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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피습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내 독버섯처럼 퍼진 '정치혐오'를 극복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정치 테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공격한 괴한의 당적 여부를 두고 음모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강성 지지층만 남은 한국 정치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이 대표가 괴한의 테러로 목이 찔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수술받은 데 이어 4일 서울대병원 측은 이 대표가 회복 중에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주치의인 민승기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 대표의 병원 치료 관련 브리핑을 열어 이 대표가 당시 좌측 목 뒷근 위로 1.4cm 찔린 자상이 있었으며, 속목정맥 혈관 재건 수술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술 다음 날인 3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져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 피습의 피의자 김 모 씨에 대한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특히 김 씨의 당적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은 여야 정당 중앙당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당원명부를 비교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는 김 씨가 지난해 국민의힘 당원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강성 지지층들을 중심으로는 이 대표 피습 관련한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퍼져 진영 대결이 격화됐다.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는 이 대표의 피습이 자작극이라거나, 김 씨가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으로 이 씨를 찌른 것이라는 등의 '지라시'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반면 친 민주당 성향 유튜버들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김 씨가 정부와 국민의힘의 사주를 받아 이 대표를 테러한 것이라는 '배후설'이 퍼지고 있다.
김 씨의 당적이 밝혀질 경우, 양극단 지지자들 사이 진영 충돌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양당 지도부도 '당적은 정치 테러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으며 수습에 나섰다. 양당은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정치적 공세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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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는 이 대표 피습 피의자 김 씨의 당적 여부보다는 정치 테러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집중해 달라며 사건의 본질을 놓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용희 기자 |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피의자의 당적 여부가 이상하게 논란이 되고 있다" 며 "(이러한 논란이) 정치적 테러도 자기들 정파의 이해관계에 활용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씨의 당적이 밝혀진다 해도, 해당 사건이 '정치적 테러'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도 같은 날 이 대표의 피습과 관련한 음모론과 가짜뉴스와 관련해 당 차원의 '엄정 대처'를 예고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피의자의 당적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저급한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지금은 봉합과 치유를 위해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의 배경으로는 강성 지지층만이 결집하는 양극단화가 된 한국 정치 환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진영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피의자의) 당적이 뭐가 중요하냐. 그 문제보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속에서 적대적 정치를 양산해 오면서 만들어진 사회적 병리 현상(이 본질인데) 이런 것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피습과 관련해 "여야 모두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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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내전 상태'로 규정하고, 거대 양당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극단의 정치'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남겼다. 사진은 이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남용희 기자 |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위기 상황' '내전 상태' 등으로 진단했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여의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후로도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런 테러의 근원은 '정치혐오'에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력정당들 사이에 신사협정이라도 맺어야 할 판"이라며 "근본적 책임은 그간 국정 운영 파트너인 야당과의 정치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있다. 정치 지도자의 말 한 마디 한마디가 국민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치 혐오'의 행보와 발언은 자제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은 '정치적 내전 상태'라고 규정할 수 있다. 양극단의 정치가 현재 상황을 만들어 온 것이다"라며 "국민들을 극단의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정치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대표가 회복하고 나면 금방 여야가 또 싸울 거다. 분노와 배제와 혐오의 정치를 청산할 수 있는 구조적인 개혁을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근본적으로 △개헌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국회 다당제 정착화 등이 선행될 경우, 정치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으나 "두 정당 기득권 중 실행할 정당은 지금으로선 없어 보인다"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