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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
'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아…, 진짜 전쟁이다."
13일 오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한 당직자가 한숨을 내뱉는다. 동료는 "어쩔 수 없지. 대선을 한 달 안에 치르려니…"라며 등을 토닥인다. 취재 기자들도 "회사는 우리가 강철체력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라고 푸념을 쏟고, 여럿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선을 뛰는 후보도 캠프도, 이를 쫓는 마크맨들에겐 요즘 '분신술'이 절실하다. 몸은 하나인데 '짧은 시간 차'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문 후보의 공식 일정은 총 다섯개가 예고됐다. 1~2시간 격차로 잡혀 있다. 그러나 한 일정이 조금이라도 지연될 경우 뒤이은 일정에 차질을 빚고, 같은 서울권 내라도 '이동 거리'를 고려하면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정신없이 후보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다 보면, 써야할 기사는 밀리고 또 밀린다. 어느 순간 "망했다, 오늘도 밤새 기사를 써야하는구나"를 직감하게되는 순간이다.
첫 일정부터 엉켰다. 오전 10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19대 대통령 선거 본선 레이스' 첫 'TV토론'이다. 각당 대선 후보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토론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문 후보는 예정시각보다 늦게 토론회장을 나섰다. 휴대전화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켰다. 사전 공지된 대로라면, 여의도 당사에서 정책발표 및 민주당 경선후보 싱크탱크 통합포럼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할 시간이다. 상암동에서 여의도동까지 차로 20여분 거리. 회견은 '오후 1시 30분'으로 재공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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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후보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 후보 싱크탱크 통합포럼'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이새롬 기자 |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을 새 없이 문 후보는, 당사로 들어섰다. 그는 미세먼지 감축 대책을 발표했고, 곧바로 통합포럼 출범 인사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단하게 한 뒤 곧바로 자리를 뜬다. '오후 2시' 종로구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성균관장 취임식, '오후 2시 40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한민국 약속식', '오후 3시 30분'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각각 진행될 '한농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야 했다. 그러나 일정은 조금씩 뒤로 밀렸다. 문 후보가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께다. 종로구와 강서구까지는 차로 40여 분 거리다. 또 예상보다 늦어졌다.
결국 마지막 일정인 '한농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장에 문 후보는 오후 4시가 돼서야 등장했다. 각 정당 후보별로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 이어 문 후보가 세 번째로 연단에 섰다. 진지한 얼굴 표정으로 문 후보는 "경찰의 물대포로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부패 기득권 세력의 나라를,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로 바꿔야 하는데 맞습니까"라고 큰 목소리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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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한농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 중인 문 후보./강서구=변동진 기자 |
그런데 웬일? 문 후보의 연설 도중 관중석에선 '빵 터지고' 말았다. '발음'때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농업육성 실현 방안으로 7가지 방안을 제안하겠다"며 "첫째 '살'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겠습니다.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살' 목표 가격을 인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쌀'을 경상도 억양으로 '살'로 발음해 장내 일부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이다.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확실하게'를 '학실하게'로 발음한 사례가 오버랩되면 필자 역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문 후보의 '사정(?)'을 아는터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옆에 있던 후배 기자는 "문 후보가 'TV토론' 녹화방송 때도 유일하게 '막말·반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밀리지 않더라고요. 조목조목 논리로 따지고 몰아세워서 참 잘하는데, 단 하나 아쉬운 게 '발음'이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실제 문 후보는 앞서 경선 과정에서 법률가 출신 특유의 짧게 끊어 말하는 말투가 논리적인 어휘 구사와 어울려서 연설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발음'이 좋지 않은 편이란 지적을 받았다.
'대선 재수생'으로 다른 후보에 비해 정책과 비전, 사람 등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우는 문 후보지만 '발음'은 부단한 노력에도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치아를 많이 잃어 현재 임플란트를 한 의치가 10개로, 시옷 등 일부 자음은 치아를 활용해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치가 아니면 발음이 샐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에도 '발음 사고(?)'가 있었다. '발음이 샌' 것은 아니지만 차세대 '오지(5G)' 통신 기술과 '삼디(3D)' 프린터'로 읽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는 '파이브지', '스리디'로 읽는 것을 한글로 읽었다고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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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후보가 '한농연 토론회'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오경희 기자 |
하지만 문 후보는 개의치 않았다. 더 큰 목소리로 '또록또록' 자신의 연설을 마쳤다. 선두주자인 만큼 문 후보가 연단에서 내려오자 취재진의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고, 걸음마다 사람들의 '셀카와 악수'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우르르' 인파에 섞여 토론회장을 나서니 벌써 하루의 끝이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을 켰다. 사실 '발음'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후보든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진심'이지 않겠나란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