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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의 모습은 4일 전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조 후보자가 의원들 질의를 들으며 머리를 쓸어내리고 있다./국회=배정한 기자 |
여야 신경전도 '치열'… 與 금태섭 "젊은 세대에게 사과해야"
[더팩트ㅣ국회=이원석·문혜현 기자]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전(2일) 기자간담회 때와는 사뭇 달랐다. 목소리에 힘은 없었고, 종종 깊은 한숨을 쉬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간담회에서의 당당하고 단호하고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두발언에서부터 "박탈감과 함께 깊은 상처를 받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자세도 더 낮췄다. 여전히 몇몇 의혹에 대해선 "확인해보겠다"며 준비가 덜 된 모습도 있었다.
짙은 남색 양복에 같은 색 넥타이를 맨 조 후보자는 이날 평소 메던 백팩이 아닌 작은 서류가방을 한 손에 들고 청문회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속, 후보자석에 앉은 그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청문회를 준비했다. 여야 청문위원들이 자리하자 조 후보자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위원들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시작부터 여야 간엔 치열한 신경전이 오갔다.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저희는 (여러 의혹이 있는) 조 후보자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모두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다"며 "모두발언을 서면으로 대체하고 바로 질의답변으로 가길 요청한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모두발언은 (원래) 하게 돼 있고 하기로 한 것은 해야 한다"며 "그런 발언으로 청문회를 흔드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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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간사 송기헌·김도읍 의원이 6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조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했다"며 "제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사과했다. 다만 "그럼에도 제가 감당해야 할 소명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무·검찰의 개혁을 완결하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 초반 야당 의원들은 기자간담회 이후 크게 불거진 동양대 총장 명의 위조 표창장 의혹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조 후보자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등에 첨부한 동양대 표창장이 가짜이며 동양대에서 재직하는 조 후보자 아내 정경심 교수가 위조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이날 오전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조 후보자가 직접 자신에게 전화 통화를 통해 '정 교수에게 표창장 수여를 위임했다고 해주면 최 총장도 살고 정 교수도 살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언론에 밝혀 파장이 일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의혹에 관련돼 있는) 오촌 조카와 제가 전화를 하면 다들 무슨 내용인지 물을 거다. 전 일체 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언급하며 "잘 아는 분이 최 총장과 직접 통화를 했나"라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제 처가 통화한 뒤에 제가 받아서 (잠시 통화했다)"라고 통화 사실 자체는 시인했다. 다만 그는 최 총장이 주장한 '압력' 취지의 발언에 대해선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고 부인했다. 장 의원은 "최 총장이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검찰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질의를 들으며 깊게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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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배정한 기자 |
다른 한국당 의원들 역시 이에 대해 재차 질의했고, 조 후보자는 '위조는 아니다', '전화 통화 때 압력을 넣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도 언쟁을 피하는 듯 적극적으로 답변하진 않는 모습이었다. 부인과 딸에 대한 의혹에 대해 여전히 "확인해보겠다", "제가 다 알진 못 한다"고 답변해 준비가 부족한 듯한 모습도 있었다.
여당 의원들은 필사적으로 조 후보자를 옹호했다. 표창장 의혹과 관련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최 총장이 이야기한 일련번호와 다른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18개 확인됐다. 동양대 총장 명의로 일련번호가 다른 표창장 수십장이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최 총장은 조 후보자 딸이 받은 표창장의 일련번호부터가 잘못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동양대 표창장은 위조가 아니라 표기 오류"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는 '(위조면) 법적 책임을 지겠냐'는 김 의원 질문에 "제 처가 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고 답했다.
여당에서 조 후보자를 향해 강도 높은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는 언행불일치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저는 진심으로 변명 없이 젊은 세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 후보자는 청년 사회와 문제, 공정에 대해 말해왔다. 젊은 세대는 그래서 '본보기가 되는 분들이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조 후보자의 말과 살아온 삶에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굳은 표정으로 질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