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서울=곽현서 기자·신정인 인턴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이번 대선 최대 접전지로 꼽히는 서울 유세에 나섰다. 송파 삼전동과 고속터미널 광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연신 '윤석열'을 외치며 기호 2번을 뜻하는 브이자(V)로 윤 후보를 맞이했다. 윤 후보도 이에 화답하듯 연신 주먹을 쥐고 어퍼컷을 날리며 호응을 유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13분쯤 석촌호수 앞 사거리에서 브이를 하늘 높이 치켜올리며 연단에 올랐다. 지지자들은 윤 후보를 보기 위해 차량 앞으로 바짝 밀착했고, 한 지지자는 "어디 서 있는 거냐. 얼굴 보러 왔는데", "나도 얼굴 보러 왔다"며 까치발을 들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영하의 날씨에 이렇게 지지와 환영을 보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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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앞 유세에서 윤석열 후보가 환호하는 지지자들과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 "오로지 정권교체", 분노에 찬 '송파 석촌호수'
주요 연설 키워드는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정권 심판론'과 '경제 실패'였다. 윤 후보가 "국민 재산 약탈해서 정권과 유착하는 소수가 다 해 먹은 거 아니냐. 자기들끼리 이권 나눠 먹는 정권이다"라고 비판하자 현장에선 "초밥은 누가 먹었냐", "나쁜 놈들" 등 함성이 쏟아졌다.
윤 후보가 이어 "서민들은 허리가 휘어지게 일해서 하루 벌어먹고살기 힘든데 대장동 같은 부정부패가 있으면 경제가 번영하고 민생이 잘 해결되겠냐"며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 겪어보니 또 한 번 기회 주고 해볼 만하시냐"고 말했다.
지난 TV 토론회에서 화두가 된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안보를 더 튼튼히 하고 미사일 방어막을 구축해야 된다고 하니 (나를) 전쟁광이라고 한다"며 "북한에 숙이고 김정은 자극 안 하면 평화가 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나라가 수출·입 대외 의존도가 높은 점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안전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나라에 돈 들고 오겠냐"며 "이런 생각은 40~50년 전부터 철 지난 좌파 이념에 빠져서 그렇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26년간 국민에게 고통과 피해를 준 부정부패와 싸워 온 검사"라며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체가 민주당 파산 선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연설을 모두 마친 윤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화답하듯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어퍼컷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멋있다", "대통령감이다"라며 손을 높이 들고 "윤석열"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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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열린 '공정, 상식, 법치의 대한민국!' 서초 유세에서 조은희 서초갑 재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 "보고 싶었어요", 깃발과 풍선으로 가득 찬 고속터미널
이어서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앞으로 이동했다. 약 1000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윤 후보를 보기 위해 터미널 건물 2층 테라스에까지 고개를 내밀었다.
이번 유세에는 3월 9일 치르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조은희 후보(서초갑)도 함께 연단에 올랐다. 이 외에도 박진·박성중·김예지 의원과 나경원 전 대표도 현장을 찾아 윤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 3시 20분, 약속된 시간에 윤 후보가 국민의힘 시그니처 '빨간색'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중년층 여성 지지자들은 "남자다", "멋있다", "진짜 잘생겼다" 등 감탄의 반응을 보냈다. <더팩트> 취재진 옆에 있던 한 지지자는 윤 후보를 발견하고선 "너무 보고 싶었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서초에서도 윤 후보는 '부동산', '경제 성장' 등 현 당정의 정책 실패를 거론하며 자신이 차기 대통령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3억 5000만 원 투자해서 8500억 원 걷어갔다"고 했다. 민주당 정권을 이권 카르텔 약탈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지지자들은 윤 후보의 발언에 맞춰 북을 울리거나 함성을 지르며 현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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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터미널 앞 현장에는 크고 작은 지지자들의 이색적인 깃발과 피켓이 눈에 띈다. 지지자들의 분홍색 풍선과 깃발은 현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서초=곽현서기자 |
지지자들이 흔드는 50개가량의 크고 작은 깃발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건희 사랑. 새희망결사대'라고 적힌 분홍색 풍선을 들고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를 응원했다. 아울러 '육사총구국동지회', '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해병대 애국기동단' 등 단체 이름과 문양의 깃발도 보였다.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지지자는 호랑이 옷을 입고 빨간 목도리로 멋을 낸 60대 남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위 지지자는 '오늘 어떻게 오시게 됐냐'는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깃발은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어제 본가인 경북에서 올라왔다"며 "윤 후보의 유세 현장 경로를 따라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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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호랑이 옷을 입은 지지자는 <더팩트> 취재진에게 "깃발은 수작업으로 만들었꼬 윤 후보의 일정을 따라다니고 있다"고 했다. /서초=신정인 기자 |
강남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지난 정부 부동산 정책은 정말 엉망이었다"며 "꼭 정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2030 세대로 보이는 젊은 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김모(20) 씨는 '윤 후보를 실제로 보니 어떠냐'고 묻자 "윤 후보를 적극 지지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행복 하다"며 "원래 지지하는 마음이 커서 이보다 더 커질 마음이 없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연설이 끝날 때마다 인파 속으로 들어가 직접 악수하는 등 지지자들과 거침없는 스킨십을 나눠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우려도 보였다. 유세 현장 뒷편에는 코로나 선별진료소가 위치해있었다. 9만 명이 넘는 역대 최다 확진자를 기록한 이날, 거리두기가 사라진 현장 모습은 다소 아쉬운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