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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대통령 대행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지 13일 만이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일로 남을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속 탄핵 정국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강행했다.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192명 중 찬성 192표로 탄핵안은 가결됐다. 한 대행은 국회 탄핵 의결서를 받는 시점부터 직무가 정지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한다. 이 역시 최초의 일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두고 야권의 손을 들어줬다. 우 의장은 "의결정족수에 대해 일부 의견이 있지만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직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 안건의 탄핵소추 대상자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신해 행사하는 국무총리"라며 "헌법학계와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의결정족수를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본회의에서 가결 요건이 국무위원 기준으로 정해지자 국민의힘은 우 의장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표결하지 않았다. 그간 한 대행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있기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등 야권은 한 대행이 선출직 대통령의 임명을 받는 국무위원이라며 실제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할 뿐이라는 논리로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이상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고 맞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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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눈을 감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결정족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만큼 국민의힘은 이번 한 대행의 탄핵안 가결에 대해 불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행 탄핵안 효력 정지 가처분이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재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분쟁이 생길 때 헌법을 해석해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하는 절차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민주당 마음대로 헌법을 해석해 의결을 강행하더라도 한 대행은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헌법상 해석에 부합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의가 있다면 스스로가 헌법재판으로 다투는 것까지 말리지 않겠지만, 이 부분은 해석에서 헌법상 취지상 명백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탄핵은 한 대행이 국회 추천 몫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한 영향이 크다. 한 대행이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라며 사실상 야권의 즉각 임명 요구를 물리쳤다. 민주당은 즉각 한 대행 탄핵안을 발의했고,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등 야당이 처리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과 대조적으로 9명 체제의 헌법재판소(헌재) 복구에 미적대고 있다며 임명을 압박해왔다. 국회의 적법한 표결을 거쳐 선출된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미루는 것은 헌재의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 대행을 두고 '내란 대행'이라고 비난해온 민주당도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정 전반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최근 내수는 물론 외환과 수출, 금융까지 경고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 때 2400선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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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수경기활성화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대행 탄핵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어 "글로벌 통상 전쟁이라는 국가적인 비상시국에 국정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서 보듯이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안보와 국민 경제, 국정의 연속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수용되진 않았다.
결국 전례가 없는 '대행의 대행 체제'가 가동된다. 한 대행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국무위원 서열에 따라 최 부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게 야당의 설명이다. 최 부총리가 국정 운영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최 부총리도 앞날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한 대행을 탄핵하기 전부터 최 부총리를 향해 대행을 맡는 즉시 헌법재판관 3명을 지체 없이 임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 부총리가 민주당의 요구를 즉각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 대행이 '쌍특검법' 공포 여부를 오는 31일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최 부총리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최 부총리가 공포 시한인 1월 1일을 넘긴다면 연쇄 탄핵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을 공포하려는 야권의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