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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한층 '매워' 졌다.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검찰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무능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21일 경제위기대응센터 출범식)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나"(22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되고 있다. (중략)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23일 기자간담회)
24일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한층 '매워' 졌다. 이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자신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에 "사건은 바뀐 게 없이 대통령과 (수사 담당)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뀐 것"이라고 반박하며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열변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정부와 여당 공세 수위를 높여 '강 대 강' 대결을 불사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3일 오전 당대표회의실에서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형식은 기자간담회였지만, 전체 67분 진행 시간 중 이 대표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한 반박 발언과 정부·여당 비판 공세를 이어가는 데 사용한 시간만 '47분'이었다. 체포동의안 보고와 표결을 앞두고 자신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편파적임을 강조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권이 바뀌니 '없는 죄'를 만들어내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영장에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찾아낸 게 없다 보니 검찰에 포획돼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된 진술을 만들어내고, 그에 기초해 검은색을 흰색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권력이 조작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상황을 '사법 사냥'이라고 비유했고, 민주당에서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거론하며 강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검찰을 향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게,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검찰이 주장한다)"며 "그러면 대통령 부인(김 여사)은 어떻게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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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계획은 없는지'를 묻자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뉴시스 |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현안 관련 질문 답변 도중 이 대표가 검찰을 '강도·깡패·오랑캐'에 빗대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계획은 없는지'를 묻자 "(과거 자신의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 당시에는) 지금처럼 없는 사건을 만들어 조작하는 것을 대놓고 할 거란 예상은 없었다"며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며 불체포특권 활용 의사를 밝혔다.
또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총선에 승리할 방안이 있는지'를 묻자 이 대표는 '투쟁'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며 "오랑캐 침입 자체를 막을 방법이 있냐 하면 없다. 전 그게 정치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말을 되갚아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이재명 잡겠다고 이재명 가족, 이재명 친구, 이재명 후원자, 이재명 이웃, 이재명 지지자들, 이재명과 아는 사람들이 저 때문에 너무 고통이 크다"며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냐, 국가 권력 갖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냐"라고 정권과 검찰을 비판했다. 이 발언은 지난 2016년 윤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했던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깡패"라는 말을 이 대표가 인용해 비꼰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21일 이 대표는 당내 '경제위기대응센터' 출범식을 갖고 정부의 민생 경제 위기 대응 능력을 직격하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무능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검찰과 야당 사이 강한 정치적 전선이 형성된 것에 관해 검찰이 국가 공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을 꼬집기 위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말로 그대로 되갚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도 "정권이나 검찰의 행위들이 도를 넘었기 때문에 대표 입장에서도 그렇게 세게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압수수색을 공식적으로만 275번 당한 상황에서 점잖게 말할 입장이 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표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27일 표결 이후 대표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자 이 대표는 "가정적 질문이라 지금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재판 진행에 따라 지도부 공백 우려가 생길 것에 대한 우려와 관련한 질문에 "제가 경기지사일 때 네 가지 혐의로 기소돼 전부 무죄를 받은 일이 있다.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렸지만, 도정 평가는 꼴찌에서 1등 평가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과거 사례를 끌어왔다. 경기지사 때처럼 직을 유지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27일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대신 이후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자는 물결이 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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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내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복잡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조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내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복잡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체제 하에서 방탄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발버둥 칠수록 빠져드는 개미지옥"이라며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슬라이스 쳐서, 쪼개기 영장으로 계속 들어올 거 같은데 그럼 그때마다 어떻게 할 건가"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되 당 대표한테 결단을 요구하자 하는 그룹이 하나 있다"며 "또 어떤 그룹은 검찰 영장이 이렇게 허접하니 아예 법원은 이건 기각할 거다. 당당하게 표결하지 말고 먼저 (영장실질심사에) 나가시라, 이런 그룹이 또 있다"고 했다.
민주당 원로들도 '선당후사'를 이야기하며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유인태 전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앞으로 정치를 하려면 좀 감동적인 모습이 있어야 되는데 대선에서 지고 인천에 보궐선거 나가고 한 모양들이 어쩐지 좀 '꾀죄죄'해 보이잖나"라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울림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총장은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나서라고 했다. 그는 "다음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거기에서 당당하게 (기각돼) 돌아오면 그다음에 (당내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가지고 누가 얘기를 할 거며, 아마 당 지지율도 꽤 올라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지난 22일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도 간담회에 참석해 이 대표를 향해 "다음번엔 떳떳하게 체포동의안에 임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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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예정대로 오는 6월 귀국 의사를 밝혀 역할론이 제기된다. /남용희 기자 |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예정대로 오는 6월 귀국 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귀국 이후 당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정치활동을 안 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인의 의지는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의 요청이 있으면 (이 전 대표가) 검토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본인 생각도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라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