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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86 청산' 외치던 한동훈, '임종석 컷오프'엔 "이상해" Only
친문 핵심 임종석, 중·성동을 컷오프에 '울분' '40년 둥지' 떠난 설훈…무소속 출마여부 '관심'

친문 핵심 임종석, 중·성동을 컷오프에 '울분'
'40년 둥지' 떠난 설훈…무소속 출마여부 '관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천 배제(컷오프)한 데 대해 이재명 대표가 당권의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배정한·이동률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천 배제(컷오프)한 데 대해 "이재명 대표가 당권의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배정한·이동률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친문(친문재인)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배제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상한 일은 이재명 대표 개인 사익을 기준으로 보면 다 투명하게 해석된다"고 비꼬았다. 임 전 실장은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운동권 정치인의 상징적 인물이다. 사실상 '86 청산'을 총선 슬로건으로 세운 한 위원장이 임 전 실장을 공천 배제한 이 대표에게 "이상하다"하니 되레 의아하단 반응이 나온다.

-숨 가쁜 여야 공천 과정에 갑자기 배우 차은우가 소환됐다. 서울 도봉갑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된 안귀령 대변인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다. 안 대변인은 과거 한 방송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차은우 중에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깝냐"는 질문에 이 대표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논란을 겨냥해 "저희 당에서 제가 차은우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공천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꼬았고, 안 대변인은 "말싸움에 골몰하기보다 국민과 민생을 위해 신경 써달라"고 맞받았다. 여야의 날 선 공방에 차은우만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 한다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 한다"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운동권 청산' 외치던 한동훈, 임종석 공천 배제하니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성동갑에 임 전 실장이 아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어. 임 전 실장 공천 배제(컷오프)가 국민의힘에서도 화제였다며?

-민주당 공천이 모두 이재명 대표 뜻에 따라 진행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 컷오프 소식이 나오자마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상한 일은 이 대표의 개인 사익을 기준으로 보면 다 투명하게 해석된다"고 비판했어. 이 대표를 향해선 "정치를 참 이상하게 한다"고 직격했지.

-한 위원장의 말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던데?

-맞아.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시대정신으로 '86 운동권 청산'을 내세웠잖아?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 임 전 실장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으로 선출돼 학생운동을 주도했어. 이후 정치권에 입문해 해당 지역구에서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이번 총선에서 16년 만에 국회 재입성을 노렸었지. 한 위원장이 지목했던 '청산 대상 정치인'에 부합했던 인물이야.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관련 질문에 이 대표는 당권을 이용해 잠재적 경쟁자인 임종석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고, 저는 계양을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과 원 전 장관. /남용희 기자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관련 질문에 "이 대표는 당권을 이용해 잠재적 경쟁자인 임종석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고, 저는 계양을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과 원 전 장관. /남용희 기자

-한 위원장은 임 전 실장을 겨냥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어. 1월 29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선 "임종석과 윤희숙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며 중·성동갑에 도전하는 윤희숙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지.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을 벌어본 적도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 년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정치인들을 장악해 온 분들이 민생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임 전 실장을 강하게 비판했어.

-민주당이 임 전 실장을 컷오프 했으니, 사실상 청산(?)한 거라고도 볼 수 있잖아? 그런데 한 위원장이 이번엔 이 대표에게 "정치를 참 이상하게 한다"고 하니까 조금 황당하게 들리기도 해. 누리꾼들은 '운동권 청산은 이재명이 대신 하나', '청산하라고 해 대신 해줬더니 왜 화났냐' 등의 반응을 보였어.

-한 위원장도 이런 반응을 읽었는지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임 전 실장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분도 청산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 대표는 대표 권한을 이용해 정적인 임 전 실장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다"라고 말했어. 같은 날 출근길에서도 "이 대표는 잠재적 경쟁자를 숙청하려 한다. 자기 당권을 이용해 임 전 실장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다"라고 밝혔지. 임 전 실장 컷오프로 운동권 청산 프레임이 먹히지 않는다는 주장도 반박했어. 진보당과 연합하는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겨냥해 "나쁜 놈 빠지니 더 나쁜 놈을 넣겠다는 것이다. 운동권이라는 툴을 통해 결집하고 기득권을 잡고 야합·연명하려는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 오히려 강고해졌다"라고 주장했지.

