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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건국절' 쏘아 올린 한국당, '광복절' 맞이하는 시민들 Only
한국당 "1948년 건국" vs 시민 대부분 "1948년 광복, 논쟁 여지 없어"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건국절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국민과 여야는 건국 아닌 광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진은 시민과 군인이 이날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걸린 태극기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임현경 인턴기자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건국절'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국민과 여야는 '건국' 아닌 '광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진은 시민과 군인이 이날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걸린 태극기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임현경 인턴기자

한국당 "1948년 건국" vs 시민 대부분 "1948년 광복, 논쟁 여지 없어"

[더팩트ㅣ서대문구=임현경 인턴기자] "건국이 언제냐를 논할 시간에 국민의 삶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8월 15일 광복절, 자유한국당은 한동안 잠잠했던 '건국절'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불필요한 논쟁"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cpbc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1948년 건국을 당연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48년 건국이라는 설이 정돈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 이론이 있으니까 토론을 해봐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전체 다수 의견은 1948년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원내대표 또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8.15 경축사, 제2 건국 범국민 추진위 창립선언문에서 1948년을 건국의 해로 선언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8.15 경축사 등에서 1948년을 건국의 해로 밝혔다"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해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참고로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국당의 '8.15 건국절' 주장은 문재인 정부가 계획 중인 '건국 100주년' 행사에 정면으로 맞선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연설에서 2019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규정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이 곧 대한민국 건국이라 선언한 것이다.

한국당은 최근 건국 70주년 기념 세미나 및 토론회를 개최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띄우고 1948년이 건국 시기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심재철 의원 주최)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뉴시스
한국당은 최근 '건국 70주년' 기념 세미나 및 토론회를 개최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띄우고 1948년이 건국 시기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심재철 의원 주최)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뉴시스

그러나 건국절은 국민과 거리가 먼 단어다. 박근혜 정부가 '건국 67주년'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건국절을 내세웠던 2015년에도 건국 시기를 1948년이라 생각하는 국민은 21%에 불과했다. 당시 리얼미터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에 따르면, 건국 시점이 1919년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3.9%로 가장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15.1%였다.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년 광복절 전후로 건국절 논쟁이 불거졌지만 여론은 회의적이다. <더팩트>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독립문 근처에서 직접 만난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김 씨(61)는 "좌우가 서로 이거다 저거다 자기네들 주장하는데 뭐 논할 가치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생소하다. '건국절을 알고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최 양(13)은 "건국절이라는 날이 혹시 쉬는 날이냐"고 되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8월 15일이 나라가 세워진 건국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최 양은 "그럼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날은 없어지는 거냐"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건국절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이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교사와 학부모는 함께 온 아이들에게 내일이 광복절이라 설명했다. /임현경 인턴기자
'건국절'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이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교사와 학부모는 함께 온 아이들에게 "내일이 광복절"이라 설명했다. /임현경 인턴기자

독립문에서 외국인 친구들의 '문화체험 도우미'로 나선 이 씨(22)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우리가 일본에 빼앗겼던 주권을 찾은 역사적인 날이기에 '광복'으로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은 이 친구들(외국인 관광객) 도우미로 온 것이지만, 가족들과 매년 한 번씩은 서대문형무소에 들러 우리나라의 주체성을 되새기곤 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거리에서 만난 또 다른 이 씨(57)는 "이미 헌법에 명시된 내용이 아닌가. 이승만 정부가 1948년에 '수립'된 것이지 '건국'된 게 아니다. 애초에 논쟁할 필요가 없는 문제인데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일을 키우고 있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는 "건국이 언제냐를 논할 시간과 노력으로 이미 건국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주권을 빼앗겼다 되찾은 날이니 건국이 아닌 광복이라 말했다. 아쉽게도 이 씨의 일행은 군인 신분이라 인터뷰할 수 없었다. 사진은 이 씨와 그의 일행이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독립문을 찾은 모습./ 독립문=임현경 인턴기자
이 씨는 "주권을 빼앗겼다 되찾은 날이니 건국이 아닌 광복"이라 말했다. 아쉽게도 이 씨의 일행은 군인 신분이라 인터뷰할 수 없었다. 사진은 이 씨와 그의 일행이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독립문을 찾은 모습./ 독립문=임현경 인턴기자

한편 정치권에도 불필요한 논쟁을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날 광복절 기념 역사 교육 동영상 '대한민국의 거대한 뿌리'를 제작·배포했다. 동영상에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내용 등 사실상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1919년으로 간주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해무익한 이념논쟁, 건국절 논쟁 그만하라. 한국당이 그리 한가한지 어이가 없다. 국민들은 민생경제가 어려워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당 혁신과 국민들의 민생과 국익을 위한 일에 집중하라"고 규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럽의 오래된 나라들보다 더 유구한 나라이기 때문에 건국절 대신 단군왕검이 나라를 처음 개창한 것으로 알려진 10월 3일 개천절을 기념하고,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이 해방되고 정부가 수립된 8월 15일을 광복절과 정부수립일로 기념해 왔다. 국가기념일로서는 이것으로 이미 충분한 것"이라 설명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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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15 00:02 입력 : 2018.08.15 0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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