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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더팩트> 보도에 대해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으로 특별히 민감한 대화를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와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이철영·허주열 기자 |
"진실 밝혀라" 해명 요구 쏟아져… 정보위 개최 가능성도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1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더팩트>보도로 확인되면서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27일 야권은 일제히 두 사람의 만남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야권의 공세는 28일에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총선 전략을 기획하는 양 원장과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인 서 국정원장의 만남에 대해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됐다"고 맹비난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민주당의 총선정보원이 아니다"라며 "양 원장은 정보기관을 총선에 끌어들이려는 음습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라고, 서 원장 역시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 민주당 선거 도우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주재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민감한 정보가 모이는 국정원 수장과 집권여당 싱크탱크의 수장이 만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발 권력 공천의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당내 충성 경쟁이라도 시키려고 공천 실세와 정보 실세가 만난 것 아닌가"라며 "서 원장은 (양 원장과) 왜 만났는지, 어떤 논의를 했는지 밝혀달라. 민감하고 부적절한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에서 "만약 이것이 총선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권 여당의 연구소 원장이 국정원장을 만날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의 눈에는 의아하게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국정원이 정치권과 분명한 거리를 두어야 하며 어떤 오해받을 행동도 멀리 해야 한다는 사실, 국정원의 정치 중립성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은 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현직 국정원장이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을 오랜 시간 만나서 밀담을 주고받는 게 과연 적절한 처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자당 소속인 이혜훈 정보위원장이 위원들과 논의해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지만, 국정원장이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과 장시간 독대를 가진 사실만으로도 정치개입의 의혹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이 위원장과 바로 의논해 정보위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정보위 개최와 관련 한국당에선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은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이) 국회 정상화와 연결됐다고 본다. 국회 정상화와 같이 논의하겠다"며 "서 국정원장과 양 원장의 (독대한) 4시간을 밝히기 위해 국회 정보위를 열거나 당 차원에서 서 원장을 부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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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지기 직전 차량 옆에 서서 대화를 나누는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철영·허주열 기자 |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도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자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부터 배운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오만하게 떠들더니 결국 국정을 농단했던 지난 정부와 다른 게 없다"며 "양 연구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충성심이라도 온전히 지키고 싶다면 적어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절제하라"고 했다.
정의당 역시 "(회동이)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결백함을) 입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원장과 여당은 논란에 대해 "사적인 모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양 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 서 국정원장께 모처럼 문자로 귀국 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께서 원래 잡혀 있던,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었다"며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했다.
오후엔 입장문을 통해 "(당일 만찬 참석자들은) 정치얘기 선거얘기를 했다가는 피차가 민망해지는 멤버들"이라면서도 "(동석한) 지인들의 경우 공직자도 아닌 민간인 신분을 프라이버시 고려 없이 제가 아무리 곤경에 처해도 일방적으로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 역시 오전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밥 먹은 것을 가지고 정치 개입을 했다, 권한을 넘는 부당한 것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국정원장이랑 밥을 먹으면 다 공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를 들면 자신의 권한을 활용해서 민주연구원장을 지원했거나 연구원 활동을 지원했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오후 기자회견 뒤 "두 분이 대선 때부터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적인 모임"이라며 "공적인 만남이라면 민주연구원장이 어쨌든 현재 남북관계라든지 북한 정세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적인 만남이라면 양 원장이 지난 2년 동안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으니까 공개 활동을 격려해주는 자리일 수 있다"고 양 원장 입장을 두둔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뭐라고 가타부타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입장을 취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정치 개입이나 혹은 국정원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나 이런 것을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여러 가지 추정되는 기사들을 쓰는 것 같은데, 그것도 청와대에서 답변하는 것이 왜 연관성이 있는지가 오히려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