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 비상총회에서 결성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비상행동) 대표를 맡은 유승민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국회=문혜현 기자

손학규 "이번 총선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나갈지 말지 몰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두 번의 대화를 통해 '이 분(손 대표)과는 갈 길이 많이 다르구나. 생각이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저는 오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출범한 오늘 부로 그분과 더 이상 싸우지 않을 거다. 저희들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그분과 추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부로 그 싸움은 끝을 내겠다. 더이상 아무리 싸움을 걸어와도 싸우지 않을 거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비상행동) 대표는 손학규 당 대표와의 갈등을 인정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4·3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 갈등을 6개월간 이어오던 상황에서 비당권파는 변혁 비상행동을 꾸려 독자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의원비상총회를 열고 변혁 비상행동을 발족했다. 비상총회는 당 최고위가 개최되는 시간에 원내대표실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의원들의 의지를 담아서 모임을 갖고 있다"며 "(변혁 비상행동을) 통해 변화와 혁신, 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현재 국정운영과 관련해서 앞두고 있는 여러 원내 상황을 포함해 지혜를 모아서 대처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그동안 혁신위 구성 등 당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자기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 당 대표 지도부 때문에 갈등만 증폭된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여기서 더 옥신각신하는 것도 국민의 짜증만 돋우는 일이다. 당권 유지를 위해 통합과 개혁을 방해하는 당 지도부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만이라도 당을 살리고 정치를 살리기 위한 비상행동은 피할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 대표를 비롯해 비상총회에 참석한 유승민·유의동·지상욱·신용현·김수민·이동섭·장환진·정병국·김중로·이태규·이혜훈·김삼화 의원은 의견을 모아 유 대표를 변혁 비상행동 대표로 임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변혁 비상행동을 전당원 비상대책기구로 확대하고 개혁정당으로 바른미래당을 환골탈태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비당권파의 변혁 비상행동를 이끄는 유 대표를 향해 "지도자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손 대표가 지난 8월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당권파인 임재훈 사무총장, 채이배 정책위의장. /남윤호 기자

비당권파의 이같은 행동에 손 대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유 대표를 향해 "정치 지도자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총회 개최를 두고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비상행동이) 당헌·당규에 맞는 건지 한번 생각을 해봐야한다"고 꼬집었다.

'당의 분열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물음엔 "나는 아직까지도 국민들이 단합해서 함께 나가자는 (뜻이 있다)"며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해서 더 벌어지고 있는 중간 지대, 제3의 정치세력을 모아서 개혁으로 나가자는 생각인데. 자꾸 이렇게 분열로만 나간다"고 토로했다.

손 대표는 유 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바른정당계 인사들을 향해 "만약 바른미래당이 3당으로 당선되려면 연동형비례제를 어떻게 반대하느냐. '내가 자유한국당으로 가겠다'고 하니까 반대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제3지대' 창당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이번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나가게 될지, 새로운 제3정당이 될 지는 모른다"며 "그러나 제3당으로 3번 다는 건 분명한데, 바른미래당이 모든 걸 다한다는 건 아니다. 새로운 정치세력, 제3의 정치세력을 구성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고 바른미래당은 그것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대표는 일부 탈당설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데 대해 "오늘 부로 그분(손 대표)과 더 이상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양 측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실상 구체적인 개별행동에 나선 가운데 유 대표는 비상총회 후 간담회에서 일부 입장을 밝혔다. 유 대표는 "당이 처한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 건가 중지를 모으고 선택을 하고 행동하는 그런 모임이다. 제가 이 모임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대표직에 제 모든 것을 바쳐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 대표는 다만 일부 보도에서 나온 탈당설을 부인했다. 그는 "탈당에 관해서 전혀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다만 지금 이대로 갈 수 없다는 건 모든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손 대표가 비당권파의 연동형 비례제 반대 입장을 비판한 것을 두고선 "어떤 형태의 선거법 개정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선거법 개정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단 생각이었다"며 "저희의 유불리를 떠나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게임의 룰을 어느 정파가 다수의 힘으로 하는 게 옳지 않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국당행과 관련해서 유 대표는 "저희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같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한국당이 그런 새로운 보수,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재건하고 있느냐"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유 대표는 당권파를 향해 "더이상 아무리 싸움을 걸어와도 싸우지 않을 것"이라며 "당 밖에 저희들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규합하는 데 노력할 거다. 변혁 비상행동의 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당 안의, 당 식구들 중에서 저희들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최대한 만나서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