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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력도 없고, 비전도 안 보인다"는 세 달 전 평가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아직도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뚜렷한 비전을 제시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에 대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평가다. 김 전 위원장은 1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났을 때 매력도 없고 비전도 안 보인다고 평가한 적 있다. 이 평가는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6일 김 전 위원장은 같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 평가에 대해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정을 어떻게 끌어가겠다고 하는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는 공정과 상식, 자유를 강조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구현하겠다는 비전 제시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 이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비전 제시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전 위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19일 '지금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 후반에서 30% 초반을 왔다 갔다 하는데, 출범한 지 6개월도 안 된 시점에 이 지지율은 너무 이상한 현상 아닌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기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과거에 이런 예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왜 이런 현상이 났느냐. 사실은 선거 때만 하더라도 일반 국민이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다"라며 "이게 불과 몇 달 사이에 사라진 것은 선거 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게 되지 않았나. 약 20%선이 이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 때의 기대감이라고 하는 게 이른바 공정과 상식이라고 했던 그 범주 안에서의 기대감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라는 질문엔 "공정과 상식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염증과 정권교체라고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선거 때 윤 대통령이 얘기를 한 바 없다. 막연하게 공정과 상식, 구체적으로 무엇이 불공정하고 무엇이 상식에 안 맞는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실행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일반 국민의 기대에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을 텐데 말만 있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실행방안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으니까 미래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새 대통령의 비전은 선거 때 제시되고,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그 비전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비전은 사실은 선거 당시에 공약으로 일단 제시가 되고 그것을 인수위 과정에서 구체화를 시켰어야 한다"며 "그런 과정이 없어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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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월 2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는 모습. /뉴시스 |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게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 부인이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본다"며 "본인이 대통령 부인으로서 무엇이 가장 대통령을 위해서 옳은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누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에 대해선 "(비속어를) 얘기했다는 사람도 있고, 본인은 기억이 안 난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뭐라고 얘기를 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일반 국민의 75% 가까이가 그 비속어 얘기를 했다는 것으로 (들었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슬기롭게 넘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걸 그냥 일방적으로 '나는 기억을 못 한다'고 넘어갔기 때문에 상당히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논란이 된 발언 자체보다 실수를 빨리 시정하는 게 중요한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국면이 몇 달간 지속되면서 새 정부 초기 여권 내부 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선 "여당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초유의 사태"라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을 뽑아준 정당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성향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향후 정치 전망에 대해선 "26살에 정치에 입문해서 정치경력이 한 10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에 국회의원 선거도 세 번이나 나와서 실패를 했다"며 "정치인으로서 재생할 수 있는 것은 2024년 총선에서 국회에 진입을 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모멘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에 국회 진출이 가능해지면 정치적으로 소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불가능해질 것 같으면 정치 인생이 그걸로 마감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지금부터 이 전 대표가 (2024년 국회 진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처신할 것이냐는 것을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원들이 앞으로 국민의힘의 정치적인 위상을 놓고서 냉정하게 생각을 하면 다음 총선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선출해야 할 거라고 본다"며 친윤이 아니라 총선 승리가 제1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윤 대통령이 지금 꼭 해야 되는 것 하나만 꼽아 달라'는 진행자 질문에 "당면하고 있는 우리의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특별하게 단기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나라의 중장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이런 시기에 어떻게 정리해서 해결할 거냐 하는 것에 대해서 대통령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의 경우에는 왜 국민이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줬는가, 그거에 대한 인식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