 또 '국민통합'이다. 수 십 년 째 시대적 과제다. 사회경제적·정치이념적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새 정부의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은 소득분배의 악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세대 갈등, 집단 이기주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 등 문제는 고착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으로 국민 분열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역대 정부의 국민통합은 불완전했고, 대선 후보들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기호순)들도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립과 갈등을 봉합해 나라를 미래로 이끌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후보들 인식에는 지역·이념·계층·세대 간 갈등을 통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렸다. 하지만 어떤 후보가 집권하든 국민통합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며 갈등과 분열의 사회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대 정부의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 관련 기구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시민단체 시민정치행동 안성용 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과거 정부가 정권 초기에는 시민들의 눈높이와 기대치에 맞춰 각종 개혁과 국민통합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때(임기)가 지날수록 더 힘있게 추진하지 못했다"라면서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통합에 상당히 힘을 썼던 건 사실이지만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회 직할의 통합위가 만들어졌던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매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의 국민통합 관련 조직이 꾸려졌다. 국민대통합연석회의(노무현 정부), 사회통합위원회(이명박 정부), 국민대통합위원회(박근혜 정부), 국민통합위원회(윤석열 정부)라는 비슷한 명칭의 전담 기구가 구성됐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이 조직은 정치·경제·사회 영역 전반에 걸쳐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수많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시급히 논의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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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분출하는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통합 정책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통합'을 주창하면서도 이견을 보여왔다.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에 집중하면서다. 국회 미래연구원의 2021년 연구보고서 '국민통합: 수요자 중심의 의제 형성을 위한 예비 검토'에서는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국민통합은 '분열 극복' 내지 '갈등 해결'을 위한 정치적 역할에 대한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라며 "국민통합은 (대통령과 여야의) '권력'의 차원에서 그 의미가 주로 부각된다"고 짚었다.
유경현 전 헌정회장도 통화에서 "국민통합은 화학적 요소가 가미돼야 하는데, 정치권은 실질적인 면보다는 명분을 많이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정치권이 필요하지만 매우 어려운 통합을 자꾸 강조함으로써 무거운 압력 속에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은 연대 자체가 척박한 상태에서 하나의 명분으로서의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와 현재의 시대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월에는 부동산 과다 보유에 대한 세제를 강화해 투기적 이익을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조세정책에 변화를 줬다. 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일종의 부의 대물림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부동산 문제는 오늘날에도 난제로 남아 있다. 이후 정부에서도 공공임대사업, 재개발·재건축 관련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수도권 집값 안정화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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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적용된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월 19일 오전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간판이 떨어져 파손돼 있다. /이새롬 기자 |
국민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한 핵심과제로 꼽히는 선거제 개혁도 마찬가지다. 사회통합위원회가 2010년 6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건의한 이후 야당은 난색을 표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선거구제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방선거 참패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정략을 의심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실 선거제 개편은 참여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제기했던 문제였다.
이처럼 국민통합은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체주의를 경계하며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을 통해 사회가 조금씩 발전할 수 있게끔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 전 회장은 "정치권이 공간적인 연대와 시간적인 승계 문화의 두 축을 잘 조절해야 한다"라며 "상대주의 바탕 위에 다원주의가 있고, 그 위에 경쟁을 통한 연대의 큰길에 민주주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