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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종로구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인사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오성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오 교수는 인사청문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혜화=이새롬 기자 |
2000년 도입한 인사청문제도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인사청문제도는 과거 대통령들의 자의적이고 편중된 인사권을 견제한다는 취지로 정치권의 긴 논의 끝에 실시됐다. 기대와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장은 정치적 공방의 장이 됐고, 결과와 상관없이 대부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최근 문재인 정권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사청문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더팩트>는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인사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청문제도의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원론적 취지 기대 못해" vs "폐지하면 갈등 더 악화될 수도"
[더팩트ㅣ혜화=이원석 기자]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이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자 일각에선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1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선 오성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가 "폐지하는 것이 답"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오 교수는 "처음엔 저도 인사청문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가에 대해 발제도 했다"면서도 "근데 20년간 해온 걸 보니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발제에서 '한국에서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이상 인사청문제도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까"라며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따르는 법칙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 자기의 단기적 이익에 골몰하거나 장기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익 앞에서 무기력하게 움직이는 게 한국의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정치인을 심판해야 하는데 국민 또한 심판할 마음은 없는 것 같다. 이미 '이 정당은 이래서 싫어' 아무리 논리적으로 따져도 먹히지 않는다"며 "제가 내린 첫 결론은 대통령제가 유지된다고 해서 인사청문제도가 유지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정치권은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인사청문제도를 기꺼이 없앨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오 교수는 "'폐지되면 문제가 더 커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데 저도 동의한다. 그러나 청문회가 없어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며 "해도 해결이 되지 않고 하지 않아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무엇하러 하나. 안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한국 인사청문회의 문제는 정파적으로 운영이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니 처음부터 '견제와 균형', 덧붙여 '국정책임의 공유' 같은 원론적 취지는 기대할 수 없다. 이전에도 그러한 회의가 계속 들었지만, 이번 청문회를 보면 확신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마지막으로 "낭비적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오 교수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국민들이 냉소적으로 된다"며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국정은 잘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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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하지만 이날 토론자들의 대부분은 인사청문제도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며 폐지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오 교수가 언급했듯 조진만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발제에서 "미국에서 상원의 인준 절차는 인사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행위자들이 숙지하고 따라야만 하는 중요한 게임의 법칙으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한국에서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이상 인사청문제도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사청문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더욱이 한국에서 인사청문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현행 인사청문제도의 가장 큰 문제인 여야 간 정파적 갈등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신뢰 저하 등과 같은 문제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고위공직자 임명 결정을 둘러싸고 국회 내에서 벌어지던 갈등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거나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사적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처럼 더욱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 위원장는 "그나마 인사청문제도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 효과들도 모두 사라지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며 "따라서 한국에서 인사청문제도는 폐지하는 것보다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