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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에 대한 설훈(왼쪽)·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진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임세준·남윤호 기자 |
뜬금없는 '남 탓'에 야당 일제히 반발…20대 남성은 '부글부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남성층 지지율 하락에 대한 설훈·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진단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이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받은 교육에 문제가 있다", "지난 정권에서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며, 거센 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먼저 설 의원은 지난 21일 공개된 폴리뉴스 인터뷰 기사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가 여성에 비해 낮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는 질문에 "젠더 갈등도 작용했을 수 있고, 기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도 있다. 이분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한다"고 답했다.
◆설훈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은 전 정권 교육이 문제"
또한, 설 의원은 "(나는) 유신 이전에 학교 교육을 거의 마쳐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세대다. 민주주의가 중요한 우리 가치고, 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이 앞으로 가야한다는 교육을 정확히 받았다"며 "유신 때 '이게 뭐냐, 말도 안 되는 것 아니냐' 당장 몸으로 다 느꼈는데, 그게 교육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젠더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보수정권의 잘못된 교육이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기본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당장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대 남성을 2등 국민 취급까지 모자라 우매한 세대로 매도한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설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는 항의 방문자들이 대거 몰리며, 25일 오후까지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불가능했다.
홍 의원도 비슷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MBN에 따르면 홍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전 정권에서) 거의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의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역임 중인 두 의원의 발언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반성 없는 설 의원을 민주당은 즉각 제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청년 인지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반청년정당이자 꼰대 정당", "국회의원을 떠나 이 정도면 제 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등의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커지자 설 의원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오해를 불러일으켜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면서도 "발언의 의도와 사실은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지적한 게 아니다. 교육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인의 한 측면에서 교육·환경의 영향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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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하지만 논란은 지속됐고, 설 의원은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설 의원에게 20대 교육 비하 발언에 대해 추가로 해명할 의사가 있는지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냈지만, 답은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이날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리 사과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20대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들로 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우리 사회에도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홍철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의 20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교육을 잘 받은 세대"라며 "20대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그리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외침에 적절히 호응하지 못 하고 있는 것 같아 민망하다"고 했다.
◆홍익표 "전 정권 반북 이데올로기 강화가 교육에 상당한 영향"
특히 홍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 뉴스에서 기인한 정치 공세라며 유감을 표하는 한편, 홍 원내대표의 사과도 반발했다. 그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한반도 상황이 북한의 핵개발,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으로 학생들에게 상당한 사회적 경험으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 하에서 남북한의 대결의식과 반북 이데올로기 강화가 당시 교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홍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국민들에 대한 평화와 인권교육,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극우세력이 변화하는데 상당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제 발언의 요지였다"며 "마치 당시 반공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 때문에 당 지지율이 적게 나온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한 가짜 뉴스이고, 이러한 가짜 뉴스에 기초한 엉뚱한 정치공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0대의 우리당 지지율은 낮은 편이지만 다른 당은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전반적으로 20대 당 지지율이 낮지만 그럼에도 우리 당 지지율이 가장 높다. 제 발언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한국당이 도리어 책임의식을 갖고 부끄러워해야 할 내용"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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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설훈 민주당 의원 공식 사이트가 방문자 폭주로 접속이 차단된 모습. /설훈 의원 홈페이지 갈무리 |
아울러 그는 홍 원내대표의 대리 사과와 관련 "내 발언의 취지를 잘 모르고 한 말 같다"며 "홍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홍 의원은 본인은 잘못이 없는 만큼 최초 보도한 MBN에 1개월 당 공보실 메일링(주요 보도자료, 기자회견문 등 전달) 금지 등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일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두 의원이 현 정권 20대 남성 지지율 문제의 한 원인으로 전 정권 교육을 거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리 사과에 이은 이들의 침묵과 소신 발언이 이어지며 당분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설훈·홍익표 이원의 '20대 청년 비하 망언'에 대해 사과했는데, 홍 의원은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기를 들었고, 설 의원은 '사과 없이 20대가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만든 기성세대 탓'이라는 취지의 유체이탈 남 탓 해명으로 끝냈다"며 "민주당은 두 의원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징계조치를 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