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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지금은 연탄 보릿고개...매년 기부하겠다" Only
국민의힘, 외국 대사 명절 선물 대신 취약계층 연탄 후원하기로

국민의힘, 외국 대사 명절 선물 대신 취약계층 연탄 후원하기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열린 연탄나눔 봉사활동에서 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인사드리고 있다. /노원=이새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열린 연탄나눔 봉사활동에서 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인사드리고 있다. /노원=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노원=조성은 기자] 연탄 여섯 장을 짊어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집에 들어가더나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다섯 명이 겨우 서있는 좁은 마당으로, "많이 말랐다", "더 먹으라"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곽오단 할머니(92)의 집.

곽 할머니는 한 위원장에게 "새해엔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집에서 이렇게 옷을 겹겹이 걸쳐 입으셨다"며 "저희가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마당에 있던 연탄봉사 단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측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연탄 봉사자들이 오면 연탄불에 익힌 고구마 등을 준비해 놓고 주시곤 한다. 오늘은 고구마에 우유도 세 통이나 준비해 놓으셨다"고 귀띔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낡은 집은 외벽엔 금이 가고 창틀이 벌어져 있었다. 그는 "이런 오래된 집이 많다. 단열도 안 되고 웃풍이 심하다"면서 "이런 곳은 연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월부터 4월 중순까지는 연탄을 때야 한다. 12월까지는 연말이라 연탄 후원이 많이 오지만 1월이 되면 뚝 끊긴다. 2월인 지금은 '연탄 보릿고개'"라고 설명했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하나다. 1960년대 용산 청계천 재개발로 강제이주된 주민들의 마을이었다. 지금은 다시 재개발로 대부분의 주민이 떠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100여 가구만 남아있다. 곽 할머니의 이웃집들에는 철거대상인 '공가(空家)'라는 오래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직자 및 연탄은행 자원봉사자 등 100여 명과 함께 연탄봉사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매년초에 외국 대사 등에게 보내는 선물용 예산 약 7000만 원을 연탄기부에 활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총 7만1000장의 연탄을 후원하게 됐다. 한 가구가 한 달에 사용하는 연탄이 대략 200장으로, 대략 355가구의 한 달 사용 분량이다. 한 위원장과 봉사자들은 이날 함께 2000장을 날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10시 30분께 백사마을에 등장한 밤색 후드티에 검은색 카고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편안한 차림새였다. 위에는 국민의힘 색깔인 빨간색 점퍼를 걸쳤다. 한 위원장은 허기복 연탄은행장으로부터 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본격적으로 연탄봉사를 준비했다. 양팔에 팔토시를 끼고 손에는 비닐장갑과 목장갑을 차례로 꼈다. 일부 주민들은 한 위원장을 둘러싸고 "노원을 발전시켜 달라"는 등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먼저 연탄 60장이 든 손수레를 직접 끌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김예령 대변인 등 당직자 4명이 도왔지만 중간에 한번 쉬어야 할 정도로 높은 언덕이었다. 곳곳이 이윽고 가장 꼭대기의 한 대문 앞에 멈춰 연탄을 내렸다. 몇 번을 들락거리다 콧물이 났는지 코 주변을 훔치자 얼굴에 검은 얼룩이 묻었다.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장은 한 위원장을 보고 "위원장님 얼굴이 너무 하얗다. 이렇게 분칠 좀 해야 한다"며 웃었다.

연탄을 옮기면서 많은 주민이 한 위원장에게 사진을 요청했다.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한 주민이 "서울시의 개발정책이 자꾸 바뀌면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 등이 주거지를 보존한다면서 마을에 희생을 끼쳤다"며 "저희가 법대로 진행해달라고 시위도 했는데, 구청과 시청 모두 저희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잘 파악하겠다"며 주민이 건넨 서류를 받았다.

한 위원장은 12시께 봉사활동을 마친 뒤 "오늘 7만1000장을 기부한 예산은 원래 외국 대사 등에 대한 명절 선물용이었다"며 "앞으로 우리 국민의힘은 매년 설에 이렇게 7만 장씩 기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탄 나눔 봉사에는 한 위원장을 비롯한 김경율·박은식·윤도현 비상대책위원, 장동혁 사무총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김예령 대변인, 김형동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 심성훈 영입인재 등 당직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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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08 18:10 입력 : 2024.02.08 1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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