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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이 임박한 가운데 두 정상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
미국 압박 수단…북미 협상 주도권 시각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이번주 북·러 정상회담 개최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제재 완화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이 뜻하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되자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국제사회의 실질적 제재로 누적되온 북한의 경제난은 극복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정연설을 통해 내부 결속과 내수 활성화를 다그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찾는 배경에는 꽉 막힌 경제 사정을 타개하게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혈맹'인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이 걸려 있어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를 택한 것은 결국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협상과 관련해 "빨리 갈 필요가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견지하고 있어, 북으로서는 더욱 초조한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김 위원장은 북러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체류 기간 연장 등을 약속받는 등 악화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 숨통을 트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의 경제 사정도 여의치 않고 미국과의 긴장 관계를 고려하면 가시적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8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제재 이행을 당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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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 급할 것이 없다는 태도다. 경제 제재 속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더 다급해 보인다. 2월 2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관해 브리핑하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오른쪽은 비핵화 협상 핵심 인물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임세준 기자 |
그렇더라도 김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여러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질적 효과는 적을 수 있지만, 러시아와 '파이프 라인'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며 제재의 실질적 효력을 흔들 수도 있겠다"면서 "제재 해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없다더라도 북한의 외교력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밀월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미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해법을 두고 포괄적인 빅딜을 고수하는 미국과 이견을 보이는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까지 '뒷배'로 둔 북한으로서는 외교적 우군과 공조를 강화해 향후 북미 대화 판세를 이끌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 핵심 인물들을 콕 집어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 "지저분하다"며 협상 카운트파트의 교체를 요구한 데 이어 '슈퍼 매파' 볼턴 미 국가안보보조관을 '멍청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미 협상의 주요 인물을 때림으로써 북한의 강경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미국은 공식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상응 조치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기조가 강경하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점을 비춰 보면 북한이 러시아 카드와 미국을 향한 비난 공세를 통해 미국과 협상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