-한 위원장 타깃이 임 전 실장에서 위성정당으로 옮겨간 셈이구나. '운동권 청산'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다가오는 총선에서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지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한 헬스장에서 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던 중 당 지도부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이 담긴 TV화면을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한 헬스장에서 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던 중 당 지도부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이 담긴 TV화면을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컷오프' 임종석 헬스장에서 만났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 '민생 행보' 중 웃지 못할 사진이 찍혀 화제가 됐다고?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 간담회를 가졌어. 간담회 전 이 대표가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근력 운동을 끝내고 유산소 운동을 하려고 러닝머신에 올라탔지. 그런데 러닝머신에 거치된 TV 화면에 임 전 실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담긴 뉴스 화면이 뜬 거야. 사진기자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찍었지. 임 전 실장은 같은 날 당 지도부(전략공관위)의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거든.

-이 대표는 임 전 실장 포함해 당내 공천 반발, 탈당자가 생기는 등 파열음이 커지는 것에 대해 의연한 반응이야.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반발하고 항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있어야 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어.

-반면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울분을 토했어. 그는 "'양산 회동'에서 이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으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했어. 임 전 실장은 최고위의 답을 듣고 거취를 논하겠다며 이날 저녁 서울 왕십리역에서 시민과의 인사에 나섰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임 전 실장의 유세 행보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 지지자들도 있었던 듯하네.

-한 언론사가 임 전 실장의 저녁 인사 장면을 생중계했어. 친문계 홍영표·윤영찬·송갑석 의원이 지원 유세를 나왔지. 그런데 한 중년 남성이 임 전 실장을 향해 "실장님 성동에 말뚝 박았습니까? 성동에 말뚝 박았어요?"라며 크게 항의하는 장면이 생중계됐어. 임 전 실장은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남성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번엔 다른 쪽에서 목소리가 나왔어. 누군가 "당신들 윤석열 정권에 싸움 한 번 제대로 안 한 사람들이 다 나와 민주당 얘기하고 있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했던 사람이 그러면 되나"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방송을 탔지. 이분들은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말했던 이른바 '전 정부 책임론'에 동의하는 지지자들인 듯 해.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잡음이 나오고 있지. 특히 의석수도, 컷오프된 현역 의원 수도 많은 민주당 파열음이 더 큰 듯 해. 당 지도부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비책이 필요할 텐데, 지금으로썬 이 대표가 이른바 '새순론'과 '입·탈당 자유론'을 펼치는 것 말고는 딱히 대책이 있어 보이지 않네.

김대중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동교동계 막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위 평가를 받은 데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탈당했다. 설 의원이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동교동계 막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위 평가를 받은 데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탈당했다. 설 의원이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울고 싶다" 40년 둥지 떠난 설훈…결국 무소속 출마?

-'동교동계 막내' 설훈 민주당 의원이 결국 당을 떠났네.

-40년간 민주당에 몸담았던 5선 중진의 설 의원이 지난달 28일 결국 탈당했어. 설 의원은 현역 의원 하위 10% 통보를 받은 데에 '보복 평가'라며 반발해 왔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로 찍혔던 만큼, 본인이 당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 거야. 특히 이 대표 체포 동의안 정국에서 당의 대표적 '가결파'로 지목되면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큰 지탄을 받기도 했잖아. 그동안 마음고생이 상당했다고 하더라. 설 의원은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고별사를 통해 "민주당을 살리고 이 대표도 살려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총선 불출마하고 민주당 사무총장, 사무부총장이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했어.

-설 의원의 거취는 어떻게 되는 거야?

-설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할 당시 비통한 얼굴로 "울고 싶은 심경이지만, 울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총선 완주 의지를 보였어. 오랫동안 지켜온 부천에서 또다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거야. 문제는 당적인데, 이낙연계로 꼽히는 설 의원은 탈당 전부터 새로운미래로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아 왔거든. 탈당과 동시에 새로운미래행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의외로 무소속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더라. 설 의원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당적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야.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에게 입장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말한 후 장고에 들어간 상태야.

-설 의원 지역구 분위기는 어때.

-설 의원 측이 지역 정가 관계자들과 거취에 대해 논의한 결과 새로운미래보다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해. 설 의원의 지역구인 부천은 호남세가 강한 민주당 텃밭으로 꼽혀. 민주당 아닌 다른 당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지역 내 반감이 있는 거지. 설 의원 측은 "지역 정가에 새로운미래 당원들이 거의 없고, 수도권에 있는 호남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어.

-설 의원 역시 시도 의원들에게 "당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하더라. 민주당에 애정이 큰 만큼 새로운 당적을 가지는 데 부담이 크긴 한가 봐. 선거철 정치는 '생물'인 만큼 설 의원이 어떤 결정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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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02 00:00 입력 : 2024.03.02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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