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 논의를 위해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는 당 내분을 둘러싼 의원들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선 전날 '제3지대 필요성'을 주장한 국민의당계 박주선 의원이 관련 논란을 해명하기도 했다. /뉴시스

지도부 유지 vs 사퇴 팽팽한 신경전…가려진 '패스트트랙 논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이러려고 당원권 정지했나! 부끄러운 줄 알라! 당신네 수장이 누구인가 원내대표인가! 국회의원인데 왜 못들어가나!"

1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는 또다시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회의장 앞엔 몰려든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고 당초 비공개로 진행되기로 했던 의원총회가 일부분 현장을 공개하면서 최근 갈등을 빚는 손학규 대표와 하태경 의원, 이언주 의원 등에 관심이 쏠렸다.

'막말 논란'으로 당원권이 정지된 이언주 의원은 회의장 입장을 제지받자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기도 했다. 오신환·하태경 의원은 이언주 의원이 참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관영 원내대표는 "참관만 허락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4·3 보궐선거의 참패를 놓고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고 손 대표는 "추석까지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계파 간 갈등 노선이 확실해진 상태에서 민주평화당은 '제3지대'를 제안하며 국민의당계 의원들을 영입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18일 비공개로 진행되기로 했던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하태경 의원이 "할 말이 있다"며 항의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난색을 하며 "원래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이렇듯 '당 내분'을 놓고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시작한 의원총회는 사회자로 나선 김수민 의원이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했지만,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바른 정당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하 의원은 "공개 발언을 한 번 해야 한다. 내가 지금 손 대표를 공격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현안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와 손 대표는 난색을 표하며 "원래 처음부터 비공개로 하기로 했는데 언론의 요청 때문에 잠깐 공개한 거다"라며 하 의원을 만류했다. 지상욱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공개 질의하고 싶은 것 하고 토론했으면 좋겠다. 민주적으로 의견을 받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법안의 패스트트랙 논의를 위해 모인 의원총회였지만 지도부가 덮을 새도 없이 갈등과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이날 회의장에선 국민의당 출신 박주선 의원이 전날 "바른미래당은 소멸될 당"이라며 "평화당과의 합당 등 제3지대 신당에 대해 손 대표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장에 논란이 됐다.

주승용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의원 총회)에서 해명이 있었다. (박 의원) 개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고 바른미래당의 현실을 봤을 때 뭔가 확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언젠가는 같이 해야 할 것이고 한국당에서도, 민주당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손 대표에게 제안했지만 손 대표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했다.

계파 간 갈등 노선이 명확하게 드러난 이날 지상욱 의원과 함께 의원총회장을 나선 유승민 전 대표는 '제3지대' 논의에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민주평화당과 합쳐서 호남 선거만 하겠다는 식으로 해선 살아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뉴시스

유승민 전 대표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은 우리 스스로 힘으로 개혁적 중도 보수로 살아날 생각을 하고 국민 마음으로 갈 생각을 해야 한다"며 "지역당 되겠다고 평화당과 합쳐서 호남 선거만 하겠다는 식으로 해선 살아날 수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당초 논의되기로 했던 선거제 패스트트랙 표결과 관련해서 유 전 대표는 "최종합의 된 안이 있다고 했지만 조금 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말을 보니 전적으로 부인했다"며 "최종합의란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 하는 거다. 말로 한 사람만 합의했다고 하면서 바른미래당이 바보같이 의총하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손 대표 사퇴'에 관해선 "그런 데 대해선 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당 진로에 대해서도 유 전 대표는 "전혀 저는 이야기 안 할 거다"라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수정해 제시한 안에 대해 "그런 적 없다. 제안도 안 했다"라며 "거기에 대해선 기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날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의원총회는 불신과 갈등의 자리로 남겨진 듯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결과 브리핑에서 "공수처 기소와 수사권 분리 문제에 관해서 그동안 잠정 합의된 내용은 검사, 판사, 경관급 이상 경찰 세 분야에 대한 기소권만 공수처에 남겨 두고 나머지는 그대로 분리한다는 원칙이었다. 하지만 회의 중간에 홍 원내대표가 부인하는 발언을 했고 최종 합의를 상대 당에서 번복하는 문제가 됐다. 이 문제에 관해서 더는 오늘 합의된 안을 전제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만간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최종적으로 공수처 안에 관해 합의안을 문서로 작성하도록 하겠다"고 협상 의지를 밝혔다. 다만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의원들에 대해선 "각 의원의 개별적인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