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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을 두 달여 앞둔 21일 여권에서 '친문 창당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거듭 비판해온 민주당은 친문 창당 움직임에는 "우리와 별개"라며 선을 그을 뿐,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다. /유튜브 채널 '손혜원TV' 화면 갈무리 |
손혜원·윤건영, '비례정당' 공개 발언…민주당 "비례정당 대응 논의 없다"
[더팩트|국회=박숙현 기자 기자] "위성정당 발상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시대의 의무에 역행하는 것."(2019년 12월 27일 자유한국당 비례위성정당 창당 선언 관련 박광온 최고위원)
"정말 코미디 같은 정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2020년 2월 5일 미래한국당 공식 출범 관련 이인영 원내대표)
여권 내에서 '친문 정당 창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영입인재 0호'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꺼내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불을 붙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에 대해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선 민주당발 위성정당 움직임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문 정당 창당론'은 손 의원이 먼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서 "지금 저 무리들(보수 진영)이 비례대표 당을 만들었지 않나, (진보 진영도) 만들지 않고 그냥 있을 수 없겠다 싶었다"고 했다.
다음 날 윤 전 실장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이 있고,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비례민주당 창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손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비례정당 창당에 정봉주 전 의원도 관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후임으로 서울 강서갑 공천을 신청한 김남국 변호사에 대해 당이 만류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저는 웜홀로 빠지겠다"며 특정 결심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범여 정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21일 논평에서 "무엇보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에 함께한 주역으로서 정치개혁의 대의에 함께 복무하고 있다는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미래한국당이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훼손하는 위헌위장정당이라면, 비례민주당의 가시화는 더불어민주당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민주주의 붕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안신당도 "여권 인사들이 앞 다퉈 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집권여당이 스스로 정치개혁의 대의를 포기하는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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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은 보수진영의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이라는 선거제 개혁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5일 한선교 미래한국당 신임 대표가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하지만 민주당은 위성 정당은 없다는 방침이 여전하다며 여권 인사의 '비례정당 창당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에선 그에 대해 뭐라고 답하기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무소속이고 정 전 의원도 우리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창당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할 순 없다"며 "(창당이) 당 지지자들과는 무관하지 않겠지만, 당 지도부가 그에 대해 얘기하긴 어렵다. 지금 당에서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무대응' 전략에는 줄어드는 비례 의석수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배경이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다음주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이 이대로 손을 놓을 경우 비례 의석수를 7~8석만 확보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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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전 실장은 보수 진영에 맞서 진보 진영이 비례정당 등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지만 범여권에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친문 정당 창당 움직임에 보다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 모습. /이선화 기자 |
이 때문에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처럼 비례정당 창당에 직접 나서진 않으면서도 '시민들의 정당'을 만들겠다며 추진하는 '친문 정당 창당'을 사실상 묵인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을 주도했던 만큼 연동형 비례제 취지를 훼손하는 자신의 편에 대해선 눈을 감는 태도를 보일 경우 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혁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촛불을 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했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미래통합당과 똑같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이 흔들리면 안 된다. 의석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연동형 비례제 도입 취지를 짓밟는 어떤 정치 행동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며 "그쪽(창당 움직임)에 직접 얘기해 막아야 하고 끝까지 말을 안 듣는다면 확실히 선을 그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 측에선 아직 창당을 구체화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튜브 방송에서 실시간 채팅으로 지지자들이 비례정당이 필요하다는 글을 많이 올려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얘기였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했다. 정당 창당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의 고심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