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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의 실세는 '제3의 인물로' 조카 장유진 씨가 부각되고 있다./그래픽=정용무 기자 |
[더팩트ㅣ강일홍기자]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 씨와 딸 정유라(20) 씨가 독일에서 잠적한 가운데 최 씨의 조카 장유진(37·개명 장시호) 씨가 K스포츠 재단과 연계된 '유령회사'를 운영하면서 국내에서 최 씨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유진 씨는 또 최 씨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40)씨와 차은택(48)씨를 최 씨에게 직접 소개한 인물로 전해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제3의 인물'이자 또다른 핵심 조사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민간인 신분으로 국정에 개입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최순실 씨의 조카인 장유진 씨가 가장 실세라고 보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장 씨를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장씨가 지금 최순실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씨는 최씨와 가장 긴밀히 연락하는 사람이자, 지금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장유진 씨는 이모인 최순실 씨의 후광을 배경으로 여러개의 스포츠마케팅 기획사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는 의혹이 그동안 스포츠·연예계에서 은밀하게 제기돼 온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밝혀졌다. 장 씨는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에 10여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운영하면서 774억 원을 모금한 미르·K스포츠재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실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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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씨는 조카 장유진 씨의 소개로 고영태 차은택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래픽=정용무 기자 |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연예기획사 대표 U씨는 "(장)유진이는 승마를 했지만 20대부터 연예계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연예계에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고, 승마를 그만 둔 뒤 넉넉한 경제력을 자랑하며 이쪽 관계자들과도 잘 알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영태 씨가 차은택 씨를 최순실 씨와 연결한 당사자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앞서 친분이 있던 장유진을 통해 고영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를 토대로 장유진이 몇개의 유령회사를 차려 스포츠마케팅이란 명목으로 각종 문화예술과 스포츠 자금을 지원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 개입 비밀 모임을 주도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의 핵심적 역할을 한 고영태 차은택 씨를 모두 장유진 씨가 이모인 최순실 씨에게 소개했다는 것이다.
장유진 씨(최순실 언니의 딸)는 친이모인 최씨 소유인 독일 페이퍼컴퍼니 '비덱 스포츠'의 지분참여 등에 관여하면서 처음 이름이 거론된 인물이다. 장 씨는 지난해 11월 K스포츠 자금 유입 통로로 의심을 받고있는 비덱스포츠의 지분 중 일부인 5000유로(619만원) 상당 주식을 자신 명의로 샀다가 한 달 후 정 씨에게 넘겼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최씨가 조카 장씨를 각별히 신뢰했다는 주변 인물들의 증언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특히 비슷한 또래인 고영태와도 친분이 깊고, 고영태를 최순실 씨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초 미르재단 기획자로 지목된 공연연출가 차은택(47)씨와 최씨를 연결해 준 인물로 고영태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씨의 막후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장씨는 여고 시절인 90년대 승마 마장마술 랭킹 1위로 대통령기 전국승마대회에서 대학생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승마 유망주였다.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어린 시절 성악을 하다 승마선수의 길로 들어서는 데도 사촌언니 장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승마를 그만 둔 이후 연예계 관계자들과 돈독하게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해 아들을 낳은 뒤 현재는 이혼한 상태이며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선수 김동성과도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유진의 또 다른 측근에 따르면 한때 제주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에 머물기도 했지만 이후 집을 팔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 측근은 "장유진은 추성훈의 아내 이름(야노 시호)에 워낙 매력을 느껴 이름까지 똑같이 바꿀 만큼 특별한 성격의 소유자"라며 "어려서부터 금수저로 태어나 부모의 능력을 과시하기 좋아하고 꽂히면 반드시 하고야 마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유진은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수개월 전 뇌질환 수술을 받고 모처에서 요양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무실을 모두 폐쇄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장유진의 어머니는 이모 최순실 씨의 바로 위 언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모 최순실은 고 최태민 목사의 3남 6녀 중 다섯째 딸이다.
한편 장유진 씨와 함께 최-차 연결고리로 지목된 고영태는 최순실과 함께 K스포츠재단 운영에 관여하며 이슈의 중심에 선 뒤 '최순실 게이트' 논란과 의혹이 불거지자 잠적했다가 지금은 귀국한 상태다. 중국에 머물고 있다 방콕을 경유해 27일 오전 입국,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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